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0
어제 바닥소리와 카페 얼씨구 국악세상 송년 콘서트 소리판에서 단가 적벽부와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불렀다. 10분 남짓 소리하는데도 또 땀 범벅되고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거기 조명이 뜨거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소리꾼 여섯 명 중 조명이 뜨겁다는 말은 나 빼고 두 명만 하고 나머지는 땀도 안 흘리고 잘만 하더라. 아무래도 내 몸이 허하거나 쓸데없는 데에 용을 쓰며 힘 조절을 잘못하는 것 같다. 힘을 쓰되 힘들이지 않는 법이 있으려니 한다.
아침에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내려왔으면 하시는데 며칠 있다가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내일 시민미술학교 전시회 설치하고 모레부터 일주일동안 전시가 있고 목요일에는 푸르메병원 어린이병동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 데리고 내려가서 주말 보내고 와야 할 듯싶다.
2009.12.21
1. 일회용 라이터
가스 떨어진 지 며칠 된 일회용 라이터
흔들어도 보이지 않지만
가스 기운 아직 남았는지 며칠 용케 불 켜지더니
이제 탈진해서 불 안 켜진다.
입원하신 아버지 전화드릴 때마다
가스 빼 쓰기만 했지 채우지는 못하는 일회용 라이터 불꽃같이
목소리 더 잦아들고
침상 위 뼈만 앙상하게 늘어진 아버지 팔목 같은
다 쓴 라이터 차마 못 버리겠다.
2. 전시 설치
시민미술학교 올 한해 마무리 전시 설치를 했다. 서각반은 재료비와 전시 지원금으로 표구를 하게 했더니 작품이 더 멋들어지고 그럴듯하게 되었다. 작품 수는 지난해보다 적지만 보기에도 좋고 완성도도 높아졌다. 서각반은 내가 선생님이지만 불화반은 학생으로 참여했다. 이번에 지장보살 채색된 불화 한 점을 표구해서 걸었다. 이래저래 뿌듯하다.
3. 곰국
어제 새벽 고향에 계시는 육촌 형님에게서 전화 왔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버지 병원에 입원하신 뒤로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는 일이 잦다. 아버지께서 형님에게 전화하셔서 나 내려오라고 하신단다. 아버지께 전화 드렸더니 몸이 안 좋고, 입맛도 없어 죽도 못 넘기겠고 곰국이나 마셨으면 입맛이 돌아올까 싶다고 한다. 시민미술학교 전시 설치도 있고 공연 약속 잡아놓은 일도 있고 해서 며칠 안에는 내려가기 힘들 것 같아 며칠 후 내려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끊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혹 곰국 못 드시고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나 죽을 때까지 내내 마음 안쓰럽고 맺힐 것 같아, 곰국 볼 때마다 죄스럽고 한 될 것 같아, 전시설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원에서 난 농원 하는 육촌 형님께 전화 드려 사정이야기를 하고 짬 내서 곰국 한 그릇 사다 아버지 드시게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했다. 저녁에 전화 드렸더니 곰국 사다 드렸더니 두 그릇이나 맛있게 드시고 남은 건 남겨놓고 내일 드시라고 했다 한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버지께 전화했더니 기운 돋은 목소리로 받으신다. 잘 드셨다고. 입맛도 돈다고.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 데리고 찾아뵙겠다고 하고 전화 끊었다.
비망록
느티나무 음각
세로 23Cm 가로 30Cm 두께 2.8Cm
날아올라
은행나무 음평각
세로 33Cm 가로 45Cm 두께 2.8Cm
첫댓글 "비망록" 수목장을 하셨나 봅니다.
"날아올라" 꿈과 희망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 오르는 모습을 잘~ 표현 하신거 같습니다.
느티님~
갑자기 날씨가 많이 쌀쌀 합니다.
늘~감기에 조심 하시고예~
예. 수목장에 달아놓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화학 코팅을 못하고 천연오일과 동백기름을 열 번 넘게 먹였습니다. ㅎ
고맙습니다. 행촌님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