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跳躍)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자전거 길이 닦여진 해안로는 바다가 탁 트여 보여서 좋다.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그야말로 만경창파를 느끼고 볼 수있는 비경이다, 너울대는 바닷물은 더 없이 푸르고 깨끗하며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보기에도 활기차다. 이것들이 이른 아침 햇살을 받고 뛰어오르며 생동감을 연출한다.
이즈음 나는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나와 이곳에서 질주하는데, 그때마다 물고기들이 환영하듯 도약하며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그것들은 대다분이 숭어새끼와 문절구 치어들이다. 한데 게중에는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활짝 펼쳐서 거의 10미터도 더 나는 날치도 있다. 그걸 보노라면 새삼 도약(跳躍)의 의미가 새겨진다.
도약하면 우선 운동종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체조선수의 띔틀 경기다. 여홍철에 이어 이주영, 그리고 마침내 양학성이 자기 이름이 붙은 소위 '양학성 2' 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생각이 스친다.
도약은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속에는 발전과 약진의 다의적인 뜻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 도약의 한자가 재미있다. 뛰어오름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발 족(足)변이 두 글자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마치 도약을 위해 생겨난 글자인 것만 같아 보인다.
도약을 생각해 본다. 도약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튼튼한 구름판이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 몸을 비빌 언덕과 함께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기량 연마도 요구된다.
숭어나 문절구는 꼬리를 힘껏 흔들어 뛰어오르고 날치는 가슴 지느러미를 쭉 펴고서 바람을 가르며 수련위를 나른다. 그 자체가 구름판인 셈이다. 구름판을 뛰어오르는 건 자기 성취 이상의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그래야만 살아 남을 수 있기도 하지만 꿈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하면서 이 구름판을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나는 실로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글의 세계에 뛰어들었는데, 탄탄한 이론무장이나 남의 시선을 끌 그럴듯한 간판도 없이 혼자 숨어들어서 해온 글쓰기였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는 수도 없이 겪고 좌절은 밥먹듯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글 쓰는 환경도 여의치 못했다. 생업을 위해 잡은 직장은 글을 쓰는 일과는 동떨어져서 글 쓰는 것이 흉이 될지언정 칭송을 받을 일이 못되었다.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못하였다.
다만, 내 문학의 싹을 자극한 것은 순전히 자각에 의한 것이었다. 학창시절 공모전에 몇 차례 입상한 것이 오기로 작동했다. 당시에 함께 글을 썼던 문학 소년들이 한사람씩 빛을 보기 시작하여 고을에서 그들을 기리는 문학관이 세워지고, 조명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도 해보자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직장에서 성공도 중요하지만, 옛날부터 꿈꾸어온 글쓰기를 해보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써온 작품은 800여편. 출간한 책만도 10권을 넘겼다. 등단이후 한눈팔지 않고 몰두하여 써온 결과물이다.
한데 그것이 나로서는 구름판이 된 셈이다. 한편 한편은 부엽초처럼 떠서 힘을 받게 해주지 못했으나 이것이 합쳐져서 단단한 도약대가 되어준 것이다. 이것의 첫 결실은 과분한 문학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번에 받게 된 한국문협작가상은 내가 언감생심 욕심낸 바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실 기대라는 것도 스스로 응모해놓고 바라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문협에 관계한 분이 나도 몰래 적극 추천했던 것이다. 당신도 전화하여 알려주길 자기가 대신 추천을 하기는 했지만 경합이 치열한 문학상이다 보니 장담할 수가 없었다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잠시 멍해져 있다가 마음을 써준 배려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글을 쓰는 일은 무슨 상을 바라고 하는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내 문학이 어디에 와있으며 어떤 평가를 받는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으로써 어느 정도 문단에서 평가를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나는 나의 수필의 기조를 ‘독특한 나만의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해왔다. 문인이 넘쳐나지만 책읽기를 기피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그나마 존재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그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것도 이참에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의 관심은 잊혀가는 5,60년대의 고향 풍정, 남들이 무심히 스쳐 지나가 버린 것들을 찾아 되살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꾸준히 나아갈 참이다.
스스로 도약대를 어느 정도 구축했으니 나태하지만 않는다면 소망한 뜻을 이뤄가지 않을까 한다. (2015)
첫댓글 750 여 편의 작품과 10권의 책을 上梓하셨으니 수필작가로서의 位相이 자랑스럽습니다.
참으로 그간 지방 작가로서 孤軍奮鬪 切齒腐心의 노작이 아닌가 생각할 때 존경스럽군요!
부인의 오랜 와병 간병 수발 중에도 連延世世 多作과 受賞으로 古稀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洪福입니다.
글을 쓰는 작업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생각되는데, 부족한 재능과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는 길을 그저 묵묵히 열심히 쓰는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선생님도 열심히 쓰고 계시는 성과물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아늑한 돌담길을 걷다보면 돌덩이 하나하나에도 정감이 가고, 나름의 의미를 짚어 볼 수 있지만
그 돌덩이들이 질서정연하게 한 몸을 이루어 형성된 돌담의 운치에 비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저는 그렇게 잘 쌓여진 강담을 바라보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곤 합니다.
진실로 등하불명이요 늘 곁에서 보았기에 귀한 줄 몰랐던 보화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입니다.
선생님, 요즈음의 칠십은 인생의 하프타임일 뿐이니 더욱 건승하시고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이전보다 못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그대신 지혜나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는 더욱 깊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왕에 문필의 길에 들어섰으니 열심히 쓰고자 합니다. 열심히 쓰는중에 마음에 든 작품 하나 건진다면 보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약이란 글을 자주 봤으면서도 발 족(足)자가 두 개인줄 이제야 알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양선생님, 작품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관찰하고 열공하시는 선생님의 열정에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더욱 강건하셔서 멋진 집필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소재를 붙잡고서 한편의 수필을 엮으려고 딴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