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879년, 3년 염불하여 극락 가고 방광비 남긴 청련암 서봉 스님
『연화(蓮花) 옥천(玉泉)의 향기』 (연화산 옥천사, 1999).
청련암은 옥천사의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산내 암자이다. 일주문을 지나 큰절을 향해 가다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약 50m 정도 올라가면 유서 깊은 청련암의 큰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창건 연대는 1678년(조선, 숙종 4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
청련암이 창건된 지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고승 대덕이 주석하며, 법등을 이어 왔는데, 특기할 만한 사실로는 서봉瑞峰 스님의 방광放光과 기운奇雲 스님 · 영송永松 스님의 이적 및 서응瑞應 스님의 만일계萬日契 결성 등을 들 수 있다.
서봉瑞峰 스님의 방광放光은 1879년(조선, 고종 16)에 있었던 실화이다. 서봉 스님은 60세가 넘어서부터 청련암에 머무셨는데, 계를 잘 지키지 못하고 수행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참회하면서 이제 정토에 가서 태어나는 길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하루는 어린 스님을 불러 임종할 때까지 방 청소, 빨래, 공양 심부름하기로 약속하고 좋은 논 3마지기를 어린 스님에게 이전하여 주신다. 그리고 나서는 크게 발심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모아미따불’ 6자 염불을 밤낮 쉬지 않고 정진하는데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스님은 방 출입을 금하고 열심히 염불해 오던 중 지은 업이 무거웠든지 중풍에 걸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방안에서 똥오줌을 받아 내야 했기 때문에 나쁜 냄새가 심하여 다른 스님들의 출입도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그렇지만 어린 스님은 정성껏 스님 시중을 들었다.
어린 스님이 심부름한 지 3년이 지난 1879년 10월 밤에 감원監院 스님과 부전副殿(知殿) 스님의 꿈에 화관 쓴 보살들이 서쪽에서 꽃가마를 가지고 와서 서봉 스님을 태워 모시고 가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원 스님과 부전 스님이 함께 꼭 같은 꿈을 꾼 것을 이상히 여기고 서봉 스님이 계시는 방문을 열고 보니 평소 나쁜 냄새는 간데없고 방안에서 기이한 향기가 진동하고 음악 소리가 크게 나고 있었으며, 서봉 스님은 앉은 채로 입적하셨다. 또 다비한 날 저녁에는 청련암을 위시하여 온 연화산에 빛살이 뻗어나가 대낮처럼 밝은 광명이 나타나니, 옥천사 대중 스님들이 환희심에 북받치어 저절로 ‘나모아미따불’ 6자 염불을 외고 있었다.
다비하여 산중에 뼛가루를 뿌려 장례를 마치니 산속에서 3일 동안 상서로운 기운이 뻗쳐 나와, 마을에서 산불이 났다고 마을 주민들이 동원하여 산에 오르면 아무런 이상이 없어 마을로 돌아간 일이 3일이나 되풀이되었다. 옥천사 스님들로부터 서봉 스님 화장한 곳에서 빛이 난 것이라고 하자 신도들이 방광 비석을 세우자 하여 서봉당 방광비를 방광한 곳 아래 자연 암반에 세웠다.
현재 큰 절 입구 버스 정거장 암벽에 ‘서봉 인오 방광탑瑞峰仁旿放光塔 광서光緖 5년午年 기묘己卯 10월十月 일日’ 이라고 새겨져 있어 당시 상황을 증명해 주고 있다.
卍 보정의 꼬리말
처음 이 이야기를 <카페 연화세계 백련>에서 읽었을 때 극락 간 이야기 가운데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내용인데, 마지막에 “1990년경에 옥천사 주지 스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라고 되어 있어 마치 설화 같은 감이 들어 보충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극락 간 사람들』을 쓰면서 가능하면 30년 전 옥천사 주지 스님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방광비를 찾아 책에 사진을 넣고 싶었다. 이런 기록이 한 세대만 지나면 묻혀 버리고 자칫 설화처럼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침 고성에서 정토선을 수행하고 계시는 고성 서방서 등정 스님께 전화 ‘1990년경 옥천사 주지 스님을 아시느냐? 고 물었더니, “현재 적멸보궁에 계신다”고 하였다. 우리 부부는 바로 적멸보궁으로 내려가 1988년부터 2004년까지 옥천사 주지를 하였던 호암 지성(知性, 1941~ ) 스님을 만나 뵈었다.
