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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7월 22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722목] 한미 2+2회담의 강력한 대북 메시지
한ㆍ미 양국이 역사적인 외교ㆍ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공동성명은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엄중한 대북경고, 북한의 비핵화 실현 촉구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한국에 대한 추가적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삼갈 것을 북한에 강력 경고하고, 자산 동결을 포함한 새로운 추가 제재조치까지 밝혔다. 양국이 강도 높은 구두 메시지에 앞서 육ㆍ해ㆍ공을 포괄하는 유례 드문 대규모 입체 연합훈련계획을 밝힌 것은 연합군사력의 즉응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의지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한ㆍ미의 외교ㆍ군사적 동맹 과시는 천안함사건 이후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해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 글로벌 세력으로 성장함에 따라 국제정치ㆍ경제 등 분야에서 한국의 가치와 역할이 재평가 받게 된 것이다. 당연히 우리로선 긍정적인 위상 변화다. 미국과 2+2 형태의 회의를 여는 나라가 세 손가락 안이라는 점도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준다. 미국과 중ㆍ러ㆍ일 등의 관계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커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말할 것도 없이 대북 경고 효과다. 2+2회담과 대규모 연합훈련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물을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한ㆍ미 양국이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조치다. 더욱이 우리 안보능력의 한계가 상당 부분 드러난 터에 한미연합 방위태세 과시는 북한의 추가 오판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갖는다. 공격을 받은 입장에서 최소한의 주권방어적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과 중국의 격한 반응은 전혀 명분이 없다.
공동성명에 '6자회담'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비핵화를 포함, 북한이 진정한 태도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당분간 대화보다는 원칙에 따른 압박정책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인권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이제라도 한반도의 경색국면을 초래한 책임을 인정하고 군사모험주의를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722목] 궤도 이탈 우려되는 한-미 동맹
어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평가하는 자못 화려한 행사가 벌어졌다. 두 나라 외교·국방장관은 판문점을 함께 방문해 안보공약 이행 의지를 부각시켰다.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다른 나라와 ‘2+2’ 형식으로 회의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나라 안팎의 상황은 한-미 동맹이 제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데 요즘 실제로는 이와 엇나가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두 나라는 오는 25일부터 몇 달에 걸쳐 동해와 서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미국 항공모함이 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쪽이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미 동맹이 북한의 안보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동북아 차원에서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미 동맹이 본연의 취지와 달리 미-중 사이 패권 다툼의 한 축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맞불 성격으로 최근 서해 수송작전 훈련을 했으며 외교부 대변인과 언론을 통해 한·미 두 나라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변질과 중국의 과잉대응 모두 역내 안정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금은 한·미 두 나라가 천안함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근원적 갈등구조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도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거꾸로 대북 추가 제재를 밝히고 나섰다. 추가 제재로 어떤 실효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런 태도는 남북한 양쪽 주장을 병기함으로써 관련 당사자들이 퇴로를 찾도록 한 안보리 의장성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어제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와 자유무역협정 비준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전작권 연기는 한국의 군사주권을 손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이며,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선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만 제기된다. 호혜성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한-미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722목] 장애인 고용, 경기도 큰 걸음 내딛다
경기도가 관할 144개 공공도서관마다 1명 이상의 자폐증 장애인을 사서(司書) 보조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도의 모든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3%를 넘겨 경기도의 장애인 인구 비율인 4% 수준까지 장애인 고용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발표를 듣고 누구보다 자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기뻐했을 것이다. 자폐 자녀를 키워온 부모가 어떤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본인들 아니면 짐작도 할 수 없다. 어떤 자폐아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 밖 복도에서 아이가 무슨 말썽을 피우지나 않나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청소년기가 지난 다음엔 진짜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자폐아 어머니들은 "아이가 죽은 다음날 내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폐아 부모들은 만일 지자체나 정부가 도와줘서 자기 아이가 조그만 일자리를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만 된다면 정부나 지자체를 목말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공공도서관 사서보조로 일하는 자폐증 장애인이나 주차장에서 세차 일을 하는 지적장애인들이 의외로 제 몫을 다하더라는 얘기는 많다. 복합기 등을 만드는 캐논코리아 안산공장에선 청각장애인 위주로 직원의 10%가 넘는 56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일하는 능률이 비(非)장애인과 거의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자폐 장애 1만4000명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4.86%인 242만9500명이다. 등록 안 된 숫자까지 합치면 인구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공공기관들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직원 가운데 3%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실제 고용률은 1.97%에 불과하다.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그나마 1.45%밖에 안 된다. 삼성(0.92%), SK(0.79%), LG(0.88%), GS(0.78%) 등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장애인 고용이나 여성 취업, 승진, 정치 진출 기회 확대 등의 사회 변화는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 획기적으로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다. 경기도의 장애인 고용 확대 결단을 환영하고 결과를 주목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722목] 日, ‘약탈문화재 반환’ 실천으로 이어지길
