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산본본당 사례
사제가 직접 냉담교우 가정방문…사순기간 347명 고해성사 성과
- 산본본당 신자들이 구역별 냉담교우 현황판에 '회두 성공'을 뜻하는 빨간 하트 모양 스티커가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딩동~딩동~'
"산본성당 최성환 신부입니다. 잠시 문 좀 열어주세요."
소공동체 구역ㆍ반장들과 냉담교우 가정을 방문한 수원교구 산본본당 최성환 주임신부가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 안쪽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다. 몇 차례 현관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인기척이 났다.
집주인은 현관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인터폰으로 "나는 이제 성당에 다니지 않는다. 할 얘기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며 문전박대를 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였다. 본당 사목협의회 제(諸)분과위원회 김정심(안나) 회장은 "어떤 냉담교우는 '딱 5분만 기도를 해드리고 가겠다'고 간청하는데도 '애들 공부에 방해가 되니 그냥 가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최성환 신부는 지난 사순기간 매일 냉담교우 가정을 방문했다. 판공성사 때나 대축일에 냉담교우들에게 네 번이나 편지를 보낸 것도 모자라 직접 찾아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전박대는 다반사였다. 때로는 심한 말도 들어야 했다. 10번 중 7~8번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냉담교우들이 본당 신부와 만남 자체를 피할 것 같아 방문을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신부는 "냉담교우들의 싸늘한 반응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으나 그들 상처는 또 얼마나 컸을지 이해하게 됐다"며 "결국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어느 교우는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본당에서 무리하게 건축헌금을 내라고 하는 바람에 부담을 느껴 14년 동안 냉담했다고 하더군요. 현관문조차 열지 않고 외면하는 냉담교우들을 만나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신자들을 섬기는 사목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최 신부는 또 "신부가 이런 냉대를 받는데 평신도들이 방문할 때는 오죽했겠냐는 생각에 신자들 노고를 새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최 신부는 350여 냉담교우 가정을 방문하느라 몸과 마음은 지쳤으나 소득은 적지 않았다. 구역ㆍ반장들 방문에는 쌀쌀하게 대하던 냉담교우도 본당 신부에게는 대부분 문을 열어줬다. 신앙생활을 오래 쉬고 있다는 미안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상담을 청하는 이도 있었다.
김은형(헬레나) 선교분과장은 "신부님 방문으로 일단 물꼬를 트자 냉담교우들의 굳은 마음이 눈 녹듯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을 때는 문 밖에서 기도를 하고 신부님 서신과 메모를 남겨 놓고 왔는데, 어떤 냉담교우는 집을 비운 사이에 신부님이 다녀간 것을 알고 감동해 곧장 성당에 나온 경우도 있어요."
최 신부는 "지난해 가을 이호재 보좌신부가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 청소년들 가정을 일일이 방문한 것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고, 활성화된 소공동체 역량도 큰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구역ㆍ반원들은 평소 안면이 있는 냉담교우들을 몇 차례씩 방문하면서 회두에 힘썼다. 방문할 때는 예쁘게 포장한 교회 월간지와 본당 신부 초대편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구역별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맞춤형 선교방법'을 적용하면서 합심한 결과 조금씩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구역ㆍ반원들은 냉담교우에게 전달할 선물은 무엇으로 할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아파트 출입구 게시판에 구역ㆍ반장 연락처가 적힌 선교전단을 붙여놓은 것도 구역ㆍ반원들 아이디어다.
냉담교우 회두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구역별 냉담교우 이름이 적힌 현황판에는 '회두 성공'을 뜻하는 빨간 하트 모양 스티커가 하나 둘 늘어갔다. 지난해 성탄판공 때 냉담교우 380명을 모셔온 데 이어 올해 부활판공 때도 냉담교우 347명이 고해성사를 받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일향(카리타스) 소공동체위원회 부회장은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나선 것이 현장에서 뛰는 신자들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세례받은 새 신자 중 1년 이상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이들에게도 조만간 편지를 보낼 계획이다. 냉담교우를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담교우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