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인삼·동백 같은 우리 재료로 만들고 우리 中企가 완성시켜
세포라 등 유명 매장서 판매 1위 기록할 정도
화장품 개발자 이호정씨佛 친구와 손잡고 창업
최근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에르보리앙(Erborian)'의 창립자 카탈린 베르니(Berenyi·52)씨가 들려준 말이다. 유자·인삼·대나무·동백 같은 우리나라 재료로 만들고 우리 중소기업의 힘으로 완성한 브랜드가 요즘 유럽·미국·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포라(Sephora) 같은 몇몇 유명 편집매장에선 종종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 프랭탕 백화점 등에도 입점해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낯선 브랜드가 어떻게 유럽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 걸까. 베르니씨는 "요즘 유럽에선 '코리안 스킨 세러피(Korean Skin Therapy)'가 화두다. 한국 여성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싶어 하는 유럽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에르보리앙은 본래 '심비오즈'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한방회장품 회사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화장품 개발자로 활약한 이호정(50)씨와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에서 제품 개발을 오래 담당했던 베르니씨가 함께 손잡고 2006년 창업했다. 이씨는 "'파리 전문직 여성 모임(Paris Professional Womens Network)'에 나갔다가 베르니씨를 알게 돼 함께 수다를 떨다가 '우리나라 천연 재료로 만든 한방 화장품을 같이 만들어 유럽에 한번 팔아보자'라며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심비오즈'라는 회사를 만들어 에르보리앙을 내놨다. 에르보리앙은 '아시아의 허브(Herbe d'Orient)'라는 프랑스어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2007년 판매를 시작했다. 베르니씨는 "처음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천연 재료가 대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응이 오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유럽에서 최초로 BB크림을 내놓은 브랜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삼 사포닌 성분이 든 BB크림, 동백기름이 들어간 마스크팩,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유자 크림 등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에르보리앙 제품 가운데 인삼 제품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매장인 우리나라 코스맥스가 만들었다. 브랜드가 승승장구하자 2012년엔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인 록시땅(L'occitane)이 인수했다. 지금은 그래서 국산 화장품인 동시에 프랑스 화장품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프랑스의 감성을 접목시킨 셈이다.
이호정씨는 "BB크림이나 CC크림을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파우더와 색조 화장품의 수준은 한국이 최고"라고 했다. 작년엔 보통 유럽 브랜드 화장품에만 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뷰티 챌린지 어워드'에서도 본상을 받았다. 베르니씨는 "한국 천연 화장품 제조 기법을 앞으로 더 많이 도입해 유럽에 알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