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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지대에서 예술의 거리로 성수동 아틀리에길
회색빛 성수동에 예술적 감성이 움트고 있다. 성수역에서 서울숲역 일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친 유니크한 콘셉트의 숍과 쇼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성수동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공장지대로 남아 있다. 붉은 벽돌의 낡은 공장들이 모여 있고, 자동차 정비할 때 가는 곳. 또 수제화 공방은 죄다 여기 있어 멀리서도 가죽 냄새가 진동했다. 성수동의 심상치 않은 변화는 대림창고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림창고는 1970년대에는 정미소였다가 그 뒤로 20년 동안 그저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던 커다랗고 텅 빈 공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말마다 패션 행사가 열리고 트렌디한 사람들이 몰려든다.
굳게 닫힌 문 안에선 버버리, 샤넬 등의 패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이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짐을 가득 실은 퀵 오토바이가 옆을 쌩하고 달리는 중이다. 낡고 투박한 성수동의 공장들이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영감을 준 것인지 공장지대 사이사이로 패션 브랜드의 아틀리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분명 값싼 임대료도 이유가 됐을 테지만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정제되지 않은 성수동의 매력이 아티스트들과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2~3년 새 성수동에는 레이크 넨, 유즈드 퓨처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과 중견 디자이너 송지오,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 안경 브랜드 라피즈 센시블레의 사무실이 생겼다. 펜디와의 협업으로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가구 디자이너 이광호의 작업실도 자리했다.
패션디자이너들과 아티스트들이 속속 모여 변화하고 있는 성수동은 지금 예술적인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성수동은 골목 사이가 좁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소개된 대부분의 숍이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차를 두고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성수역 2번 출구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이용 시 참고하자.
성수동 아틀리에길
펜두카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말로 펜두카는 ‘Wake Up’을 뜻한다. 공정무역 기업 더 페어스토리가 수입하는 펜두카는 나미비아에서 살아가는 빈민, 장애 여성들이 직접 수놓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그들을 돕는 착한 브랜드다. 쿠션, 앞치마, 테이블클로스 등에 색색의 실로 수놓인 제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을 깃고 빨래를 너는 그녀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쿠션과 앞치마 등 여러 가지 패브릭 제품과 스툴 등의 소가구도 만나볼 수 있다.
1 아이들용 앞치마. 8만5000원.
2 컬러풀한 코뿔소. 2만5000원.
3 자수가 놓인 쿠션. 각 7만4000원.
4 데님 위에 자수가 놓인 스툴. 10만4000원.
유즈드 퓨처
‘오래된 미래’를 뜻하는 유즈드 퓨처는 디자이너 이동인의 브랜드. 남성복에서 시작해 지금은 여성복까지 라인을 확장했다. 감각적인 패턴과 간결한 실루엣이 만나 어렵지 않고, 위트 있는 디자인의 옷을 선보인다. 유즈드 퓨처의 사무실이자 쇼룸인 이곳은 연립주택과 저층 아파트 사이에 있는 오래된 건물 2층. 디자이너는 건물의 독특한 형태와 넓은 공간에 반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1 옐로 물결 패턴이 프린팅된 에코백. 3만9000원.
2 컬러풀한 니팅 해트. 가격미정.
3 심플한 스트라이프 머플러. 가격미정.
4 빛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홀로그램 클러치. 12만8000원.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 중 맨해튼 브리지와 브루클린 브리지의 주변 지역을 지칭하는 ‘DUMBO’. 원래 이 지역은 뉴욕의 주요 공업 지역이었는데, 1970년대 후반 예술가들이 이주해오면서 변화를 맞이한 곳이다. 성수동에 덤보를 이름으로 한 카페를 만든 것은 두 지역이 많은 점에서 닮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갤러리를 겸한 카페로, 현재는 덤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앞으로는 성수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
1 3가지 종류의 치즈로 풍미를 살린 치즈 스테이크 치아바타. 6000원.
2 생자몽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자몽 스쿼시. 5800원.
3 패키지도 훌륭한 이곳만의 블렌딩 원두 1만원.
마이믹스드디자인
상큼한 오렌지 컬러 커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커스텀 주얼리 브랜드 마이믹스드디자인의 쇼룸 겸 작업실. 방문객을 맞이하는 다이닝 공간과 주얼리를 전시해둔 쇼룸, 커튼 뒤 작업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다이닝에 자리한 큰 테이블은 소규모 클래스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조만간 은공예 클래스를 열 예정이다. 고객이 주문하면 제품이 생산되는 방식으로 사이즈나 특이사항에 대한 요구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제작할 수 있다.
위치 성동구 성덕정길 69-1
영업시간 방문 시 전화 예약
문의 070-4256-5039
프롬에스에스
‘프롬에스에스’의 뜻은 성동구 성수동으로부터. 성수역 하부 교각 1층에 장화 신은 고양이 동상 앞에 위치한 프롬에스에스. 성동구에서 인증하는 수제화 브랜드 7개가 입점해 있다.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업체로 경력 10년 이상의 수제화 장인이 제작한 만든 구두를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굽과 발볼, 스타일까지 꼭 마음에 드는 구두를 주문한 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받아볼 수 있다.
1 라인이 살아 있는 스네이크 스킨 힐. 19만8000원.
2 슬립온 타입의 테슬 로퍼. 각 15만8000원.
자그마치
카페 자그마치는 조명 디자인 분야의 권위자인 정강화 교수가 직접 만든 공간으로 조명을 전시하는 갤러리이자 조명 공방을 겸한다. 인쇄 공장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넓은 공간에 테이블에 툭툭 놓여 있는 러프한 분위기가 특징.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한쪽 편에서는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 중이고, 바 뒤쪽에는 직접 조명을 만들 수 있는 작업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이곳에서는 이태원 글래머러스 펭귄에서 공수한 케이크도 맛볼 수 있다.
1 사과, 당근, 비트, 레몬을 착즙한 레드라이트 주스. 8000원.
2 글래머러스 펭귄의 레드 벨벳 케이크. 7000원.
3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는 조명. 39만4000원.
앨리버거
갈비 골목 옆 좁은 샛길로 샛노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외관의 이곳은 햄버거집. 오랫동안 외국을 돌아다니며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했던 오너가 햄버거로 다져진 입맛을 믿고 가게를 차렸다. 이 집의 자랑인 패티는 듣던 대로 맛이 좋다. 호주산 소고기와 함께 맛과 질감을 위해 국내산 돼지고기 10%를 혼합해 만드는데, 어머니가 매일같이 직접 빚어 정성까지 더해진 햄버거라 할 수 있다.
1 육즙이 살아 있는 오리지널 수제 버거. 5500원.
2 두 장의 치즈를 겹친 더블치즈 핫도그. 4500원.
뚝떡
뚝섬에 있는 떡이라서 뚝떡. 테이블이 단 세 개뿐인 아담한 사이즈의 가게는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래서 포장을 해가는 손님이 적지 않다. 쌀떡이 아닌 밀떡을 써서 오랫동안 뭉근하게 국물을 졸여 만드는데, 떡 속까지 간이 잘 배어 있다. 이 집의 가장 인기 메뉴는 양념만두튀김으로 일명 ‘양만튀’. 닭강정 껍질을 먹는 듯한 맛이 중독성 있다. 하루에 파는 음식의 양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1 파이 송송 썰어진 뚝떡. 1인분 3500원.
2 부드러운 맛의 크림떡. 1인분 500000원.
3 매콤달콤한 양만튀. 1인분 3500원.
- 진행 / 김윤영 기자
사진 / 박동민
일러스트 / 김도윤
리빙센스|201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