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우르르르
빗물은 주르르르
여치는 치르르르
생쥐는 쪼르르르
세상은 핑그르르
팽이는 팽그르르
꽃잎은 발그르르
나무는 파르르르
아빠는 벙그르르
엄마는 방그르르
아가는 까르르르
이웃은 빙그르르
머리는 싸르르르
두눈은 스르르르
가슴은 찌르르르
주먹은 부르르르
오늘은 "르르"를 각운(脚韻)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에 대하여 동요같은 시를 지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공연히 아는 체, 너무 어려운 말만 한 것 같아서 한자(漢字)는 전부 빼고 우리말로만 지어보았습니다. "르르 송(頌)"이라고 이름을 붙였더니 옆에서 뭐라고 하는군요. 한자의 "송(頌)"과 영어의 쏭(song)을 연계시켜 그랬는데...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온누리 속에서"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온누리(세상)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동요이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담으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 작심하고, 지금까지 써온 글보다도 쪼끔 더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 연은 자연의 기본 이치를 표현했습니다.
움직이는 모양을 중심으로 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하늘이 만물을 주관한다고 믿지요. 잘못되면 천둥과 번개로 경고를 하고 징치합니다. 동양에서는 하늘님(天帝), 그리스신화에서도 최고의 신 제우스의 힘은 바로 "번개"에 있지요. 그래서 "우르르르"입니다.
빗물이 "주르르르" 흐르는 것은 하늘의 뜻을 받아 구체적인 형태로 빚어진 빗물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개천을 지나, 강을 지나 바다가 되는 거지요. 물은 만은 덕을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표현합니다.
"우~"와 "주~"의 첫글자는 함께 모여 우주(宇宙)를 이룹니다. 하늘과 빗물이 다다른 땅이 온 누리를 이루는 겁니다.
여치가 "치르르르" 우는(?)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주어진 자연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꿈과 이상의 세계인 자연을 음미하는 표현입니다.
생쥐가 "쪼르르르" 달리는 것은 현실을 뜻합니다. 먹고 살기 위하여 이리 저리 분주한 생물들을(인간도 물론 포함됩니다) 비유한 것이지요.
둘째 연은 세상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첫째 연에 대응하여 정적인 측면에서 표현하였지요. 그래서 동물대신 식물이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우선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가지요. 지구도 "핑그르르" 돌지요(자전). 지구는 태양주위를 돌지요(공전). 태양은 은하계 중심을 축으로 돌지요. 은하계는 어딘지는 모르지만 우주의 중심을 축으로 하여 돕니다. 이 속도는 무려 시속 20만km 이상. 상상이 되십니까? 우리 땅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시속 20만km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야구공이 시속 200km라면(인간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함. 초일류선수가 시속 150kmm정도) 그것의 천배. 우주선의 속도인 4만km의 5배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사(人間事)는 또 더욱 어지럽지요.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울고 불고 웃고... 다음 줄의 "팽그르르"는 이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팽이는 한참 팽그르르 돌다가 멈추는 인생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래도 꽃잎은 "발그르르" 피어납니다. 모든 색깔 중에서 가장 유혹적인 색. "관심을 가져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하는 색깔. 그래서 입술연지도 "루쥬(rouge)"이지요. 가장 아름다운 본능의 몸짓입니다.
이에 대응되서 생명의 근본인 나무줄기는 "푸르르르", 파랗게 번성합니다. 푸릇푸릇 가지를 뻗고 잎을 내어 자라나지요. 초록색, 파랑색은 바로 생명의 빛깔입니다. 지구를 멀리 떠나서 지구를 바라 본 우주비행사들,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 찬탄합니다. "지구처럼 아름다운 행성은 없다"라고 푸른물과 파란식물이 넘실대는 생명의 행성. Big Blue Marble ! (사족: 그런데 그 안에서 인간들의 하는 일이란???)
셋째 연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아빠는 좋아서 벙긋벙긋 웃지요. 입을 제대로 닫을 수 없이 "벙그르르" 웃습니다.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저절로 웃음이 번져 나오지요.
