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농사꾼이 텃밭에서 고개 숙여서 내려다보았다.
흰 꽃이 잔뜩 핀 아삭이고추 줄기와 가지를 노려보았다.
무엇인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얼핏 보았다.
흙빛을 닮은 노린재 벌레다.
고추 밭에는 벌레가 정말로 많이 꼬인다. 특히 노린재와 28점 무당벌레가 주종이다.
'제발 좀 농약을 쳐요'라는 아내의 말을 나는 듣지 않았다.
살균제, 살충제를 치면 농작물이 병 들지 않고, 벌레한테 먹히지 않는데도 나는 약 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농약은 고독성과 저독성으로 나눈다. 저독성이라도 식물과 땅 속에 잔류한다. 사람이 농작물을 통해서 농약을 은연 중에 먹을 수도 있다는 논리다.
내 텃밭에는 벌레가 주인이고, 이들한테는 풀밭이 천국이다.
나는 게으른 농사꾼이고, 엉터리로 농사 짓기에 벌레를 물리치는 데에는 아주 서툴다.
벌레가 눈에 띄이는 고추대를 털어서 손바닥 위로 받고, 땅바닥에 떨어뜨린 뒤에 장화발로 밟아서, 으깨 죽이는 게 고작이다. 땅 위로 잘못 떨어뜨리면 어떤 벌레는 푸르르 날아서 도망친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곤충이 많은 텃밭에서 손으로 잡는 게 무모한 짓이라는 것도 안다.
다른 작물에 비하여 고추에는 여러 종류의 노린재가 무척이나 많이 꼬인다.
냄새가 아주 고약한 버러지이라서 손끝에 살짝 닿기만 해도 속이 뒤집는다.
고약한 냄새를 내뿜어서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새의 접근을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동물한테 잡혀먹히지 않도록 벌레도 진화한 배려한 것일까?
땅을 갈지 않고, 농약 치지 않고, 풀이 가득 찬 텃밭이에 많은 종류의 작은 동물들이 산다.
곁에 있는 산에서 새들이 날아오고, 고라니는 내려와 작물 잎을 뜯어먹고는 검은콩같은 똥을 눈다.
더러는 꼬리가 긴 동물도 스스르 미끄러져 사라지기에 나는 늘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작은 개미는 몸통 길이가 2~3mm 밖에 안 된다.
머리, 가슴, 배가 있고, 여러 개의 긴 다리가 있다. 이 작은 곤충은 겁도 없어서 내 손등과 팔뚝에 기어올라서 깨물면 나는 따끔거리는 아픔을 느꼈다. 살갗이 금세 붓는다.
개미보다 더 무서운 곤충은 허리가 잘록한 벌이다. 벌 종류가 하도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다.
요즘에는 굵기가 모기보다 약간 더 굵은 벌도 보였다. 무척이나 날렵한 만큼 겁이 더 난다. 눈에 띄이지 않는데도 따금하는 통증을 느끼고 얼마 뒤에는 살갗이 붓는다. 나는 손톱으로 쐬인 자리를 쥐어짜서 혈흔을 낸다. 여러 차례 거듭해야 한다. 살갗이 곪지 않고, 얼마 뒤에는 상처가 아물기 마련이다.
곤충이 익충이냐, 해충이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분적인 구분(구별)은 사람이 필요에 따라서 분류했다고 본다.
내가 보기에는 이 세상 모든 곤충은 동시에 해충도 되고 익충도 된다.
지난 6월 초순에 사촌동생은 친구한테 얻었다며 토종오이 모종 10 개 가운데 3개를 골라서 나한테 나눠주었다. 텃밭에 심고는 서울 올라갔다. 18일 만에 내려갔더니만 오이는 그새 무척이나 많이 커서 노란 꽃도 피우고 작은 열매도 매달았다.
한 포기는 보이지 않았다. 날개 달린 곤충이 오이 모종의 떡잎을 갉아먹어서 죽였다. 이런 경우에는 해충이다.
