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권리를 구현하려면 법률에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
내친김에 헌법상 권리를 구현하려면 법률에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진도를 나가려 한다.
헌법상 기본권과 법률상 권리를 구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심판은 헌법상 기본권침해가능성을 그 요건으로 한다.
피의자신문 중에 교도관이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 신청에 대해 검사가 불허 한 사건에서 법정의견은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고 본안심리를 했지만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의 이 사건 검사의 접견불허행위에 대한 반대의견은 이 권리를 법률상 권리로 보고 헌법소원 청구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하여 각하하자고 하였다(헌재 2019. 2. 28. 2015헌마1204). 따라서 헌법상 기본권인지 법률상 권리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둘째, 법익형량 과정에서 어떤 제도나 권리가 헌법상 법익인지 법률상 법익인지는 헌법위반으로 갈 것인지에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이 응시하는 경우 만점의 10퍼센트를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는 2001. 2. 22. 선고 2000헌마25 심판에서 헌법 제32조 제6항을 국가유공자 가족 가산점의 근거로 보고 “가산점제도는 국가유공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제6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가산점제도가 법익균형성을 상실한 제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2006. 2. 23. 선고 2004헌마675 심판에서는 헌법 제32조 제6항을 국가유공자 가족 가산점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명시적인 헌법적 근거 없이 가족에게 10%가산점을 부여한 것은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하면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결국 국가유공자 가족의 가산점이 헌법상 법익을 가지느냐 법률상 법익에 불과하느냐에 따라 법익형량의 결과가 달랐다. 어떤 프레임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것이다. 헌법상 기본권이냐 법률상 권리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어떤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볼 것인지 법률상 권리로 볼 것인지에 따라 구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신법에 대한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르게 된다.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에서 18세 국민과 일정한 요건을 갖춘 18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100세 이상의 국민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부여하면서 외국인의 선거권을 전면 박탈하는 법개정이 있다고 해보자. 분명 100세 이상의 국민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부여한 공직선거법 개정조항은 선거권을 침해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거권을 전면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조항은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왜 그런가?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직선거법상 18세 이상의 국민의 선거권은 헌법상 기본권이고 개정전 공직선거법상 외국인의 선거권은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 법률상 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판례1: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이 비록 재산권으로 인정된다 하여도 입법자는 국가의 재정상황, 국민 전체의 소득 및 생활수준 기타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여건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고, 법정요건을 갖춘 후 발생하는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만이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있는 공법상의 권리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에 포함되는 것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25).
판례2: 우리 헌법 제34조 제2항· 제6항의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의무나 재해예방노력의무 등의 성질에 비추어 국가가 어떠한 내용의 산재보험을 어떠한 범위와 방법으로 시행할지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며, 산재피해 근로자에게 인정되는 산재보험수급권도 그와 같은 입법재량권의 행사에 의하여 제정된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되는 ‘법률상의 권리’이며, 개인에게 국가에 대한 사회보장·사회복지 또는 재해예방 등과 관련된 적극적 급부청구권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05. 7. 21. 2004헌바2; 헌재 2003. 7. 24. 선고 2002헌바51).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공무원이 1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65세가 되는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9년 재직하고 퇴직한 공무원에게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은 그림의 떡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보장수급권이 법률에 그 발생요건, 내용이 필요한 권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판례2는 사회보장수급권을 구체화시키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해서 법률상 권리라라고 하고 판례1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라고 한다.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연령인 국민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법률의 형성이 필요하고 공직선거법 제15조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법률상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이고 법률상 권리라면 국민의 선거권도 법률상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이고 법률상 권리가 된다.
외국인의 선거권이 법률상 권리상 권리에 불과하므로 외국인의 선거권을 전면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조항은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의 선거권을 형성을 위해 법률이 필요하므로 국민의 선거권이 법률상 권리라면 100세 이상의 국민이 선거권을 가진다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경우 선거권 침해라고 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민의 선거권은 기본권이다. 다만 형성입법이 필요하다. 공직선거법 제15조에 의해 18세 이상인 국민이 적법하게 유효하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일 뿐이다. 헌법 제24조는 국민이 선거권의 보유능력을 가진다는 의미이고 공직선거법 제15조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선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는 행사능력을 부여하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