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 더 종교적인 이유는?
mechanistic vs. mentalistic. 3
「종교 - 진화론적 접근(version 0.1)」을 읽고 어떤 분이 “여자들이 왜 종교에 더 많이 빠지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다. 나는 “여자들이 종교에 더 많이 빠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느냐고 반문했고 그 분은 개인적인 경험상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사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여자가 더 종교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따르면 혈액형 성격론이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경험이라는 것이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상식이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보았다.
한국의 경우에는 종교인 비율의 남녀 차이가 상당했다.
1984년: 전체(43.8), 남자(33.9), 여자(52.7)
2004년: 전체(53.5), 남자(44.3), 여자(62.5)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1) 한국인의
종교실태>
다른 분은 마이클 셔머와 프랭크 설러웨이가 만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자가 더 종교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는 그 때까지 종교성의 남녀차이에 대한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아마 읽었다 하더라도 별로 주목하지 않아서 한 귀로 흘렸던 것 같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종교적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진화 심리학은 이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 듯한 가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Charles
Crawford와 Dennis Krebs가 편집한 『Foundations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8)』에 실린 「An Evolutionary
Theory of Mind and Mental Illness: Genetic Conflict and Mentalistic
Continuum(Christopher Badcock)」를 읽게
되었다.
위에서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자폐증과 정신증(psychosis)은 서로 대척점을 이룬다. 정신증에도 여러 양상이 있는데 주로 편집 분열증(paranoid schizophrenia, 망상 분열증)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첫째, 자폐증의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에 상당히 무감각하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과도하게 민감하여 관찰 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자폐증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의도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의도에 과도하게 민감하여 낯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색정광erotomania)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코지 한다고 착각하는(피해 망상) 경우가 많다.
셋째, 자폐증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마음 상태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자폐증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잘 휘둘리지 않으며 상당히 냉정하게 사고한다. 또한 자폐증의 경우에는 거짓말도 잘 못하고 거짓말을 알아채는 데에도 서툴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사고 왜곡 즉 자기 기만이 심각하여 온갖 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자폐증의 경우 자신에 대한 의식이 별로 없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과대 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여섯째, 자폐증의 경우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에는 그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곱째, 자폐증의 경우 hyperlexia(아주 어릴 때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글을 깨우치는 것)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면 편집 분열증의 경우 난독증(dyslexia)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mechanistic’은 ‘기계적’으로 ‘mentalistic’은 ‘정신적’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만족스러운 번역어인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는 그냥 영어로 쓰겠다.
‘mentalist’는 원래 독심술 즉 텔레파시 같은 신비한 능력으로 남의 마음을 읽는 것을 뜻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들은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진화 심리학 문헌에서는 마음 읽기(mind reading)도 텔레파시 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선, 눈빛, 얼굴 표정, 몸짓,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 등을 보고 그 사람의 욕망과 믿음을 추론해내는 것을 뜻한다. mentalism은 마음 읽기 또는 마음 이론 모듈(Theory of Mind Module, ToMM)과 연결된 용어다.
mechanistic한 사고는 사물의 물리적 수준에 초점을 맞추며 mentalistic한 사고는 사물(주로 동물)의 정신적 측면 즉 욕망과 믿음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보면 자폐증은 mechanistic한 사고 경향의 극단이며 편집 분열증은 mentalistic한 사고의 극단이다.
종교와 편집 분열증은 통하는 면이 있다. 도킨스가 자신의 책 제목을 “The God Delusion”이라고 붙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편집 분열증의 망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반면 종교적 믿음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종교적 믿음의 경우에는 처녀가 임신을 하고 사람이 물 위를 걷는다고 믿는 등 지극히 망상적인 경우에도 정신병자 같아 보이지 않는다.
mechanistic-mentalistic한 경향은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룰 것이다. 한 쪽 극단에는 자폐증이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편집 분열증이 있으며 그 중간에는 정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있다. mentalistic한 경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종교인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원래 ToMM은 사람 또는 다른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의 적응적 유용성을 너무나 명백하다. 맹수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면 잡혀 먹힐 가능성이 적을 것이며 사냥감 동물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면 사냥하기 쉬울 것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이 모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사회 생활을 잘 못한다. 그들은 자폐증 환자이거나 자폐증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이 모듈이 너무나 과도하게 작동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들은 편집 분열증 환자이거나 편집증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대체로 남자가 mechanism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여자보다 더 잘한다. 공대 가면 거의 다 남자다.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더 mentalistic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그럴 듯한 가설이 있다. 두 가설은 서로 모순되지 않기 때문에 둘 모두 참일 수 있다.