오이에는 암꽃과 수꽃이 있다. 수꽃가루를 암꽃에 묻혀야 오이가 열린다. 이런 역할은 바람도 하지만 대부분은 곤충이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곤충은 익충이 된다. 해충의 예다. 알에서 캔 애벌레가 크려면 식물잎(뿌리, 줄기, 수피 속 등)을 뜯어 먹어야 한다. 성충의 되려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는 곤충은 해충이면서 동시에 익충이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100% 익충도 없고, 100% 해충도 없다. 사람의 관점에서 익충이냐 해충이냐로 분류하는 것은 자연세계에서는 의미가 적다.
내 텃밭의 예다.
채소 등의 찌꺼기, 음식쓰레기를 텃밭에 아무렇게나 부으면 작은 개미들이 새까맣게 달려붙는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 냄새를 맡는 감각기능이 아주 탁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종교의 창조주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느낌조차도 든다. 어떻게 이 작은 곤충이 냄새를 맡고 일시에 달려드는 후각기능이 경이로우니까.
위 노린재는 대부분 해충이지만 어느 정도껏은 익충이다. 노린재가 꽃 속으로 드나들면서 꽃가루를 옮길 수도 있기에. 그런데 이들의 숫자는 너무나 많다. 알을 숱하게 까고, 고추의 줄기와 잎을 갉아먹고, 즙을 빨어먹어서 고추를 힘들게 한다.
농약을 치지 않는 나는 어떻게 이 지겨운 노린재 숫자를 조금이라도 줄일까?
장갑 끼고는 일일히 잡아내야 한다. 나는 금세 지쳐서 포기하기 마련이다. 어디서인가 또 날아오니까.
곤충의 본능과 지능은 얼마쯤 될까?
내가 판단하건대 무척이나 높다고 본다.
내가 노린재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을 가만히 내밀면 이들은 위기의식을 느껴서 몸을 숨기고, 숨기지 못할 상황이면 그냥 뚝 떨어져서 다른 곳에 달라붙고, 심지어는 아예 땅바닥에 떨어져서 금새 도망친다. 본능일 것 같다. 내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노린재도 이리저리 피한다. 내가 자주 놓친다.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증거가 되고...
곤충이 왜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지구에 사는 곤충 종류는 몇십 만 종을 넘어서 100만 종쯤 될까?
또, 무게를 잰다면 전 세계 인구의 10배 쯤은 됄까?라는 생각도 든다.
먼지만한 날벌레도 있다. 1~2mm도 채 안 되는 미세한 몸뚱인데도 양날개가 있어서 날아다닌다. 신기롭다. 신체적으로 갖출 것을 얼추 다 갖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냄새를 아주 잘 맡아서 다른 벌레가 죽은 곳마다 작은 벌레가 새까맣게 달려든다. 어쩌면 고기 탐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육식과 채식을 구태여 가르지는 않으나 대체로 채식위주로 밥을 먹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채소를 더 선호한다. 육류(육류, 생선류 등)은 비린내가 난다. 구역질이 나기도 하니까.
오늘은 마른 오징어, 가늘게 채 설은 오징어를 조금 집어먹었다가 구토할 뻔했다.
나는 식물로 요리한 음식을 즐겨한다. 그것도 간단하게 조리하고, 수수한 맛을 선호한다.
풀과 열매를 잔뜩 먹어치우는 나를 작은 벌레들이 어떻게 볼까?
뿌리와 곡식을 많이 먹어치우는 나를 식물은 어떻게 볼까?
작은 동물들은 욕심 많은 나를 어떻게 볼까?
지금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쌀이 남아서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벼농사를 짓지 않고, 벌레를 키우는 농장도 나타났다고 난다.
예컨대 뽕잎을 갉아먹는 누에, 장수풍댕이 애벌레, 사슴벌레 애벌레들이다. 이들의 몸통 굵기와 길이는 사람 새끼 손가락만하다. 호랑나비도 마찬가지이고...
