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의 주얼리 브랜드 기행 22. 수잔 케일런(Suzanne Kalan)
작년 라스베가스 쿠튀르 쇼(The Couture Show)에서 만난 수잔 케일런의 바게트 컷 샴페인 다이아몬드는 흔하지 않은 존재감으로 내 시선을 자극했다. 메인 보석을 받쳐주는 가늘고 긴 아르데코 풍의 스톤들 하나하나가 모여 코코아색의 보석 프레임을 만들고 있던 것. 가뜩이나 바게트 컷을 좋아하던 필자는 그 부스에 한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밝은 컬러의 유색석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수잔 케일런을 주목해야 하지만, 확언컨대, 그보다 먼저 독특한 바게트 컷 세팅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수잔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원래 주얼리 제조와 소매업에 종사했었다. 그러나 1988년 큰 딸이 태어난 후 남편 폴(Paul)이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주얼리 디자인에만 열정을 쏟을 수 있었다고.
‘Kalan’라는 이름의 첫 회사는 금세 주목을 받았고, 곧 ‘Suzanne Kalan’을 런칭하면서 본격적으로 화려하고 눈에 띄는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얼리는 여성스럽고 로맨틱하지만 모던한 감성이 핵심이다. 딸 파타일(Patile)이 디자인하는 ‘Kalan by Suzanne Kalan’ 컬렉션 역시 같은 공통분모를 공유한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율동감, 비규칙적인, 하지만 계산된 세팅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위트까지 말이다.
스위스 블루 토파즈, 화이트 토파즈, 칼세도니, 자수정, 로즈 드 프랑스(Rose de France: 옅은 색의 자수정), 그레이 다이아몬드 슬라이스 등이 수잔이 애용하는 보석들이다. 또한 그녀는 영롱하고 부드러운 캐보션 커팅보다는 화려한 반짝임이 돋보이는 단면 커팅(faceted) 스톤을 선호한다. 모든 유색석은 그녀가 직접 선택하며 색감에 가장 중점을 둔다. 그러나 작은 악센트 스톤으로 여러 개가 세팅될 때는 완벽한 균일감을 우선 순위로 꼽는다. 그녀만의 독특한 세팅은 메인 보석을 받쳐주는 배경 역할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프레임을 이루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도 힘을 싣고 있다. 반짝이는 보석을 특이한 프레임 안에 세팅하는 그녀만의 개성있는 스타일과 착용성을 살린 디자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렇다면 그녀가 유독 바게트 컷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항상 바게트 컷의 팬이었어요. 하지만 모든 브랜드에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에 질렸다고 할까요? 특히 여러 개를 일렬로 배열하는 기존의 세팅에 좀 더 존재감을 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만의 방식대로 독특한 세팅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무색 다이아몬드 대신 대중들에게 좀 더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가갈 수 있는 대안적인 바게트 컷을 원했고, 샴페인 다이아몬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불규칙적이고 산발적인 모양의 세팅을 기본으로, 프롱을 좀 더 높거나 낮게, 혹은 옆으로 잡는 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수 년간 몰두하다 보니 이 라인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충만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 물론 디자인에 따라 라운드 컷으로 이루어진, 수잔 케일런만의 입체감이 살아있는 프레임 또한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바게트 컷을 활용한 Fireworks 컬렉션은 무색 다이아몬드 바게트 컷을 18K 화이트 골드에 세팅한 귀고리 라인이다. 스터드뿐 아니라 후프 귀고리, 길게 내려오는 리니어 드롭(linear drop) 귀고리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했다. 이번에는 중심 보석을 받쳐주는 배경이 아닌 프레임만으로 구성된 스타일로, 브라운 바게트와는 또 다른 백색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강조했다.
현재 수잔 케일런의18K골드 제품 소매가격은 $4,000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목표가는 $2,500. 궁극적으로 좀 더 많은 여성들과 자신의 컬렉션을 나누는 것이 목표임을 강조하는 그녀에게서 정감 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치 차가운 주얼리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듯한 느낌 말이다. 수잔 케일런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