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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전기 / 아프리카 7
마케니에선 물이 귀하다 동네 하나씩 있는 우물도 건기엔 제대로 고이질 않고 딸네도 주일에 한 번 씩 모터를 돌려 물탱크를 채우는데 오늘은 밥 해먹을 물도 바닥이 났다 온 가족이 물통을 들고 나섰는데 다행히 학교에서 열통이나 되는 물을 실어다 주었다 물통을 거실에 모시니 바로 부자가 되었다 삼일에 한 번 세 바가지의 물로 사워하고 그 물로 걸레 빨고 다시 모았다가 변기에 사용하는데도 물소리를 낼 때마다 딸 눈치를 본다
마을엔 전기가 없다 여유가 있는 집은 발전기를 돌려 해결하지만 슈퍼나 큰 식당이 아니면 그럴만한 개인이 흔치않다 학교 사택이라고 특별히 저녁 8시에서 10시 사이 발전기를 돌려주는데 번쩍하고 전기님이 오실 때마다 손자 놈은 두 손을 들어 환성을 지른다 전기님이 가시기 전에 저녁 먹고 충전하고 침대에 든다 딸네는 한국서 가져간 태양광 전등이 셋이나 있어 낮에 햇빛에 내놓았다가 밤에 전기가 나가면 쓴다 방마다 하나씩 어둠을 밝혀주니 든든하다
냉장고, 티비, 인터넷은 시기상조고 이곳에서도 핸드폰은 시공을 초월하여 울린다 인터넷은 낮에 학교 사무실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대학생 중에도 컴퓨터를 가진 학생은 더물다 IT에 관심 있는 자에겐 황금어장일 수 있겠다싶어 밤엔 어둠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침대 밑으로 하염없이 꺼지는 매트리스와 씨름을 하다가 아예 맨 바닥에 펼쳐놓고 잔다 날이 밝을 때까지 모기에 물리지만 말자
(2012.3월)
*학교: 사위와 딸이 거기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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