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부근과 억불봉 부근 야영 터로 훌륭… 억불봉삼거리 아래 샘 있어
전남 광양 백운산白雲山·1,228m은 호남정맥 최고봉이자 마지막 산이다. 호남정맥 산줄기가 명산을 두루 세워 놓고, 마지막 힘을 쏟아 세운 걸작이 이 산이다. 백운산은 야영 명산이기도 하다. 1,000m대 바위산 특유의 시원한 경치와 텐트 치기 좋은 너른 터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야영 터는 백운산 정상 부근의 헬기장이다. 정상까지 10분이면 오를 수 있어 너른 터에서 편안하게 야영하면서도 바위 첨봉 꼭대기에서 해돋이와 해넘이의 감동을 즐길 수 있다. 억불봉 삼거리헬기장은 100m만 내려가면 샘터가 있어 식수를 지고 오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1~2인용 텐트 한 동이라면, 백운산 정상 부근과 억불봉 부근 암봉에서도 야영이 가능하다. 헬기장에서 억불봉 가는 길, 두 번째 암봉 꼭대기가 좁긴 하지만 비교적 완만해 1~2인용 텐트 2동을 칠 수 있다. 다만 벼랑이 바로 앞에 있어 야간에 주의해야 한다.
추천 코스는 황죽리에서 생쇠골을 거쳐 노랭이재로 올라 주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동쪽 매봉 방향으로 가다 내회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다.
들머리인 생쇠골은 고즈넉한 계곡이라 산 입구 찾기가 관건이다. 수어저수지 지나 ‘광양백학동 정보화시범마을’ 안내판이 있는 구황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해 신황교를 건너야 한다. 신황교에서 3km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임도가 끝나는 등산로 입구에 차량 2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구황마을 등산로 입구에서 노랭이재를 거쳐 억불봉까지 3km 거리다. 산길이 선명하고 이정표도 충실히 제 역할을 하고 있어, 산행은 수월하다. 노랭이재부터는 억새밭이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 삼거리헬기장이 나타나고, 여기서 동쪽 지릉을 따르면 몇 개의 암봉을 지나 억불봉 정상에 닿는다. 삼거리헬기장에서 억불봉까지는 620m 거리이며 백운산 산행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바위능선이다. 위험한 곳엔 철계단이 놓여 있어 어렵지 않다.
삼거리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넘게 걸리는 만만찮은 길이지만 들꽃이 많아 지루하지 않다. 보라색 도라지꽃이랑 꼬리풀, 주황색 동자꽃, 흰색 참취, 진분홍 며느리밥풀꽃이 흔하다.
능선길은 숲이 짙은 편이지만 드문드문 억새밭이며 헬기장이 나타나 뙤약볕에 노출된다. 철쭉터널을 지나면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전망바위에선 백운산 정상을 비롯해 도솔봉에서 제비추리봉으로 이어진 능선과 상백운암이 잘 드러난다. 기품 있는 산줄기인 지리산 주능선도 드러난다.
헬기장을 지나면 급한 비탈길이 정상이 임박했음을 알려 준다. 정상은 큰 바위로 되어 있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고도감을 자랑한다.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압도적인 바위 봉우리 덕분에 파노라마로 트인 경치를 맛 볼 수 있다. 북으로 악양 형제봉이 1,000m 넘는 덩치로 벽을 만들고 아래로 섬진강이 흐르며, 신선대 뒤로 왕시루봉과 노고단이 아련하다.
매봉삼거리에서 능선을 버리고 하산길로 접어들면 급한 비탈이 순식간에 고도를 내린다. 조릿대와 너덜 섞인 길이 나타난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계곡이 아닌 섬뜩한 모습의 거대한 일본목련이다. 흰 소복을 입은 것처럼 순백색에 문어발처럼 기묘한 뿌리를 드러내고 있어 독특한 모양새다.
골짜기가 내려갈수록 번듯해진다. 사태 난 것처럼 어수선한 모습은 사라지고 너른 암반과 맑은 소가 나타나 땀을 씻기 제격이다. 정상에서 내회마을 임도까지 3.2km 거리다.
정상에서 내회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가 전체적으로 잘되어 있어 길찾기는 쉽다. 내회마을 임도 따라 650m 내려가면 차단기가 있고, 여기서 850m를 도로 따라 더 내려가면 버스가 회차해 나가는 기점인 내회교에 닿는다. 총 산행거리는 12km이며 9시간 정도 걸린다.
어치계곡 방면은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광양시내에서는 들머리인 구황마을까지 광양 30번 버스와 89번 버스가 운행한다. 1시간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89번 버스는 광양시청에서 출발하며 광양버스터미널이 있는 광양읍내에서는 30번 버스가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산행이 끝나는 내회마을 내회교에서는 89번 버스가 회차해 광양시내로 되돌아나간다.
하산 후 택시를 탈 경우 진상면의 진상택시(061-772-8080)를 호출한다. 하지만 어치계곡 내회마을까지 들어오길 꺼리므로 산행 전 미리 통화해 예약 가능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숙박(지역번호 061)
들머리인 구황마을에 관광민박(772-1693), 억불민박(772-3737), 예쁜집펜션(772-3443) 등의 숙소가 있다. 날머리인 내회마을에 진경산장(772-3998), 계곡산장(772-3449) 등의 숙소가 있다.
광양불고기를 맛보려면 광양읍내의 식당으로 가야 한다. 삼대광양불고기집(763-9250), 매실한우(762-9178) 등이 알려진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