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진짜 있다" 北核총책 이춘선 증언
월요신문 단독보도 “천마산 지하서 89년부터 생산” 제보자들 숙청
3월 13일자 주간지 <월요신문> 은 “북핵은 천마산 지하에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 시설이 미국이 예측한 금창리가 아닌 평안북도 천마산맥 해발 1119m 천마봉 지하에 위치해 있다”고
보도했다.
월요신문은 중국 소식통으로부터 99년 여름 중국 공안팀에 검거된 천마산발전소(별칭) 리춘선 소장이 심문과정에 밝혀진 문건을 제공받았다며 이같이 밝히고는 천마산 발전소 배치도와 위치도도 함께 게재했다.
이 주간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리춘선은 “북한의 핵시설은 금창리가 아니라 금창리에서 30㎞쯤 떨어진 천마산 지하에 있고, 금창리
지하시설은 천마산 지하에 있는 핵물질 추출 공장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를 빼내는 곳”이라고 진술했다.
또 북한이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미국이 금창리
지하시설을 핵 시설로 단정하게 됐다는 배경설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리춘선씨가 진술한 이 문건에 따르면 84년부터 인민부력부 공병국 제2사단이 천마산 지하터널 공사를 착수했고, 이 지하터널에는 핵물질 생산라인이 설치됐다. 이 공사는 86년 말 완공돼 89년부터 생산가동이 시작돼 하루 1300MK의 핵물질을 생산해 냈다.
월요신문은 또 중국 소식통의 발언을 빌려 공안팀이 적나라하게 설명한 리춘선의 증언을 북한 당국과 교신을 통해 알아본 결과 사실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 여부를 놓고 여론 시비가 일었으나 월요신문 보도로 이러한 시비는 일단락 될 전망이다.
다음은 <월요신문>이 보도한 ‘북핵은 천마산 지하에 있다’의 전문이다.
"천마산 발전소는 핵물질 생산기지"
북한 지하 핵 공장, 천마산 발전소의 비밀 독점 공개
문건 유출 뒤 조선계 공안요원 7명 극비 숙청
금창리는 허상... 실체는 30km 떨어진 천마산 지하기지
북한의 핵 시설이 평안북도 천마산맥 해발 1119m 천마봉 지하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 기지를 '천마산 발전소'라는 공식 명칭을 쓰면서 대외적으로 은폐해 왔고 금창리 발전소 2기를 천마산 지하터널 내부에 설치해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은 천마산 지하 핵시설을 가동해 오면서 이미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최소한 2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본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천마산 지하 핵공장 총책으로 활동했던 인민무력부 작전국 부국장의 진술서와 핵시설
조감도 그리고 사진을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99년 여름. 중국 공안팀은 의외의 거물(?)을 낚았다. 북한으로부터 건너온 천마산발전소(별칭) 소장 리춘선(64세)을 검거 한 것이다. 훗날
알려진 것이지만 그는 단순한 발전소 소장이 아니었다. 북한당국이
극비에 핵물질을 생산해 오고 있던 핵 기지 총책이었다.
그러나 리춘선이 검거 될 당시 중국 공안팀은 그를 희귀석(자수정의
일종으로 알려짐) 판매상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나오는
희귀석을 중국에 들여와 몰래 판매하다 검거됐기 때문이다.
"리씨 북송돼 사망했을 것"
3개월간의 공안팀 심문에서 2개월동안의 묵비권을 행사하던 리춘선이 입을 열자 공안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북한 평북에 위치한 천마산 지하 핵물질 생산공장의 관리소장이자 인민무력부 작전국
부국장으로 인민군 장성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리춘선은 공안팀의 심문에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기지는 금창리에서
30km떨어진 천마산 지하터널 속에 있다"고 진술하고 "금창리 핵시설
가능성을 예고한 미국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리춘선의 증언은 그가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돼 조사 받는 과정에서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중국의 소식통으로부터 리춘선의 조사과정이 담긴 진술서와 천마산 일대 지하 핵시설의 조감도, 당사자인 리춘선의 사진을 입수했다.
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리춘선은 "북한의 핵시설은 금창리가 아니라 금창리에서 30km쯤 떨어진 천마산 지하에 있고, 금창리 지하시설은 천마산 지하에 있는 핵물질 추출 공장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를 빼내는 곳이다.
