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 지은 성이다

▶ 2012년 7월 21일(토), 흐리고 비
- 독일, 슈방가우(Schwangau)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기상 05시 30분, 조식 07시, 뮌헨 출발 08시.
아침기온 섭씨 14도. 공기가 제법 차다. 슈방가우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간다. 슈
방가우는 뮌헨에서 남서쪽으로 110㎞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에
위치하여 산과 호수 등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객들은 주로 뮌헨에서 기차로 2시간 걸리는 퓌센(Fussen)으로 가서 버스 타고 슈방가우
로 온다. 우리는 자동차로 간다. 이왕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기로 했으니 그 성의 주인이자
바이에른 왕국(Bayern, 영어로는 Bavaria)의 왕이었던 루트비히 2세(Ludwig Ⅱ, 1845~1886)
가 그의 주치의와 함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스탄베르그(Starnberger) 호수를 보러간다. 뮌
헨 벗어나자마자 슈방가우 가는 길목에 있다.
스탄베르그 호수는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다. 호수물이 아주 맑다. 물안개라도 피어오른다면
피안으로 보이겠다. 백조 한 마리가 누가 보든 말든 몸단장에 여념이 없다. 루트비히 2세는
백조와 인연이 깊다. 그는 바그너를 좋아했고,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영감을 받아 백
조의 전설을 실현하고자 했다. 성을 절벽 위 암반에 마치 백조가 앉아있는 모습으로 지었고
(노이슈반슈타인이 ‘백조가 앉은 바위’라는 뜻이다), 성안의 벽화, 집기에도 백조의 우아한 모
습을 그려 넣었다.
시원하게 뚫린 국도를 달린다. 로만틱(Romantische) 가도다.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너른 평원은 맨 골프장으로 보이지만 다가가면 목장이다. 하늘금이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는
나지막한 구릉이 끝나고 갑자기 산이 험악해 보이기 시작하면 거기가 슈방가우다. 산기슭으
로 낯익은 성채가 눈에 띈다. 그간 영상과 사진에서 숱하게 보아온 성채다.
10시 10분. 노이슈반슈타인 성 주차장 도착. 온 동네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주차장 옆에 호
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도 볼거리다. 호엔슈방가우 성은 루트비히 2세의 아
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가 살았던 성이다.
두 개의 성을 겉만 보려면 몰라도 성안까지 들어가려면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그것도 알아들
을 수 있는 언어로 해설하는 시간대를 골라야 한다. 그냥 여기까지 와서 입장표를 사려면 길
게 늘어선 줄도 줄이지만 표가 매진되는 수가 있다.
호엔슈방가우 성의 외관은 동네 아무데서나 볼 수 있고, 먼저 산 위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외관을 보러간다. 마리엔 다리(Marien Bruke)가 그 경점이다. 도보로는 40분. 셔틀버스가
20분마다 다니고 말 2마리가 끄는 마차는 수시로 다닌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셔
틀버스 탄다. 성이 멀리서는 산기슭에 있는 것으로 보이더니만 산 굽이굽이 돌아 고지를 오른
다.
1. 루트비히 2세가 그의 주치의와 함께 변사체로 발견된 스탄베르그 호수. 그는 생전에 동성
애자라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2. 로만틱(Romantische) 가도, 로마로 가는 길

3. 노이슈반슈타인 성

4. 성 주변의 산

5. 성 주변의 산

6. 성 주변의 산

7. 성 주변의 산, 막시밀리안 2세와 그의 아들 루트비히 2세가 매일 조석으로 보았을 것이다

90m 깊은 협곡을 가로지른 구름다리가 프로이센의 공주이자 루트비히 2세의 어머니 이름을
딴 마리엔 다리다. 다리 놓은 주목적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체 모습을 조감하려는 것이 아
닐까 생각했는데 다리가 성보다 더 오래되었다. 성의 모습이 장중하다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릴 적 보던 동화그림 한 폭이다. 성이 놓인 자리 역시 명당이다. 수려한 암벽, 깊은 골,
옥수, 선녀탕일 팔폭팔탕(八瀑八湯)이 곁에 있다.
동네로 내려와 박물관에 들린다. 박물관에는 바이에른 왕국(1806년부터 1918년까지 112년간
존속하였다)을 이끈 막시밀리안 2세와 그의 아들 루트비히 2세의 성쇠(盛衰)를 짐작할 수 있
는 집기가구와 사진을 전시하였다. 우리나라 대한제국이왕가(李王家)의 말로를 보는 것 같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호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으로 간다. 입장 회차에 따라
해설 언어로 묶은 한 팀씩 들어간다. 방과 거실, 침실을 둘러보는 데 40여분. 화려하지는 않지
만 품위 있게 꾸몄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겨우 몇마디 단어로 전체를 해석한다. 저 피아노는 바
그너가 연주한 것이렷다 등으로. 막시밀리안 2세는 산을 알았다. 창으로 눈 돌리면 바로 거대
한 암봉이 보인다. 그와 그의 아들의 심성은 무척 고아(高雅)했으리라. 산을 보니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다.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비 뿌리다 해 난다.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을 보
러간다. 이번에는 성안이다. 입장시간 15시 25분. 어정거리다 입장시간을 그만 넘겨버렸다.
입장을 거절당해도 할 말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헛걸음한 건가? 또 표를 사야할까? 표가 있
기나 할까?
난리는 혼자 당할 때 난리인 법. 우리 이외에도 입장시간을 넘긴 사람들이 몇 있다. 다음 회차
영어로 해설할 때 입장하란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사시사철 화려한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려
외관이 특히 아름답기로 이름이 높지만 성안도 그에 못지않다. 눈 닿는 데마다 공예고 아트
다. 대체 성(궁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살려고 지었는지 두고 보려고 지었는지 의문이 든다.
들여다보느라 정신 팔려 어차피 소음인 영어해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성 밖으로 나서자 굵은 비가 쏟아진다. 셔틀버스는 끊겼다. 근처 가게에서 우비 산다. 빗속 산
길 가는 것도 운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여행에서 말고 내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산길 걸은
지 십 수 년만이다. 우비 입었겠다 비가 좀 더 세차게 쏟아졌으면 좋겠다.
8. 호엔슈방가우 성, 막시밀리안 2세가 살았다

9. 마리엔 다리에서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10. 호엔슈방가우 성

11. 성 주변의 산

12. 호엔슈방가우 성

13. 마리엔 다리, 계곡에서 90m 위에 걸린 구름다리다

14. 노이슈반슈타인 성 앞산

첫댓글 생생한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방콕에서 감상 잘 했습니다.
귀국할 때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한 여행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