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속뜻은 인도가 그만큼 신비하고 매력적이어서 한번 갔던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인도를 두 번 방문하였지만 두 번 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간 것이지 무슨 매력을 느껴서는 전혀 아니다. 하긴 90년대 초 나도 첫 번째 인도 방문시 회의를 마치고 한주일 정도 적절한 아쉬람에 머물며 피정을 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막연한 인도영성에 대한 호기심은 뉴델리의 사람 다니는 인도(人道)에 살림살이를 늘어놓고 살아가는 거지가족들과 유적지라도 보려고 차에서 내릴 때마다 새까맣게 몰려들어 동냥을 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면서 인도영성에 대한 망상을 깨끗이 버리게 되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 했거늘 주거지는 물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치 못한 상태에서 무슨 영성(靈性)이란 말인가?
그래도 인도에서 하나 건진 것도 있다. 뉴델리에서 자동차로 5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에서 미화 100 달러를 주고 혼자 앉아 기도할 수 있는 크기의 러그(Rug) 를 하나 샀다. 독실한 무슬림들은 자기가 기도하는 러그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카펫상점 주인은 러그를 팔면서 친절하게도 휴대하고 다닐 수 있게 코끼리가 수놓아진 작은 배낭도 주었다. 무슬림들이 자신의 기도방석을 갖고 다니는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나도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하느님과 통교를 하려 할 때 지난 날 하느님을 만났던 장소에서 한다면 더 쉽게 그날의 감정이 이입(移入)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신앙의 역사가 서린 러그에 앉으면 더 빨리 영원과 접속되지 않겠는가!
요즈음 성당의 지금 자리에서 내가 처음 우이동 명상의 집 수도원 성당에 들어와 앉았던 자리를 보며 회상에 잠긴다. Recollection!
Collect 는 모으다, 수집하다는 뜻이니 Recollect는 다시 모으다. 흩어진 것을 다시 모으는 회상이다. 성서의 신명기계 문헌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오늘과 내일을 위한 교훈이 되도록 만든 역사서이듯이, 개개인도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취사선택(取捨選擇)하고 재배열, 재해석 하며 자신의 구원사(救援史)를 편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