일본정부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오는 8월29일 발표할 총리 공식 담화문에서 우리 문화재의 반환 방침을 밝히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조선왕실의궤를 우선 반환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후 다른 문화재들도 유출과정의 불법성을 확인한 후 순차적으로 추가 반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유출 문화재 반환 문제는 학계·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해 일본 내 방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실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센고쿠 요시토 일본 관방장관이 최근 일본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른 취지의 발언을 한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센고쿠 장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전후처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개선 가능한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보상과제의 하나로 한국에서 유출된 문화재 반환문제를 거론했다. 현재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6만 1000여점의 문화재가 반출돼 있다. 이 중 상당수가 강점기에 불법으로 유출된 것이다. 일본 왕궁 도서관인 궁내청에 보관된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의 기증형식으로 반출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과거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담화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해 간 문화재를 원소유국에 돌려주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두 나라 정부가 조금씩만 양보하고 노력하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을 상징하는 문화재들이 ‘망명생활’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빼앗아간 문화재를 돌려줌으로써 강제병합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문화재 반환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722목] 자영업자 과잉해소 일자리 창출에 달렸다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體感) 경기는 한겨울이다. 음식 · 숙박 · 부동산중개업 등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까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수는 551만여명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말보다 55만여명이 줄어든 수치로, 전체 자영업자의 10% 가까이가 경제 위기에 따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소비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공급과잉으로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경영실패로 밀려난 자영업자들은 곧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자영업은 자체적으로도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사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은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무급가족종사자 포함 · 2008년 기준)은 31.3%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5.8%)의 2배가량에 이른다. 그러니 과당경쟁이 불가피하고, 앞으로도 고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퇴직자 등이 무리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을 억제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게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면서 전문성을 더욱 보강할 수 있는 재취업 교육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 또한 자영업에 신규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공기관 등이 적극 컨설팅 지원에 나서 창업 아이템 선정이나 경영기법 등을 조언하고, 폐업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경우는 유망한 업종으로 전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활력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유휴인력을 흡수하는 일이다. 특히 성장성이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의료 법률 등 전문서비스 분야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취업희망자들이 안정적 일자리인 정규직으로 진출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722목]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유의할 점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부처들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가 주목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조사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조사함으로써 대중소기업간 상생의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취지이다. 조사 강도와 방법에 따라 대중소기업간 거래관행과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현상에 비추어 이번 조사의 필요성은 어느정도 인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사상최대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분기 이익만 조단위를 넘은 기업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거나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양극화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탓이 크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지나치게 납품단가를 깍거나 납품대금 지연 등이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지목된다. 이러다보니 대기업들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수출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경영과 구조조정, 환율효과 등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고 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기여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상생문화가 정착될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장기능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한다. 자칫 포풀리즘으로 흘러 과잉단속이 되는 경우 또다른 왜곡과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자율적으로 상생풍토가 조성되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불공정거래 관행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 대기업들의 경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노력과 관련해 한가지 지적할 것은 ‘대기업들의 독식’이미지를 부추키는 과도한 성과급 잔치 등을 지양하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대적인 불공정행위 조사가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이정훈(논설위원)-20100722목] 북한 군인 정보화운동 펼 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대북 심리전을 “유엔 안보리 조치가 끝난 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심리전을 재개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는 무자비한 타격을 하겠다”고 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의 협박에 겁먹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심리전에는 전시 심리전도 있고 평시 심리전도 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가 재개하려는 심리전을 ‘전쟁 수행의 기본 작전 형식이며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김정일 집단이 한미 연합군의 보복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면 북한 주민은 살기 위해 똘똘 뭉친다. 우리의 심리전에도 귀를 막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A 매슬로(1908∼1970)는 인간의 5단계 욕구발전론을 제시했다. 1단계는 배고픔 같은 생리적인 욕구 해결에 치중하고, 2단계는 신체적 위협을 피하는 안전을 추구한다. 3단계는 주위 사람과 유대를 맺어 소속감을 가지려 한다. 4단계는 주위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어 하며, 5단계는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단계를 말한다.
북한 군인들의 ‘눈높이’를 찾아내야만 심리전에 성공할 수 있다. 북한인들은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했고 한미 연합군의 응징을 피해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으니 1, 2단계 욕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군인 중에는 노동당원이 될 꿈을 가지고 입대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인민군은 똑똑한 병사를 뽑아 강건종합군관학교로 보내 초급 군관(장교)을 만든다. 초급 군관 가운데 뛰어난 이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입교시켜 고급 군관으로 키운다. 꿈이 큰 사람일수록 정보 욕구가 강하다.