그런데 북한은 배기가스를 잘못 처리해, 금창리 지하터널 앞에 있는
평야지대로 대량 유출하는 사고를 겪었고, 그로 인해 금창리 일대의
수목이 노랗게 말라죽어 미국은 금창리 지하시설을 핵 시설로 단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금창리서 핵물질 사고로 '유출'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리춘선의 증언은 모든 정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고 공안팀이 북한 당국과 교신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춘선은 공안팀에 이같은 진술을 한 뒤 북송되었고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기자는 리춘선의 북송 사실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하진 못했고 다만 추정으로 밝히는 바 임.) 소식통은 또 이같은 사실들이 외부에 일부 유출되면서 중국 공안당국 내 조선계 요원 7명이 숙청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해왔다.
미국은 한때 금창리 일대에서 핵 농축액 일부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후 후속물증을 밝히는데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리춘선의 진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춘선은 특히 자술서에서 "84년부터 인민부력부 공병국 제2사단이
천마산 지하터널 공사를 착수했고 이 지하터널에는 핵물질 생산라인이 설치되었다"고 밝히고 "이 공사는 86년 말 완공되어 89년부터 생산
가동이 시작 돼 하루 1.300MK의 핵물질을 생산 해 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고위당국자 출신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천마산 지하에 핵시설을 가동했다면 그것은 농축 우라늄을 생성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면 지난 48년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과 같은 수준의 무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94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 핵 존재를
인정했던 사례가 있다"며 "당시 백악관 안보팀 군사무기 담당관은 '북한이 완성된 1기의 핵과 생산중인 1기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당시 맺어진 북미 '제네바 협정'에서 핵 '동결'(nucleus freeze)이란 용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즉 '동결'이란 의미는 기존의 핵 보유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되 향후 핵 개발에 대해서만큼은 동결할 것을 명시한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언은 미국 관리들의 입에서도
여러차례 거론돼 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후버연구소 주최 강연회에서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을 가동해 6∼8개
핵무기를 더 보유하게 되면 이를 테러국이나 테러조직에 판매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고 " 북한이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핵무기
6?8개를 추가로 만드는 데 충분한 물질을 가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가능성만으로 언급됐던 핵보유 문제를 단정적인 어투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정보 사이드에서도 '북한은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이란 말을 틈틈이 흘리기 시작하더니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같은 견해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주한미군은 올해 이를 전제로 내부교육용 간행물을 만들었고, 일본정부에도 미국의 이런 입장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94년 북한 핵 보유 '인식'
특히 2001년 12월 미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무기
1∼2개를 제조했다는 판단을 지난 90년대 중반에 내렸다'고 명시돼
있고 한편으론 이미 북한이 우라늄탄이건, 플루토늄탄이건 핵과 이를
나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끝마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중국 소식통에 의하면 99년 10월경 리춘선에 관한 첩보가 한국
내 모 기관으로 흘러들어 갔고 미 CIA는 이 첩보를 접한 즉시 리춘선을 '미국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리춘선이 밝힌 천마산 지하 핵시설은 북한이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정부의 확증을 심어준 계기가 됐던 것이다.
중국 공안팀이 작성한 리춘선의 조서를 읽어보면 천마산 지하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우라늄을 정련해 정광을 만드는 시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핵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 정광을 수입하고 있으나,
북한은 직접 우라늄을 채광해 정광→변환→농축→성형가공을 거쳐
핵연료를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미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천마산 기지문제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북전문가들도 지난해 방북한 켈리 특사가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에게 증거를 제시했고 강 부부장도 북한의 우라늄탄 제조기술에 대해
솔직히 시인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은 정치범 몫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발전용 원자로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플루토늄(금속)을 야구공만하게 만들어 그 위에 고성능
폭약을 붙여 폭발시키면 그게 바로 핵폭탄이 된다. 또 하나는 북한에
많이 나는 광물질 우라늄을 농축시켜서 핵폭탄을 만드는 방법인데 이것은 플루토늄탄 제조보다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라서 94년 제네바 협의에 의해 플루토늄탄 제조를 포기한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탄을 만들어 오고 있던 곳이 바로 리춘선의 진술에서
나온 천마산 발전소일 가능성이 높다. 리춘선의 조사보고서와 천마산
핵기지에 관한 진술서는 이같은 내용을 매우 정교하게 됫바침 해 주고 있다.
그는 중국 공안당국에 수치를 적어가며 천마산 지하시설의 구조와 크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위험한 작업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정치범들이 담당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리춘선은 천마산 핵 시설 외에 함경북도 요덕에 있는 북한군의 화학무기 제조 공장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월요신문 김대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