결국 사진 촬영이라는 것은 그 순간을 보존하고 감상하기 위해 하는 행위이다.
존 버거는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본다는 행위와 보고 있는 대상과 맺게 되는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보려는 전시이다. 대구 비엔날레에서 전시 ‘NO SIGNAL’은 모니터의 영상 신호가 끊어진 상태를 뜻하지만 이 전시에는 ‘(인공)신호 없음(차단)’과 ‘정해진 뜻이나 사진의 전통적인 의미의 속성으로부터의 탈주’ 그리고 ‘카메라와 미디엄의 매개에 대한 탐색’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존 버거 작가님은 현대의 예술세계에서 사진이 갖는 독특한 위상도 피력한다. 그는 사진이 순수 예술이 아니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순수예술로 인정받는 회화나 조각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회화와 조각이 죽어가는 이유는 문화적 타락 때문이 아니라 이것들이 값비싼 재산으로만 기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진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인간 행동의 선택의 증거다. 버거는 사진을 이렇게 해석한다.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이른바 구도가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식의 회화적 미학관을 뒤늦게 따라가는 일일뿐이다.
섹션 1에서 녹음과 이순희는 문명의 신호와 소음을 차단하고 자연의 생명 순환에서 체득한 감각과 자연의 비물질적인 요소를 시각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한다. 맑은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녹음의 청영 작업은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로 구성된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조경 설치 작업으로 참여했다. 계림의 나무와 당산나무의 비가시적인 영의 기운을 시각화한 이순희의 모노 톤의 생명의 나무 연작 사물의 본질과 가까워질 수 있는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녹음의 청영은 설치된 조형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빛과 소리 그리고 영상을 통해 그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같이 봐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순희 작가님의 작품은 나무를 모노 톤으로 표현함으로써 나무가 검은색인 배경으로 인해 나무에 시선이 집중 될 수 있게하면서 밝아 보이는 것을 통해 나무의 생명력을 표현한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존 버거의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섹션3에 있는 기슬기 작가님의 작품 또한 인상적이었다. 기슬기 작가님은 <SYSTEM>과 <Reflection in your eyes> 그리고 <인물, 정물, 풍경> 연작을 통해 사진의 생산과 소통 과정 사진의 재현력의 한계, 사진의 물성이 전시장에서 제시될 때 파생되는 일루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기슬기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 그림에 반사된 모습을 표현해 놓은 점이 인상깊었고, 양쪽 벽을 이용하여 작품의 반사되는 모습이 보는 각도를 맞추면 맞아떨어지도록 해놓은 것을 보고 진짜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를 해서 작품을 기획했다는 점이 진짜 신기했다. 작품 하나만 봐서는 그런 점을 알 수 없지만 여러 작품을 함께 봤을 때 알 수 있는 점이 작품이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대구 비엔날레에서 여러 작가님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전시된 작품을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이 실린 도서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던 점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