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마을; 하곡(霞谷)리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까,
커다란 은행나무가 반겨 준다.
겨우 백살도 안 되는 사람들의 수명이 비교된다.
몇 세기를 지나는 동안
동네 아이들이 심심찮게 올라가 놀았을 듯한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오늘은 빈 저녁 노을만 내려 비친다.
"얘들아. 또 놀러 오렴...!"
큰 은행나무는 줄기도 크고 가지도 많고
열매도 많이 달리지만
해마다 참으로 많고 많은 은행잎을
달았다가 떨어뜨리곤 한다.
그 수많은 은행 잎 중 하나가
물이 가득 찬 둥근 물통에 떨어져 있다.
그에게는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아이디와 비번,
소속되었던 가지, 재산세 목록, 등의 자료는 없다.
1959년 9월 17일 추석날 아침의 [사라호태풍]과 같은 인연으로
2003년 9월 11일 추석날 저녁의 [태풍 매미]는 찾아왔었다.
밤새 불안했던 시간이 지나고
아침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창하기만 하다.
동해남부선-안강역 플랫홈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나의 동쪽 창문이 있다.
아침마다 한 번씩 이 창문을 열어 본다.
오늘 창밖 풍경은 아주 색다르다.
[태풍 매미]가 새 하늘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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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석의 디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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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타령
인간이별 만사중에 독수공방에 상사단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에헤야루 사랑도 매화로다
안방 건넌방 가루다지 국화 새김에 완자 단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에헤야루 사랑도 매화로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자고 그제께 밤에는 구경가고
무슨 염치로 삼선 버선에 볼받아 달라느냐
좋구나 매화로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에헤야루 사랑도 매화로다
나돌아가네 나돌아가네 떨떨거리고 나돌아 가누나
좋구나 매화로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두견아 울어라 사랑도 매화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