북한은 교통망이 나빠 전선의 병사들은 노동신문을 2주일 뒤에나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제3국을 통해 5일 만에 받아본다. 이러한 배달 시차를 이용해 북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엿새 전 지도자 동지께서는 ha당 500kg이라는 가장 많은 소출을 낸 함흥의 ○○농장을 방문해 격려하셨습니다”라는 북한 보도를 인용한 후, “남조선 평택의 △△농장은 ha당 1t의 소출을 올렸습니다”라며 남북을 비교하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바탕으로 “인민군 장병 여러분, 오늘은 빨래하지 마세요. 내일 비가 옵니다”라는 생활 정보를 제공해준다.
정보가 정확하면 듣게 되고, 비교를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왜 늦지’ ‘왜 못하지’라는 의문을 품다 나름대로 원인 제공자를 찾게 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모여 욕구를 3단계로 올린다. 귓속말을 하며 은밀한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에 밝아진 군인들이 북에서 ‘휘발성이 강한’ 집단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제품 정보를 알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광고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처음에 TV 광고를 열심히 본다. 동독인들은 서유럽 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기에 1990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똑똑한 북한 장병을 상대로 한 방송이라면 군인들이 아니라 정보를 알기 쉽게 가공해 전달하는 광고-홍보 전문가들이 하는 게 낫다.
국가인권위원회 김태훈 인권위원도 대북방송은 비방이 아니라 북한 군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고리타분한 심리전이 아니라 북한 군인과 주민을 깨우치고 바깥세상 소식을 전하는 정보화 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722목] ‘명품 프렌들리’
1945년 9월 2일 일본의 요코하마 항.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에서 맥아더가 일본의 항복문서에 서명한다. 태평양전쟁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데 쏠렸다. “저 만년필은 뭐지?” 이에 ‘파커’는 푸치니가 ‘라 보엠’을 오선지에 옮길 때도,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집필할 때도, 맥아더가 역사적인 서명을 할 때도 자사의 만년필을 쥐고 있었다고 선전한다.
영화 ‘7년 만의 외출’은 작품성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더 유명하다.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 자락을 움켜쥔 마릴린 먼로의 자태는 아슬아슬한 섹시함의 원형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관심은 달랐다. “저 구두의 브랜드는 뭐지?” 오드리 헵번의 못생긴 발을 예쁘게 감쌌다는 페라가모는 먼로를 거치며 구두의 대명사가 된다.
‘버버리’는 트렌치 코트 브랜드다. 그런데 영국의 왕 에드워드 7세가 입버릇처럼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 하면서 보통명사화된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버버리를 살린 것은 일본의 아줌마들이라고 한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소비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우리도 일조했다. 노숙자도 두른다는 버버리 머플러를 적어도 100만 장 이상 구입하지 않았을까.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명품에 호의적(luxury friendly)’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명품 소비는 지난 1년간 46%나 증가했고,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고 죄의식을 느낀 적이 있다는 한국인은 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물론 명품은 물품을 넘어 예술품이다.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지나치게 매달리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오죽하면 노자가 도덕경에서 “재화를 귀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백성이 도둑질하지 않도록 하라(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고 했을까.
그럼에도 명품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저생계비를 벌어도 너도나도 가방은 수백만원대 ‘루이뷔통’이다. 이런 ‘따라 하기’는 심리학적으로 ‘동조행동’이라 하는데, 타인의 반응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바로 ‘왕따’의 두려움 때문이란다. 한편으론 명품으로 내면의 부족함을 가리려는 것일 게다. 차라리 돈 안 드는 노력으로 몸을 명품으로 빚으면 싸구려 셔츠가, 독서로 정신을 명품으로 가꾸면 낡은 구두가 오히려 멋스럽지 않을까. 명품에 홀린 군상들에게서 천민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722목] 귀신 이야기
차를 몰고 충남 서산에 다녀온 어떤 사람의 체험담이다. “컴컴한 밤에 짙은 안개가 낀 시골 국도를 달리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리를 절며 걷고 있었다. 길을 묻자 아주머니는 5분만 더 가면 슈퍼가 나오니 거기서 다시 물으라고 했다. 태워드리겠다고 하자 그 아줌마는 남편이 마중나온다며 사양했다. 문득 ‘이거 지금 상황이 귀신이야기와 똑같네’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조금 가니 과연 슈퍼가 나왔다. 생수를 산 뒤 오다가 아줌마를 봤다고 하자 슈퍼 주인 부부가 깜짝 놀랐다. “이런! 댁도 보았군.” “뭘요?” “그 다리 절던 아줌씨 말여. 그이는 이 동네 살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여. 이렇게 안개 낀 밤에 남편 마중나갔다가 거기서….” 그 순간 주인 부부의 입가에 요상한 미소가 번졌다. 겁이 덜컥 난 그는 허겁지겁 차에 올라 냅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 귀신담의 주인공은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라는 책을 펴낸 장윤선씨다. 눈치챘겠지만 이 이야기는 팩트 반(半), 픽션 반이다. 이 괴담은 “백미러로 보니 좀전의 그 슈퍼가 온데간데없더라” “아줌마가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더라”는 식으로 가지를 뻗기도 한다. 이런 귀신담은 예부터 숱하다. <용재총화>에 나오는 조선시대의 귀신 중 하나만 골라 소개한다.
