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식 전화
권혁웅
귓속말을 전하는 아이들의 릴레이 게임을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부르죠 메아리가 뒷말을 잘라먹듯, 우그러진 거울이 생김새를 바꾸듯 전언이 달라지는 놀이에요 아이들은 그때 소문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혹은 중국식 속삭임이라고도 불러요
중국집 회전 식탁에서
내가 보낸 음식 접시가 돌아오듯
그때마다 누군가의 입을 탄 음식이 거기 있듯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조각가는?
컨닝한 옆자리 친구가 로뎅을 오뎅으로 적고
컨닝한 그 옆자리 친구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오뎅을 뎀뿌라로 적었다는 오래된 농담,
그런데 뎀뿌라는 사순절(tenpera)에서 왔어요 금지된 육고기 대신 생선을 먹었던 예수회 선교사들을 보고 나가사키 사람들이 생선튀김을 덴푸라라 불렀다고 합니다 지구 건너편에서 걸려 온 전화였던 거죠
초보 운전자가 여자라는 걸 확인한 순간
택시 기사는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퍼붓기 시작합니다, 재수 없게, 집에서 애나 보지……
나는 그를 여러 곳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는 자기에게 여전히 엄마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걸 몰라요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그가 팔짱을 꼈을 때 그의 앞에는 누운 8자가 펼쳐졌습니다
무한대로
그가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