엄마는 수줍게 "방그르르" 미소를 짓습니다.
아빠의 "벙~"과 엄마의 "방~"은 소리상으로 음양의 조화를 나타냅니다.
아기는 한 점 티도 없이 귀엽게 "까르르르" 소리내어 웃습니다. 엄마, 아빠가 있으니 그냥 좋은 거예요.
이 가족을 바라보는 이웃은 흐뭇하게 "빙그르르" 무언의 미소를 보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 그리고 친구들... 아기가 평생동안 함께 어울려서 살아야 할 이웃들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인간관계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백두산만의 생각?)
마지막 넷째 연은 인간 개인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4 가지 덕목을 한 단어씩으로 압축 하였습니다.
머리로는 차갑게 "싸르르르" 생각해야 합니다. 논리(logic)와 이성으로 따지고 계산하고 판단해야 함을 나타냈습니다. 성경에도 썼듯이 뱀처럼 지혜롭고 냉정해야 합니다.
다음. 눈으로는 세상의 허상에 현혹되지말고 가만히 "스르르르" 눈을 감고 깨우쳐야 하지요. 잘 안되면 모르겠으면 아예 스르르르 자라는 뜻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지혜(wisdom)의 영역입니다. 지식(knowledge)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이 세상은 머리(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지요.(다음 기회에 따로 설명 또는 필자의 글 참조: 예를들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괴델의 정리, 양자역학에서의 양자점프 그리고 아직 풀지못한 과학과 철학 등에서의 수많은 역설들)
그리고 가슴은 "찌르르르" 찡~하니 느껴야지요. 따뜻한 감정(emotion)의 세계입니다. 사람과 그들 사이의 사랑과 그리고 만물에 대한 온갖 감성들, 이런 것 없으면 다 헛것입니다. 그냥 로보트요 컴퓨터요. 물질일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will), 잘못된 것을 보고 분연히 바로 잡으려는 의지, 살아가려는 꿋꿋한 의지를 "부르르르"에 담아 보았습니다.
위의 글은 상하로 대칭되는 격자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주의 깊게 읽어 본 분은 이미 감지하셨겠지만. 각 연은 큰 것으로 부터 작은 것으로 거시적인 것에서 점차 미시적인 것으로 좁혀가는 점층구조(漸層構造)를 지니고 있습니다. 큰 그림을 머리속으로 그려 보세요.
또한 위의 각 연은 네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순서에 따라 서로 호응하는 구조를 지닙니다.
각 연 첫째 줄의 "하늘-세상-아빠-머리"는 최상층 양적(陽的) 구조를 이루고 있지요.
또한 둘째 줄의 "빗물-팽이-엄마-두눈"은 이에 대응되는 음적(陰的) 구조를 취하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셋째 줄의 "여치-꽃잎-아가-가슴"은 이 음양의 합일에 의한 결과물로서 이상(理想)을 구성합니다.
마지막 줄의 "생쥐-나무-이웃-주먹"은 이상과 대비되는 현실을 나타냅니다.
또한 "르르"로서 "r" 발음을 각운으로 취한 이유는 가장 어려운 발음이면서도, 굴러가는 모습을 나타나기 때문에 둥글둥글 원만한 성격을 함양해서, 남들과 잘 어울려 지내라는 염원이 함축되어 있지요.
자, 이제 마무리 합니다.
꿈보다는 해몽이 길어졌나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길몽도 실현시키지 않으면 소용없지요.
많이 읽고 사랑해 주세요.
백두산 욕심:
필자는 음치(音痴)에다 악치(樂痴)입니다. 음악은 도통 모릅니다. 능력있는 분이, 이 동요에다 곡을 붙여서 노래로 만들어 주면 정말 좋겠군요. 아이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부를 수 있는 간명하고 맑은 노래. 그러면서도 무엇인가를 점차 깨우칠 수 있는 그런 노래. 그런 노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 머리맡의 자장가로 불러주면 더욱 좋구요. 안되면 그냥 읽어주어도 좋구요. 너무 지나친 욕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