“이두(李杜)의 집에 어느 날 귀신이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고모였다. 심술궂은 고모 귀신은 특히 밥 달라고 할 때 안 주면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그런데 그 귀신은 허리 아래만 있고, 그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밥과 음식을 주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이 귀신은 오늘날에도 거리를 떠돌고 있다.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목이 없다.” “10대 소녀가 골목길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멨는데 목이 없다.” 한때 유행했던 ‘목 없는 아이’라는 인터넷 동영상 시리즈다. 윗몸 없는 ‘고모 귀신’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하겠다.
귀신은 믿는 만큼 경험한다고 한다.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의 말이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귀신이야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귀신담이 오가는 곳에는 귀신이 실재한다. 이 글 속에도 귀신이 들어있는 셈이다. 어떠신지. 등골이 좀 서늘해지시는지.
[매일경제신문 칼럼-장용성 칼럼(매일경제신문 주필)-20100722목] 신뢰의 붕괴·레임덕은 국민의 불행
거시적인 경제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 이후 생각 이상으로 비실대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착 가라앉아 있다. 임기가 이제 반밖에 안 지난 대통령에 대해 레임덕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은 당사자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불행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시대를 맞아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당청 쇄신 및 개각, 헌법개정, 4대강 문제, 부동산 경기 회복, 물가안정, 지속성장,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을 생각할 수 있다. 보다 더 근본적인 것으로는 한국 사회의 `신뢰의 붕괴` 문제를 들 수 있다. 아무리 이상하게 상상을 해봐도 북한일 수밖에 없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까지 젊은 층의 불신의 벽은 예상외로 높다. 그렇다고 우리 젊은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친북 좌파세력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4대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이하 정부 관료들이 운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어느 야당 중진 정치인의 표현대로 `4대강은 청계천의 형님이요, 대운하의 동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헌 문제도 그렇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 후유증 때문에 그동안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얼마 되지도 않아 심각한 레임덕 현상을 빚으면서 국정운영이 좌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파워게임이 벌어지면서 대통령의 아들들을 비롯한 소위 실세들이 구속당하는 악습이 되풀이돼 왔다. 한나라당 안상수 신임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개헌 문제를 제기했다. 반응은 시원찮았다. 야당에서는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의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21세기에는 이데올로기(Ideology) 경쟁은 이미 끝난 것이며 사회적 자본인 신뢰(Trust)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보존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문화와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토대에서 발전한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을 반대로 뒤집는다. 문화적 토대가 먼저라는 것이다. 라파엘 라 포르타, 안드레이 슐레이퍼 하버드 대학 교수 등도 `대규모 조직의 신뢰`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정부기관들로부터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신뢰는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실증연구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신뢰도를 보인 반면 남미 국가들은 최하위 신뢰도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재혁 서강대 교수의 `신뢰와 시민사회: 한국, 미국 조사 비교`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미국이 75.1%인 반면 한국은 18.0%로 형편없이 낮게 나왔다. 또 중앙정부 부처에 대한 신뢰도도 미국이 78.3%, 한국은 42.4%로 큰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은 설문조사 시기가 2004년 대통령 탄핵사건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사회의 신뢰가 붕괴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국가지도자들이 당리당략으로 신뢰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온 데다 정부정책도 수시로 오락가락하기 때문일 것이다. 천안함사건도 괜히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질질 끌다가 불신의 벽만 높인 꼴이 됐다. 이런 불신의 벽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한국이 2만달러 소득대에서 빙빙 돌며 3만달러 국가로는 점프할 수 없을지 모른다. 신뢰회복은 4대강 사업 못지않게 시급한 대한민국 인프라 구축이다. 남북이 아니라 남한 내 신뢰구축(confidence building)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헌법도 고치고 교육ㆍ노사개혁 등을 단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구악 냄새 물씬 풍기는 시스템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