벼잎을 갉아먹는 메뚜기는 벼농사를 망치는 해충이다. 그런데도 메뚜기를 일부러 번식시키고, 키우는 농장도 있단다. 메뚜기가 식탁에 오르는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 튀김요리, 삶아서 가루로 낸 조미료도 나올 것 같다.
나는 이들 곤충은 먹고 싶지 않다. 쐐기 벌레의 털만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아무 거나 다 먹어치우는 잡식동물인 사람이 무척이나 그렇다.
나는 노린재처럼 나무와 풀을 먹고 싶다.
나무와 풀한테 미안해서 더 많이 묘목 심고, 씨앗 뿌리고, 더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
삽으로 땅 파고, 호미로 흙을 긁어야겠다.
햇볕 들고, 빗물 스며들고, 바람 들락거리고, 밤이슬이 촉촉히 배고, 뿌리도 숨을 내쉬어야 하니까.
또 있다. 작은 동물도 숨어 지낼 수 있도록.
2017. 7. 2. 일요일.
초안 수준.
또 답답하다.
장마 진다는 일기예보 뉴스를 보고는 서울로 올라왔다.
장마철에 텃밭 농사 짓기는 뭐해서...
오늘이 사흘째. 지친다.
마음은 시골에 가 있고.
지금은 식물이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이다.
잎 더욱 억세고, 열매(과실 등) 맺고, 뿌리 굵어지고, 더러는 종자(씨앗) 떨궈낸 뒤 죽어간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이다.
뜨거운 여름이 되면 식물도 쉬어야 하니까 덜 뜨거운 지금에는 식물은 꾸준이 종자번식을 한다.
글 안 써진다.
촌늙은이가 서울에 올라와서는 또 지치기에.,..
오늘 오후에는 국보문학 사무실에 들러서 월간 국보문학지를 수령해야겠다.
내 글 하나가 어떻게 실렸는지를 확인하고 싶고...
비 그쳤나? 날씨 흐린데도 해 떴다.
2017. 7. 3. 월요일.
첫댓글 농작물이 주인 빌자국 소리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서울서 가끔씩 내려가도 잘자라는 것은 노하우가 있는것 같네요. 농약치지 마시고
계피 + 목초 = 농약 만들어서
뿌리면 해충 퇴치 됨니다
계피나무 껍질? 목초는 숱한 풀을 뜻하는데, 이 둘을 어떻게 해야 친환경유기농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공부하라는 뜻인가요?
친환경유기농약은 해충, 병균을 깔끔히 제거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그 기세를 꺾는 것이겠지요.
친환경 유기농약 제조 방법을 공부해야겠습니다.
농사를 지을때 해충 때문에 고생이 많지요
약을 치지 않으면 수확을 할 수가 없지요
일전 시골집에 있었는데 이웃 사람이 고추 등 작물에 농약을 치대요.
입에 마스크도 하지 않은채.
농사꾼은 병균, 해충보다 먼저 농약을 코와 입으로도 들이마시고, 팔, 얼굴 등의 살갗에 농약을 뒤짚어 쓴다는 뜻도 되겠지요.
그런데도 농산물가격이 무척이나 싸지요.
일전 시골에서 쌀 방아를 쪟달라고 해서 쌀 두 가마니를 가져왔지요.
현지 쌀값은 80kg에 102,000원. 하루 노임에 불과하지요.
목초액에다 계피나무 끌인물 섞어서 분무기로 뿌리면 됨니다
글쎄요. 오이, 토마토, 호박, 가지 등에는 등딱지가 갑옷같고 날개 달린 곤충이 대부분이고...
요즘은 외국산 벌레도 생기고.. 애벌레가 순식간에 튕겨서 총알처럼 날아가지요.
꽃매미와 유사한 외래종이 수입되어서 창궐하니...
독초인 제충국 잎, 자리공 잎과 뿌리, 마늘즙, 우유를 희석한 물 등을 뜻하는군요.
아주 적은 면적에는 가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