첫째, 사냥-채집 사회에서 육아는 거의 전적으로 여자가 맡았다. 자식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말을 할 수 없는 아기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여자가 인간의 마음을 더 잘 읽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자가 주로 사냥을 했기 때문에 어쩌면 남자가 동물의 마음은 더 잘 읽을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를 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둘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남자는 육박전에 더 많이 의존하고 여자는 심리전에 더 많이 의존한다. 연적과 맞서 싸울 때 남자는 상대적으로 주먹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여자는 상대적으로 악소문을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훨씬 더 세다는 점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심리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따라서 여자가 마음을 더 잘 읽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자가 좀 더 mechanistic하다면 mechanistic한 경향의 극단인 자폐증은 남자가 더 잘 걸릴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Boys are at higher risk for autism than girls. The ASD[autism spectrum disorders] sex ratio averages 4.
여자가 좀 더 mentalistic하다면 mentalistic한 경향의 극단인 편집 분열증은 여자가 더 잘 걸릴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의 경우에는 남녀의 발병률이 비슷하다고 한다.
Schizophrenia occurs equally in males and females, although typically appears earlier in men—the peak ages of onset are 20–28 years for males and 26–32 years for females. (http://en.wikipedia.org/wiki/Schizophrenia)
정신증, 편집 분열증, 정신분열증 개념을 임상가들과 심리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 Wikipedia는 편집 분열증과 정신분열증을 동의어로 취급하는 것 같다. 정신분열증에는 긴장형(catatonic type)도 포함된다. 긴장형의 경우 같은 자세로 계속 있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것은 자폐증과 비슷한 것 같다. 만약 정신분열증 중 긴장형은 남자가 많고 망상형은 여자가 많다면 위에서 소개한 논리와 잘 부합한다.
편집증(paranoia)의 남녀의 발병률이 어떤지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여자가 더 mentalistic하다면 편집증에 더 잘 걸릴 것이다.
어쨌든 위에서 인용한 논문에도 써 있듯이 여자가 남자보다 더 mentalistic하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종교적인 것은 상당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두 가설이 옳다면 여자가 더 종교적인 진화론적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여자가 주로 자식을 돌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결국 남자보다 더 mentalistic하게 진화했고 그 결과 종교를 더 많이 믿게 되었다.
아직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상당히 그럴 듯하며 가망성 있는 가설인 것 같다.
첫댓글 훌륭한 가설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인 면도 고려해야 않을까요? (1) 신앙으로서의 종교도 있지만, 생계형 종교도 있습니다. 믿음은 없지만 직업적으로 가지는 종교 말입니다. (2) 직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의 경우, 시간이 남아서 종교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3) 문화적, 역사적 상황도 종교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4) 불순한(?)의도로 종교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연예, 오락, 사교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엄마가 손가락을 배인것처럼 아프다고 했을때...아들들은 딴청을 피우지만...딸들은 같이 아파하며 운다고 합니다....여성이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더 잘한다는 것은 명확한것 같네요.
그럼 왜 여성이 감정이입을 잘할까요?.....사냥-채집사회에서...여성이 육아를 전념하지만....동물들 중에는 수컷이 육아를 전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인간의 여성의 경우 임신한 경우 거의 무방비상태에 노출되는데....과거에는 여성이 어른이 된 후에는 거의 임신 상태이지 않았을까요? 현대사회에서 1-2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과거에도 여성이 임신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었을꺼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여성이 물리력이 약하게 진화한 이유를 성인 여성이 항상 임신 상태였다고 해석하는건 이상한가요??
제가 알기로는 포유류 중에는 수컷이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것은 암컷이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어류의 경우에는 수컷이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종의 경우에는 아마 수컷이 암컷보다 어린 자식들의 마음을 더 잘 읽겠지요.
왜 임신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근력의 약화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포유류의 경우 예외 없이 수컷이 더 힘이 셉니다. 대부분의 진화 생물학자들은 수컷끼리의 경쟁이 더 강렬하기 때문에 서로 치고박고 싸우다 보니 수컷이 암컷보다 더 커지고 힘이 세도록 진화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물론 왜 포유류와는 달리 사마귀나 아나콘다의 경우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지를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근력의 강화에 쓰일 에너지를 태아나 유아를 위해 쓸 수 있는 개체가 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단순한가....^^;;
자폐증vs편집분열증은 일반화시키기에는 맞지 않는게 너무 많네요.적어도 카너증후군인 오티즘 얘기는 아닌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