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봉된 개봉될 외화들의 캐스팅 라인을 살펴보면 적잖은 노익장 배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 겸 감독은 로버트 레드포드인데요, [올 이즈 로스트]에서 사투를 벌였던 그는 [컴퍼니 유 킵]에선 연출과 주연을 겸했죠. 내년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출연할 예정이고요. 1960년대에 스타덤에 올라 1990년대 초까지 내려 오지 않았고, 선댄스영화제를 만들어 수많은 젊은 영화인들을 발굴한 그는 1936년생. 올해로 77세입니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에 낸시 레이건 역을 맡은 제인 폰다는 1970년대 두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베트남 전쟁 시기 반전 운동의 선두에 서며 '하노이 제인'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던 명배우인데요, 1937년생이니 76세입니다.
12월 안에 개봉될 영화들을 살펴보면 더욱 점입가경입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엔 두 명의 노장이 있죠. 바로 '간달프' 이안 맥켈런과 '사루만' 크리스토퍼 리인데요, 74세(1939년생)인 맥켈런도 크리스토퍼 리 앞에 서면 젊은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1950년대 드라큘라 캐릭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알린 그는 올해로 91세입니다(1922년생). 그 나이까지 살기도 쉽지 않은데, 이 분은 90세를 넘긴 나이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계신 거죠.
그러고 보니 [엔더스 게임]의 해리슨 포드(1942년생)도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군요.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에서 독재자 대통령으로 나왔던 도날드 서덜랜드는 78세(1935년생)이고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셜리 맥클레인(79세. 1934년생)도 있고요. 이러다 보니 외국에선 환갑 넘었다고 노익장이니 뭐니 얘기하기가 쑥스러운 상황입니다. [어바웃 타임]의 빌 나이가 64세(1949년생)지만, 아직은 '청년' 소리 들을만 합니다.
한국에선 노장 배우들이 주로 브라운관에 집중되어 있기에 영화 현장에선 50대만 되어도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고 하지만, 할리우드나 유럽의 영화계에선 70~80대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걸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마도 영화적 다양성 때문 아닐까 싶은데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먼저 알아 보죠.
일단 1960~70년대 할리우드를 장악했던 '아메리칸 뉴 시네마' 세대의 배우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알 파치노(73세. 1940년생)와 로버트 드 니로(70세. 1943년생)가 대표적이죠. [디어 헌터](1978)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크리스토퍼 월켄(70세. 1943년생), [지옥의 묵시록](1979)의 마틴 신(73세. 1940년생), 제인 폰다의 동생인 피터 폰다(73세. 1940년생), 드 니로 이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하비 케이틀(74세. 1939년생), [미드나잇 카우보이](1968)의 존 보이트(75세. 1938년생)와 더스틴 호프만(76세. 1937년생) 그리고 잭 니콜슨(76세. 1937년생)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액션 현역으로 뛰고 있는 척 노리스는 73세입니다(1940년생).
여배우는 유럽 각국의 뉴 시네마를 이끌었던 연기자들이 아직도 건재합니다. 폴란드의 한나 쉬굴라(70세. 1943년생), 프랑스 누벨 바그의 뮤즈들이었던 까뜨린느 드뇌브(70세. 1943년생)와 잔느 모로(85세. 1928년생)와 [남과 여](1966)의 아누크 에메(81세. 1932년생), 그리고 이탈리아의 대표적 글래머 스타이며 [두 여인](1961)으로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소피아 로렌(79세. 1934년생) 등이 있죠. 그리고 최근에 [아무르](2012)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엠마누엘 리바는 1959년 알렝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에 출연했던, 86세(1927년생)의 배우죠.
특히 영국의 여배우들은 인간 문화재 감인데요. 설명이 필요 없는 주디 덴치(79세. 1934년생), [해리 포터] 시리즈의 미네르바 교수 매기 스미스(79세. 1934년생), 최근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스(76세. 1937년생) 등이 있습니다.
