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일찍 운동을 다녀 오다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이웃의 안ㅇㅂ씨가 자전거에 배낭을
싣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님 뭐하러 가시려고요?" 하고 물었더니 "버섯을 따러가네."하고 대답을 했다.
"어디로로요?'하고 다시 물었더니 "동막골이지 어디야. 자네는 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으니
멀리도 가지만 나야 갈곳이 거기 밖에 더 있겠어." 하며
배낭이 떨어지지 않계 단단히 고무바를 동였다.
나도 어제 산에 가서 몇송이의 싸리버섯을 따서 왔지만 요즘 며칠동안 비가 계속해서 내리더니
산이든 집근방이든 온갗 야생 버섯이 돋아 나고 있다.
산에 가는데 차를 타고 가지는 않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의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의 산들은 임도가 닦여 있어서 웬만큼 높은 곳까지 오토바이로 올라 갈수가 있다.
그러나 버섯이 있을 만한 산이라고 아무 산이나 올라 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버섯은 산이 깊은 곳에 있고, 그곳을 들어 가려면
산기슭의 밤나무 밭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밤이 생산되는 밤의 특산지이다.
나는 어려서 부터 밤이 흔한 곳에 살면서 밤의 맛에 대해서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였던가 어떤 지방의 밤을 먹을 기회가 있어서 먹어 보았더니
밤이란 이름의 껍질 속에 들은 것의 맛이 그렇게 다른 수가 없었다.
'밤 같은 고구마'라는 말을 하는데, 반대로 '고구마 같은 밤'이었다.
같은 품종이라도 이곳의 토양이 밤에 적합하기에 그렇게 좋은 맛의 밤이 생산 되는 모양이다.
정안면이 속한 공주시의 '공주밤'은 품질이 좋다.
하지만 공주 밤이 양궁의 과녁에서 중심점인 '텐'에 해당 되는 맛이라면
'정안 밤'은 그 정가운데의 '퍼펙트텐'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등 도시에 가면 '정안 밤'이라고 포장 된 밤이 많이 팔린다.
하지만 그것을 사먹어 본 사람들의 말이 별로라고 한다.
그것은 타지역의 밤을 정안밤 상자에 포장해서 유통되는 것을 사 먹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정안밤을 사려면 이곳 마을금고가 운영하는 생산자협회나 농협,
우체국에서 인터넷으로 파는 것을 사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땅이 없어서 밤나무 한그루를 가꾸지 못하고 사는 내가 이곳
'정안밤'을 광고하는 것 같은 말을 하게됐는데, 그렇게 밤의 특산지가 되다보니,
옛날에는 잡목이 우거졌던 산들이 산꼭대기 부근이 되는 국유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밤나무 산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버섯이 있는 산꼭대기에 가려면 부득이 그 밤나무 산을
지나야 되는데, 그 산들에는 밤나무 주인이 지키고 있다가 "버섯을 따라 가는 줄 어떻게 믿느냐?
밤을 도둑질하려고 온 것이다."라고 하면서 막아 선다.
몇해 전, 그 해에도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버섯이 많이 돋아 났었다.
늘 가던 산들이 싫증이 나고, 그런 산들은 나 말고도 버섯을 따려는 사람들이 버섯의 숫자보다도
많이 몰려서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안자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친구와 둘이서 가 보았다.
주인이 막아서면 얼굴을 보이면 되고, 얼굴을 보면 이웃 동네 사람이니
얼굴을 알아 보고 괜찮으려 생각하고 밤나무 밭을 지나는데, 등뒤로 "이봐 뭣하러 가는 거야"하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조의 거친 것이 "이 도둑놈들아 밤 훔치러왔냐?"하는 것 같았다.
예상했던 것이고, 얼굴을 보면 아는 사람이라 괜찬겠지 하며 가던 걸음을 그대로 재촉촉 했는데,
때릴 듯이 쫓아 온 얼굴을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전의 산주인이 외지 사람에게 산을 팔아서 주인이 바뀌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 꼭대기에 버섯이 있어서 가니 양해해 달라고, 좋은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주인이 막무가내로 그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막아서길래
"이따가 내려 올때 배낭을 확인해서 밤 한개라도 주웠으면 내가 딴 버섯을 모두 드리겠다"고
하면서 오기로 지났다. 주인은 그런 우리를 믿지 못하고 우리 뒤에서 악담을 했지만
주인의 입장이라면 우리를 믿어야 될 아무런 단서도 없었으리라.
그날 우리는 배낭 가득히 싸리 버섯을 땄고, 내려 올 때에 주인에게 확인할테면 하라고 하면서
내려왔다.
도시에서만 사는 분들은면 "그렇게도 시골 인심이 각박해냐?"고 의아해 할 것이지만 시골의
풍속이 달라진 것을 모르는 말이다.
