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27>
“고지혈·고콜레스테롤·동맥경화” - 호장근(虎杖根)
고지혈증은 혈중지방성분이 높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지방의 일종인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일 때를 규정한다. 콜레스테롤이 흔히 동맥경화증을 비롯한 성인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사실은 성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생성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스테로이드 일종이다. 담즙산과 비타민 D를 생합성하며, 모든 동물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로서 뇌, 척수, 간과 같이 세포막이 많은 기관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 이러한 지방성분은 모두 지단백질의 형태로 혈액과 림프를 통해 전신으로 운반되며, 지단백은 밀도의 차이로 분류된다. 밀도가 낮은 저밀도지질단백질(LDL) 값이 높으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고밀도지질단백질(HDL)은 동맥경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LDL을 더 자세히 관찰하면 입자가 큰 ‘A형 LDL(지방 성분)’과 입자가 작은 ‘B형 LDL(당 성분)’ 이 있는데 해로운 것은 B형이라고 한다. 문제의 B형 LDL이 산화하면 동맥 내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나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이상지질혈증에 상용되는 스타틴계의 약들은 토털 콜레스테롤 수치를 너무 낮춤으로써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성기능을 약화시키며 뇌의 기능장애를 초래하거나 비타민 D의 합성에 지장을 주어 골다공증, 우울증, 암 발생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있다.
한의학에서 고지혈증과 가장 밀접한 경우는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간 기능 저하와 기체(氣滯)로 인한 어혈의 발생에서 찾을 수 있다. 혈액순환은 ‘기(氣)’의 작용이다. 기가 체하는 것은 체내의 기 운행이 순조롭지 못하여 어느 곳이 막히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칠정(七情, 喜怒憂思悲驚恐)에 상했거나 음식부절로 담(痰)이 생겨 발생한다. 어혈의 ‘어(瘀)’는 ‘적혈(積血)’이란 뜻으로 혈액의 흐름을 막는 일체의 이상상태를 통칭한다. 혈 부족으로 인한 순환장애, 혈전,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지단백 그리고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혈액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병리학적으로 어혈은 혈액순환 장애와 조직손상으로 인한 염증, 미란, 괴사, 혈장과 혈구의 모양이나 기능 변질, 과도한 응고작용(혈액의 점조현상), 과산화지질, 지단백, 요산, 가스 등의 노폐물 축적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느 부위에 뭉친 어혈인가에 따라 병명이 달라진다. 머리에 머물면 편두통·현훈, 가슴에 정체되면 심계·불면, 허리에 몰리면 요통·하지냉증, 자궁에 쌓이면 생리통·난소낭종 등이 발병한다. 활성산소는 물질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변화를 뜻한다. 과잉 생성된 유해산소는 인체 내 불포화지방산과 지질 및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세포를 파괴시키는 과산화지질을 생성하고 혈관 벽에 계속 부착되어 혈류를 막는다. 그러니까 콜레스테롤 자체보다는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된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문제인 것.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호장근(虎杖根)』은 보통 어른 키만큼 자라는데 줄기가 죽순대 같으며, 표면에 마치 호랑이무늬 같은 붉은 반점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미(氣味)가 쓰고 시며 서늘하여 청열이습(淸熱利濕, 열을 내리고 하초의 수습을 소변으로 나가게 함), 활혈산어(活血散瘀, 혈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어혈을 풂), 통락정통(通絡定痛, 기혈의 순환을 좋게 하여 통증을 없앰), 통변해독(대변을 잘 보게 하고 해독함)의 효능이 있다. 호장근은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약초로 오래 연구가 되었지만 최근 호장근에 함유되어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이용한 동물실험의 결과가 주목된다. 고콜레스테롤 식이에 의해 증가된 혈소판 응집반응이 레스베라트롤의 투여에 의해 유의적으로 감소하였으며 호장근의 표준추출물(레스베라트롤 20%, 에모딘 10%)이 허혈성심장근의 손상을 현저히 억제하였다. 또 혈장 중의 중성지방 및 LDL 특히 고콜레스테롤 식이에 의해 증가된 혈소판 응집반응이 레스베라트롤의 투여에 의해 유의적으로 감소하였는데 이는 강력한 항산화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호장근의 추출물은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질환의 예방뿐만 아니라 면역력부족에서 오는 대상포진에도 효능이 있으며, 골다공증 등의 갱년기증후군에 매우 유효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호장근과 함께 수평적 비율로 배오(配伍)할 대표 약초 ‘갈근(칡뿌리)’은 심박수 및 말초혈관저항,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감소시키며, 좌심실의 심박출률을 증가시키고, 산화성 LDL의 함량을 유의적으로 감소시킨다. 갈근은 또 산화된 LDL에 의한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억제하여 만성혈관질환과 초기 동맥경화증의 억제에 유효하며, 뼈의 골밀도를 현저히 증가시킨다. ‘단삼’은 심·간경으로 들어가 광범위한 활혈거어(活血祛瘀) 작용을 한다. 콜레스테롤 함유 식이를 투여한 토끼에서 LDL 값을 저하시키며, 기도동맥에서 콜레스테롤의 침착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충나무(잎과 수피)’는 간·신으로 귀경하여 보(補)한다. 세포손상과 효소활성을 저하시키는 활성산소에 대하여 항산화작용이 우수하므로 과산화지질을 막을 수 있으며, 관상동맥의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량을 현저히 증가시키므로 협심증, 심장질환, 뇌질환, 암 등의 치료약물로서 가능성이 제시된다. ‘인삼’도 고지혈증 환자에게 LDL 및 중성지방의 혈중농도를 저하시키며 HDL의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강황(또는 울금)’은 간·비경으로 들어가 파혈행기(破血行氣)의 효능이 크다. 강황에 함유된 커큐민(curcumin) 성분은 담즙정체와 고콜레스테롤에 의한 간 장해에 보호효과가 있으며, 고지혈증의 발생을 억제한다. 혈중 LDL 양이 감소한 반면 HDL 양은 증가하고, LDL의 산화를 억제하여 동맥경화예방에 매우 좋은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발표되었다. ‘진피(귤의 과피)’는 비·폐경으로 귀입하여 기기(氣機)를 소통하고, 경락과 장부기능을 조정함으로써 기체(氣滯)를 치료하는 이기약(理氣藥)이다. 진피는 비위의 습담(濕痰)을 없애며,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내리고,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킨다.[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