이제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하시면서 자신이 주지로 있을 때 출판한 『연화 옥천의 향기』(연화산 옥천사, 1999)라는 책과 자신의 문집인 『성주괴공成住壞空』을 주셨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보기로 하고 바로 현장 안내를 받았다.
「연화산 청련암」이라는 현판과 함께 「정토만일회」라는 간판이 이 절에는 극락 간 성인 나신 절답게 아직도 정토 수련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방광탑은 2015년 고성 특별전 할 때 진주박물관에서 탁본하였습니다.”
청련암 감원 원명圓明 스님이 뜻밖의 좋은 소식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방광탑 사진과 탁본이 실린 2014년 특별전 도록 『고성固城』(국립진주박물관, 2014년도 지역특별전)을 가지고 나와 그 페이지를 직접 열어 보여 주셔서 사진을 찍었다. 실제 바위에 새긴 글자들은 제대로 판독하기 어려우므로 탁본을 꼭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 실태를 보고 탁본 전문가들과 다시 내려와서 탁본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주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 보니 원명 스님이 바위에 물을 부어 글씨가 잘 나오게 한 사진과 탁본할 때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래서 바로 정확하게 내용을 읽어 내 이 글을 쓰고 본문에 그 탁본을 실었다.
바위에 오목새김 한 글자는 이끼가 끼고 그늘이라 음양도 없어 알아보기가 힘들지만, 글자가 커서 대강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이어서 내려와 왼쪽 바위에 새겨진 혜우당惠雨堂 탑 비문도 사진으로 자세히 기록하였다.
지성 스님은 본사인 옥천사로 안내하여 회주 스님과도 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주어 성공적인 답사가 되었다.
서울로 돌아와 두 책을 검토하고 우선 전거가 확실한 『연화 옥천의 향기』 내용을 『극락 간 사람들』 서봉 스님 이야기의 바탕으로 만들고 다른 자료를 검색하였는데 아주 새로운 글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삼정방三正房 서춘瑞春 스님의 블로그에 실린 영험담 1번인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2003년 7월 23일, 통도사 부산포교원에서 옥천사 성지순례 답사 후에 어린 시절 동東 자 고皐 자 은사 스님을 시봉하면서 옥천사 서봉 스님에 대한 말씀을 기억하여 기록이 없는 것을 처음으로 기록한다. 해인사 일타 스님 인터넷 비문 기록은 옥천서 서봉瑞峰 스님이 아니고 혜우당惠雨堂 혜우 스님 기록으로 서기방광 한 내용이 같다. (…) 서봉당 방광 비문은 아미따불 극락세계에 왕생하신 생생한 영험을 보이신 서봉 스님의 일을 후인들이 답사하여 체험하는 역사 현장이 옥천사이다.
서봉 스님 극락 간 이야기는 『연화 옥천의 향기』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와 카페에서 처음 봤던 내용, 서춘 스님이 동고東皐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 합쳐서 새로 구성하였다. 마지막 순간에 여러분의 도움으로 훌륭한 ’극락 간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 아직 확인 하지 못했지만, 서춘 스님이 “해인사 일타 스님이 인터넷 비문에 기록한 것은 옥천사 서봉瑞峰 스님이 아니고 혜우당惠雨堂 혜우 스님 기록으로 서기방광 한 내용이 같다”라고 했다. 그래서 혜우당 탑도 꼼꼼히 검토하였다. 다행히 혜우당 탑은 사진만 가지고도 정확하게 판독이 가능했다.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崇禎紀元 後 : 숭정 기원 뒤
四辛酉年 五月 : 네 번째 신유년 5월
惠雨堂 : 혜우당
華性之塔 : 화성의 탑
❶ 숭정 기원 뒤 4번째 신유년 5월
➀ 숭정 기원 뒤 첫째 신유년 (1681년)
➁ 숭정 기원 뒤 둘째 신유년 (1741년)
➂ 숭정 기원 뒤 셋째 신유년 (1801년)
➃ 숭정 기원 뒤 넷째 신유년 (1861년)
따라서 이 탑 비문이 쓰인 것은 철종 12년인 1861년이다.
❷ 혜우당惠雨堂 화성華性의 탑
이 탑 비문에는 앞에서 보았듯이 방광비라는 기록이 없다. ’혜우당 화성의 탑(惠雨堂 華性之塔)‘ 이라고 했을 때 혜우당은 스님이 살던 집 이름(堂號)이고 화성華性은 법명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타 스님이 방광탑을 혜우당의 것으로 기록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진주민란이 일어난 1862년의 1년 전으로 탑을 세울 수 없는 상황에 바위에 탑비문을 쓴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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