이곳은 현재 천안-논산고속도로와 23번 4차선국도,세종시로 향하는 고속도로 못지않은 도로가
깔리어 있지만, 옛날에는 마을을 지나는 비포장국도가 전부여서 천안시와 공주읍에 나가는 것도
한시간이 더 걸리는 버스가 교통수단의 전부였기에 생산을 하는 농산물은 이곳의 5일장에서
헐값으로 팔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어차피 돈이 되지 않는 것이라 이웃간에 나누어
먹었겠지만. 지금은 집집마다 소유한 차에 싣고 나가기만 하면 돈이 되는데, 돈이 되는 것에
인심이 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릴 때 우리집에는 두그루의 큰 밤나무가 있었고, 이맘 때는 알암이 벌기 시작해서
바람이 부는대로 밤이 쏟아졌고, 그 쏟아진 밤은 아무나 주워갔다.
그러다 밤이 다 여물면 아버지가 장대로 털었고, 그 턴 밤은 그제서야 우리집의 몫이었다.
그것은 우리집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두 그랬다. 그 밤을 털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참 정신 못차리게 변하는 세상이다.
40-50년전에 시골을 떠난 사람들은 시골은 인심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지금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같다. 그런 사람이 밤나무 아래를 지나다 떨어진 밤을 몇개 줍는 것은
전혀 악의가 없는 행동일 것이지만 주인에게 발견되면 곤욕을 치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밤을 털지 않는다. 때가 되면 알암이 쏟아지고 주인은 그것을 주워서 판다.
장대로 털면 밤나무가 상하기때문에 전지하는 것 외에는 밤나무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
돈이 되기에 눈에 불을 켜고 지키기도 하지만 밤 농사를 짓는 것도 많은 영농비가 든다.
밤나무 묘목을 사서 심은 뒤 봄에는 전지를 하고 비료를 주어야되고, 가을이면 밤을 줍기 위해
밤나무 밑의 잡풀을 제거하고 밤을 주울 때는 손이 모자라 비싼 임금을 주고 도시에서 까지
사람을 데려 오기도 한다.
그렇게 돈과 노력으로 가꾸어진 밤을 줍는 것은 밤나무 주인의 말대로 훔치는 행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도시 분들이 차를 갖고 지나다 몇알의 밤을 주웠다가 "차를 대놓고 밤을 훔쳐갔다"
는흉악한 누명을 쓸 수 있으니 악의 없이 욕을 당하는 것을 조심해야 될 것이다.
아무리 밤을 주울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아는 곳이 아니면 함부로 산에 들어 갈 수가 없다.
언젠가 이웃의 신ㅇㅈ씨가 나에게 "자네 참 지독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그 분의 밤나무 밭을 지나며 땅에 지천인 밤을 보면서도 허리 한번 굽히지않고 지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인데, 한두개는 주워서 맛을 보는 것이 본능인데 인간미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하불정관(李下正冠)이라고 하잖아요"하며 웃었지만
그것은 속을 아는 사람끼리의 경우이다.
정말로 밤을 도둑 맞은 경우도있기는 있다고 했다.
차를 대 놓고 몇자루를 주워가기도 했다는 말이 들리기도한다.
버섯이 나자 어김 없이 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너무 바빠서 마을금고 산악회도 9월 산행을 취소한다고 했다.
밤과 버섯이 같이 나는 것은 정말로 버섯만을 채취하려는 사람에게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다.
일년에 단 한례 밖에 맛을 볼 수 없는 싸리버섯과, 늦밤이 떨어 질때 돋아나는 능이버섯을
따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옛날에는 없었던 걸림돌이 되고있다.
지금도 밤나무밭을 지나야되는 곳에 버섯이 무수히 돋아 있을 것이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 한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들이지만 이제는 주인의 눈총을 받으며
지나갈 오기가 없어졌다. 버섯을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 그 욕을 먹기는 싫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그런 오기를 부리며 버섯을 따러 다니는 동안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밤나무 밑을 지나다 주인이 없으면 배낭 가득히 밤을 줍는 사람은 산에 올라서는 가져간
음료수 병등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란 것과. 악의 없이 지나는 사람에게 "야 이 도둑놈아"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의 밤나무 밭에는 썩지 않는 비료푸대와농약병들이 아무데나 굴러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밤나무 밭을 지나더라도 밤을 줍지 않고,
그렇게 지나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는 있을까?
오늘 밤부터 한 이틀 또 비가 온다고한다.
그 비가 그치면 아내의 성화가 아니라도 산에 가보려 한다.
싸리버섯을 따고 가을이 다 가기 전, 밤나무 밭을 피해 돌고 도는 그 곳에 능이버섯이 돋아나서
향버섯이라고도 불리는 그 버섯의 향기로운 맛을 보는 가을 였으면 좋겠다.
좋은글입니다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글 읽고갑니다
작가 하세요. 잘 읽고갑니다...
좋은글입니다...
능이향이 그리운계절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글이 맛깔나네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담백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저도 촌놈이라 옛날이 생각 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낙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나무에서 나는 한입크기버섯도 있다는 것을...
많고 많은 여러종류의 버섯이 있다는것을...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듯 많은 것을 주는만큼 사람은 그것들을 잘 보전하고 지켜가야 할것임을 명심해야 할진데
일부 그렇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