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지식의 원전 1. 다빈치, 과학의 서곡 레오나르도 다 빈치
(참고 사항) 파란 글씨는 편저자가 쓴 글이고, 아래 검정 글씨는 원저자(다빈치)의 글이다.
왼손잡이에 채식주의자이며, 동성연애자이고 서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그의 시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터스칸에 있는 한 외딴 마을의 농노였던 조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최소한의 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서자 출신이기 때문에 존경받을 만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던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한 도제 교육을 받았다(15세기의 터스칸에서 미술은 창조적 예술이 아니라 농노나 직공의 아들에게나 적합한 하부계층의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플로렌스의 의기양양한 메디치 가문 사람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그를 무시하고 경시하였다. 따라서 그는 과학과 관찰 등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그는 ‘논쟁을 벌이다 작가를 들먹이는 것은 지성보다는 기억력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했다.
다빈치는 과학과 예술 분야 모두에서 탐욕스러울 정도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던 사람이다. 미술 분야에서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모두 서양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비적인 것들이었다. 그는 성서 속의 인물을 그릴 때 머리 뒤의 후광을 그리지 않은 화가였으며, 일반적인 배경에 성서 속의 인물을 그려 넣은 것도 그가 최초였다. 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뿐 아니라 손까지 포함된 인물화를 처음으로 그린 사람이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의 작품 중 <리다 Leda> 또한 이교도 신앙에 영감을 얻어서 그린 최초의 근대 미술품이었다. 외손잡이여서 거꾸로 썼기 때문에 거울에 비춰보아야 똑바로 보이는 그의 노트는 현재에도 5,000쪽 이상이 전해지고 있다. 정교한 그림들로 가득 찬 이 노트는 지질학, 광학, 음향학, 음악, 식물학, 수학, 해부학, 공학 및 수리 역학 분야에서의 관찰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노트에는 자전거, 탱크, 자동총, 접는 침대, 잠수복, 낙하산, 콘택트렌즈, 수력 자명종, 플라스틱(달걀과 풀, 그리고 식물성 염료로 만드는) 등에 관한 발명의 설계도도 있었다.
사실 다빈치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과학자가 아니었으며, 그의 업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모두가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노트에서 발견되는 무기들은 독일의 기술자인 콘래드 카이저 Konrad Keyser가 이미 설계한 것들이었고, 자동차도 이탈리아 사람인 마르티니 Martini가 설계한 것이었다. 비록 그가 과학 법칙의 발견에 매우 가까이 근접하긴 했지만, 그의 영감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고 실험에 의해 증명되지도 않았다. 그는 갈릴레오보다 1세기 전에 이미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려는 생각을 했지만, 망원경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는 대수학을 전혀 몰랐으며 간단한 계산에서도 많은 실수를 범했다. 그가 설계한 인력 비행기는 새처럼 날개를 젓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한 번도 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날개의 무게가 무려 290킬로그램이나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참고로 1988년 에게해에서 120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데 성공한 인력 비행기인 ‘다이달루스88’의 전체 무게는 약 32킬로그램이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의 노트들은 새로운 과학의 시작을 알리는 놀라운 서곡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의 인용문 중 첫 번째는 플로렌스의 아주 늙은 노인과 어린아이를 상대로 행한 그의 부검 기록인데, 의학사에서 동맥경화에 관한 최초의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번째 것은 현재의 육지에 남아있는 화석으로부터 육지가 한때는 바다였다는 그의 추론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19세기의 지질학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다(이 글에서 말하는 ‘거대한 말’이란 1493년 그가 로도비코 스포르차 Lodovico Sforza를 위해 계획했던 7미터 높이의 미완성 청동 승마 상을 말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에서는 새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이 인력 비행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다섯 번째 글은 다빈치의 엉뚱한 유머 감각과 해부학적 정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검
노인은 죽기 몇 시간 전에 나에게 말하기를 자기의 나이가 100살이며 전혀 아픈 데는 없고 단지 쇠약해져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플로렌스의)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병원 침대에 앉아 아무 움직임이나 질병의 증상도 없이 죽음의 저편으로 떠나갔다. 이런 평화로운 죽음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노인의 시체를 부검했다. 그의 심장과 하부조직들이 완전히 쇠약해지고, 수축하여 무기력한 상태인 것을 발견하였고, 인체조직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하여 쇠약해진 결과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살짜리 어린아이의 부검에서는 이 노인의 경우와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해저의 흔적
왜 물고기의 뼈나 굴 껍데기, 산호껍질, 그리고 조개나 달팽이의 껍데기들이 바닷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닷가의 높은 산꼭대기에서도 발견되는 것일까? 파르마와 피아첸차의 산에서는 조개 무더기나 벌레 구멍으로 가득 찬 산호껍질이 여전히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밀란에서 내가 ‘거대한 말’을 제작할 때는 하인들을 시켜 바위에서 발견되는 이것들을 모아 내 작업실로 가져오게 했다. 베로나의 산에 있는 붉은 바위의 한 부분에는 이러한 조개껍데기들이 뭉쳐져 있었다. 정상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러한 조개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혹은 이 지역의 특성 때문에 이런 곳에서 생겨났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것들이 성장하고 있는 흔적이 껍질의 외곽에 새겨져 있었을 것이고, 작거나 큰 것이 모두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바위 속에 박혀 있어서는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따라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없었을 테니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중략) 아펜니네산맥의 산 정상들은 한때 바닷물로 둘러싸인 섬이었고, 지금은 새 떼가 날아다니는 이탈리아 평원 위로 물고기 떼가 헤엄쳐 다녔던 것이다.
새들의 눈
모든 동물의 눈에는 태양광선이나 기타 불빛에 따라서 저절로 커지나 작아지는 동공이 있다. 그렇지만 새들의 경우에는 동공의 크기 변화가 매우 큰데, 특히 큰귀부엉이나 흰부엉이, 갈색부엉이 등 야행성 부엉이류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이들의 동그란 동공은 커졌을 때는 눈 전체크기만 해지고 작을 때는 좁쌀 알갱이만 해진다. 야행성 조류 중 가장 큰 부엉이는 칠흑 같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사람이 대낮에 보는 것보다 더 명확히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비행
새는 수학 법칙에 따라 작동되는 기구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 새는 산이나 가파른 해안의 절벽으로 접근할 때 바람의 방향 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해 미세하게 균형을 잡으며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 하늘로 날아간다. 바람이 산이나 절벽에 부딪히면 초기의 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회전과 함께 하늘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러므로 새가 산이나 절벽에 접근할 때 날개를 펴고 거의 정지할 정도로 속도를 줄이면, 하늘 쪽으로 방향이 틀어진 바람이 새를 계속 하늘로 밀어 올리게 되는 것이다.
자지
그 녀석은 인간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가끔은 자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남자들이 그것을 발기시키고 싶어도 완강히 거부하면서 늘어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제 주인에게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굴기도 한다. 가끔 남자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나 있질 않나, 써먹으려고 할 때 거부하거나 반대로 주인의 허락 없이도 활동을 하고 싶어하질 않나, 이 녀석은 늘어져 있든 깨어나 있든, 모든 게 자기 좋을 대로다. 이런 것을 보면, 이 피조물은 마치 인간과는 별도의 삶과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남자들이 이 녀석을 이름을 부르거나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남자들은 이 녀석을 감추고 숨기려 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사에서 신부들이 나타나듯이 근엄하게 드러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