영국 노장 배우의 전통은 남자 배우 쪽도 대단한데요, 앞에서 언급했던 크리스토퍼 리와 이안 맥켈런을 필두로 마이클 케인(80세. 1933년생), 안소니 홉킨스(76세. 1937년생), [본] 시리즈의 닥터 앨버트인 앨버트 피니(77세. 1936년생) 그리고 [설국열차]로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존 허트(73세. 1940년생) 등이 있습니다.
가끔은 "그때 그 영화의 배우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어?"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의 동갑내기 배우인 피터 오툴과 오마 샤리프(둘 다 81세. 1932년생)가 그런 경우죠. 샤리프와 함께 [닥터 지바고](1965)에 출연했던 라라 역할의 줄리 크리스티(72세. 1941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절이면 항상 TV에서 틀어주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마리아' 줄리 앤드류스(78세. 1935년생)와 '폰 트랩 대령' 크리스토퍼 플러머(84세. 1929년생)도 현역 활동 중인데요, 플러머는 [비기너스](2010)로 80세가 넘은 나이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대부](1972)의 로버트 듀발(82세. 1931년생)과 제임스 칸(73세. 1940년생)도 그렇고요.
이외에도 [사랑은 비를 타고](1952)의 데비 레이놀즈(81세. 1932년생), [파리 텍사스](1984)로 유명하며 최근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에도 잠깐 등장했던 해리 딘 스탠튼(87세. 1926년생),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75세. 1938년생),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제7의 봉인](1957)에 나왔던 막스 폰 시도우(84세. 1929년생), 존 카사베츠 감독의 아내이자 페르소나였던 지나 롤랜즈(83세. 1930년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의 악질 간호사였던 루이스 플레처(79세. 1934년생) 등도 여전히 활동중입니다. '1대 본드'였던 숀 코너리(83세. 1930년생)는 10년 전에 은퇴했지만, '3대 본드'인 로저 무어(85세. 1927년생)는 아직 카메라 앞에 서고 있고요.
이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미셀 피콜리(88세. 1925년생)는 누벨 바그 시대의 배우인데요, 최근에도 [홀리 모터스](2012)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 같은 유럽의 작가 영화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남 배우의 전형인 알랭 들롱(78세. 1935년생)도 연기를 쉬지 않고 있고요. 모건 프리먼(76세. 1937년생) 같은 배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83세. 1930년생)와 우디 앨런(78세. 1935년생)는 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있고요. 제리 루이스(87세. 1926년생)나 시드니 포이티에(86세. 1927년생) 같은 왕년의 스타들도 건재합니다.
히치콕의 배우들이 아직도 활동중인 건 놀라운 일인데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의 에바 마리 세인트(89세. 1924년생)와 [새](1963)의 티피 헤드런(83세. 1930년생)이 그 주인공입니다. 로렌 바콜 같은 배우는 정말 경이로운데요, 그녀는 험프리 보가트의 아내였고 할리우드 고전 시기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올해로 89세(1924년생). 79년째 배우 생활을 하고 있죠. [8명의 여인들](2002)에 나왔던 할머니 다니엘 다리우도 현역인데요 1917년에 태어난 그녀는 96세입니다. 79년차 배우죠. 마카로니 웨스턴의 악당이었던 엘리 왈라치는 2010년까지 배우 생활을 한, 아직 현역으로 봐도 무방한 배우인데요 1915년생이니 98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례들도 이 배우 앞에선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바로 믹키 루니라는 배우죠. 1920년에 태어났고 올해로 93세가 된 이 배우, 6세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무성영화 시절을 경험한 배우입니다. 지금도 1년에 네다섯 편은 작은 역을 맡아 영화에 출연중이죠. 1983년에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는데요, 30년이 지난 2013년에도 87년째 배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100세가 넘어서도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가 있을까요? 칼라 래믈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1909년에 태어났으니 104세인데요, 무성영화 [오페라의 유령](1925)으로 데뷔했고, [드라큐라](1931)에도 나왔죠. 이후 1940년대부터 배우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00년 넘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올해도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이 배우, 고전 호러의 명가인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설립한 칼 래믈의 조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