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6주일 강론 :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9-17) >(5.5.일)
* 5월 성모성월이며 가정의 달을 맞아, 성모님의 삶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 가정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행복하길 기도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주님 안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5/1(목) 저녁에 대구 성모당에서 레지오 세나뚜스 주관으로 성모의 밤 행사가 있었는데, 소년레지오인 천사의 모후 pr. 5명이 참석했고, 5/4(토)에 100차 주회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길 바라면서, 100차 주회 기념선물로 예쁜 묵주를 줬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5/21 부부의 날) 부부사랑에 관련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떤 신부님이 병원에 환자방문을 갔는데, 어떤 할머니가 당신 남편도 신자라며 기도해달라며 붙잡았습니다. 할아버지는 10년 이상 식물인간이셨습니다. 젊은 시절 방탕하게 지내며 밖으로 나돌던 남편이 병으로 쓰러지자, 할머니는 남편을 간호하셨습니다. 속에 천불이 나서 꼴 보기 싫을 텐데, 그 할머니는 정말 속도 좋았습니다. 처음 몇 년은 남편이 말하고 움직였지만, 점점 의식을 잃고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자식 없이 할머니가 평생 일해 마련한 집은 사기 당해, 살림살이를 다 들고 병실에서 사셨습니다.
그런 사정을 듣고 교우들이 방문했지만, 차츰 발길이 끊기더니 할머니 혼자 환자를 돌봤습니다. 교대해줄 사람도, 휴식도 없이, 아내도 몰라보는 남편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기도하면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간 자매님이 남편을 떠나보내고 편히 쉬라고 하자, 그런 말 듣는 게 제일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부부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한 명이 절뚝거리며 못 걷는다고 버릴 수 없다며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참 위대한 신앙인입니다.
2.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글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내가 본 이태석 신부는 완벽한 성인이 아니었습니다. 힘들 때 소리죽여 울고, 또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위대한 희생과 봉사 뒤에는 매일 밤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뇌로 눈물 흘리는 한 인간이었습니다.
고국과 이역만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예방접종을 못해 죽어가는 병자들과 배고파 우는 아이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봉사는 견디면 되는데, 적막함과 문명과의 이별, 뇌가 정지된 기분. 힘들고 지치면 가끔 들에 나가서 울고 옵니다.”
한없이 위대하게 느껴져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존재로 생각했던 그가 나처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도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려워 울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노력하면 된다는 것,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은 없다는 것, 그것이 이태석 신부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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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님처럼 의사이면서 신부인 분이 드물고, 또 그렇게 외국에서 활동하시다가 임종하는 경우는 더 드뭅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손기철 신부님이 유일한 의사 출신입니다. 아무튼 이태석 신부님은 남수단에서 불철주야 애쓰다가 대장암으로 2010년 1월 49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언젠가 꼭 복자, 성인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3. 인도사람 썬다싱이라는 사람이 어느 추운 겨울날, 친구와 함께 네팔의 산골짜기를 걷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눈보라 속을 헤치며 가고 있는데, 인적 없는 산속에서 눈 위에 쓰러져 죽어가는 행인을 보았습니다. 썬다싱은 함께 가던 친구에게 번갈아 업고 가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쳤소? 우리도 죽을지 살지 모르는 이 상황에 저 사람을 업고 간다는 말이오?”라고 쏘아붙이고는 먼저 내려가 버렸습니다.
썬다싱은 어쩔 수 없이 그 행인을 혼자 업고 마을까지 내려갔습니다. 업혀 있던 사람은 썬다싱의 체온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몸이 녹아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살려고 앞질러 지나갔던 친구는 추위에 얼어버렸고, 싸늘한 시체가 되어 마을 길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말 불쌍하고 어리석은 영혼이었습니다.
4. 어느 동물이든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만, 물고기들도 새끼들을 사랑합니다. 연어는 매년 2월에 알을 낳는데,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는 곧 죽습니다. 그 이유는, 어린 새끼가 어미의 살을 먹고 자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현상은 거미도 그렇습니다. 여러 새끼를 살리기 위해서 어미가 자기 생명을 아낌없이 바칩니다.
그런데 하느님 모상인 우리는 어떻습니까? 예수님은 세상 모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고,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되기 위해 미사 때마다 당신 몸, 성체를 주십니다.
“제2의 예수님”이라 불렸던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말을 타고 성당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길가에 있던 나병환자가 구걸했지만, 성인은 어떤 생각에 잠겨 병자 앞을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병자 앞을 그냥 지나쳐왔다는 것을 알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가진 돈을 병자에게 다 주려고 했습니다. 병자가 미안해하며 더러운 손을 못 내밀고 머뭇거리자, 성인은 불쌍한 병자의 손을 잡고 포옹했을 때 병자의 얼굴이 갑자기 예수님 얼굴로 변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적이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고, 가족, 하느님과 이웃을 더욱더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