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오랍드리 길 - 도심의 열린 마음을 찾는 길
삼척은 어느 시절에 가도 좋았다. 삼척을 가는 길이나, 삼척에 머물고 있는 때나, 다시 돌아오는 마음에도 모두가 삼척동자도 알만
한 흐믓한 느낌을 준다. 한 여름에 찾아간 삼척은 4계절 사이마다 놓인 16季, 64節, 128時의 풍광대로 늘 수준급의 화소들을 펼쳐
놓고 있었다. 오랍드리 길... 생소하지만, 어감이 찰지고 재미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오랍드리’는 마을 입구 또는 집 주변을 뜻하는
영동남부권의 사투리라고 한다. 그래서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뭐 별 뜻이 있겠냐, 그냥 우리 동네를 말하는 거지”하신다.
그러니까 이번에 찾은 길은 삼척의 ‘우리 동네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총 20km에 이른다는 길의 태반이 시가지를 걸쳐 있는 모양
새이다. 평균 시속을 느릿한 4km로 잡는다면 줄잡아 5시간에 이르는 코스이다.
오랍드리 길은
△봉수대길 (종합운동장~봉수대~봉황산 입구)
△봉황산길 (봉황산 입구~봉황산~삼척교 사거리~번개시장)
△강변길 (번개시장~인공폭포 앞~동굴신비관~건지교~서부초교)
△삿갓봉길 (서부초교~삿갓봉~우지리마을~삼척해변 사거리 교차로)
△해변길 (삼척해변 사거리 교차로~삼척해변~삼척종합운동장)의 5개 코스로 구성돼 바다와 야산과 도심을 건네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었다.
길이 놓여진 주변에는 죽서루, 실직군왕릉, 봉수대 등 고대의 오랜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가 있는가 하면 철마다 때에 맞춰
만화방창 꽃이 흐드러지는 봉황산과 푸른 송림이 시원시원하게 뻗어 올라가는 삿갓봉 등 푸른 녹색 샤워를 받을 수 있는 산림이
있다. 한편에는 천년도 넘는 세월 전에 수로부인이 걷던 빼어난 경관의 삼척 해변과 죽서루 뒤편으로 유유하게 흐르는 오십천 등
주변 경관 하나하나가 그대로 명품이다.
‘우리 동네 길’답게 시내 어디에서도 손쉽게 길 위로 나설 수 있다. 그러니까 망중한의 산책길을 즐기며 이동하여도 목적지인 도심
에 놓여있으니, 삼척만의 고유한 자랑거리이자, 삼척시민들의 유쾌한 여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 정비된 도로를 걸으며 어
쩌면 사실상 강원도의 도시는 이러한 모습을 띄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걷다보니 삼척역사가 보인다. 오래전 건물인 듯 삼각의 맞배지붕 형태의 건물 옆으로는 강릉과 동해, 삼척 간을 오가는 해
양관광열차 포스터가 보인다. 해양레일바이크와 함께 요사이 관광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역사는 어느 곳이나 설레
임과 서러움을 함께 담고 있는 곳이다. 평행을 그으며 멀리 지평으로 사라지는 철로를 바라보자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삼척시는 앞으로 오랍드리 길 주변의 문화재와 관광 명소 접근을 위해 탐방로를 개설하고, 볼거리도 확충해 가족·연인 단위 테마
탐방을 촉진시킬 계획임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접근로가 용이치 않았던 인공폭포와 동굴 신비관 사이에 최근 죽서
루 경관 및 풍류재현사업과 연계해 목재 데크 산책로를 개설했다고 한다. 죽서루의 푸른 대나무처럼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쑥
쑥 키워주는 삼척만의 ‘우리동네 길’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사진1. 오랍드리 길 개념도, 사진2. 삼척역사, 사진3. 오랍드리 새천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