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부처님, 성인, 스님, 부모로부터 아래로는 날아 다니고 기어 다니는
보잘 것 없는 곤충들까지 생명있는 것은 내 손으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좋아하지 말라.
율장에는 여러 말이 있지마는 너무 번다하여 기록하지 않는다.
"경에는 겨울에 이가 생기거든 대통에 넣고 솜으로 덮고 먹을 것을 주라 하였으니
얼고 굶어 죽을 것을 염려한 것이며 물을 걸러 먹고 등불을 덮고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
하였는데 다 자비한 일이다.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도 그렇게 하거든 큰 것은 말할 것 없다.
지금 사람들은 이렇게 자비를 행하지는 못하고 도리혀 상해하니 어찌 옳다 하겠는가.
그러므로 경에 이르되, "신세를 끼쳐 가난한 이를 구제하여 편안히 살게하며
죽이는 것을 보고는 자비한 마음을 내라." 하였으니
어찌 경계하지 않겠는가.
2. 훔치지 말라(不偸盜)
귀중한 금과 은으로부터 바늘 한 개, 풀 한 포기라도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못한다.
상주물(常住物: 승가 대중의 공동의 소유물)이나 시주 받은 것이나 대중의 것이나
관청의 것이나 개인의 것이나 모든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거나,
세금을 속이거나, 배 삯· 차 삯을 안 내는 것이 모두 훔치는 것이다.
경에 어떤 사미는 상주(常住)과일 일곱 개를 훔치고,
어떤 사미는 대중이 공양할 떡 두 개를 훔치고,
어떤 사미는 대중이 공양할 빙탕을 조금 훔쳐먹고 지옥에 떨어졌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옳지 못한 재물을 가지지 말라 하였으니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
3. 음행하지 말라(不邪淫)
재가자의 오계는 사음(邪淫)만을 못하게 하지만,
출가자의 십계는 온갖 음행(淫行)을 모두 다 끊으라 한 것으로,
세간의 모든 남녀를 간음하는 것이 모두 파계하는 것이다.
'수능엄경'에는 보련향 비구니가 남모르게 음행을 하면서 말하되,
음행은 중생을 죽이는 것도 아니요, 훔치는 것도 아니므로 죄 될 것이 없다고 하다가
몸에 맹렬한 불길이 일어나서 산채로 지옥에 들어갔다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음욕(淫慾)으로 인하여 몸도 망치고 집도 망하는데
세속을 떠나 출가한 승려가 되어 어찌 또 음행을 범하랴.
나고 죽는 근본은 음욕이 첫째라, 그러므로 경에 이르되 음행을 하면서 사는 것은
깨끗한 정조를 지키고 죽는 것만 못하다 하였으니
4. 거짓말 하지 말라(不妄語)
거짓말에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허망한 말(妄言)이니,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하며,
본 것을 못 보았다 하고 못 본 것을 보았다 하여 허망하고 진실치 아니한 것이다.
둘째는 비단결 같은 말(綺語)이니, 그럴듯한 말(浮言)과 솔깃한 말(靡語)을 화려하게
늘어놓으며 애끊는 정열을 간절하게 하소연하여 음욕으로 인도하고
설은 동정을 돋우어 남의 마음을 방탕케 하는 것이다.
셋째는 나쁜 말(惡口)이니, 추악한 욕설로 사람을 꾸짖는 것이요,
넷째는 두 가지로 하는 말(兩舌)이니,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을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 말을 하여 두 사람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며,
심지어 처음에는 칭찬하다가 나중에는 훼방하거나,
만나서는 옳다하고 딴 데서는 그르다 하거나, 거짓 증거로 죄에 빠지게 하거나,
남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들이 모두 거짓말이다.
만일 범부로써 성인의 자리를 증득했다고 하면서 수다원과와 사다함과 등을 얻었다고
하는 것들은 큰 거짓말(大妄語)이니 그 죄가 매우 중하다.
이 밖에 남의 급한 재난을 구원하기 위하여 방편을 다하여
자비한 마음으로 하는 거짓말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옛 사람이 말하되, 내 몸을 닦는 요건은 거짓말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하였거늘,
하물며 출세간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랴.
경에 이르기를 어떤 사미가 한 늙은 비구의 경 읽는 소리를 듣고
개짓는 소리 같다고 비웃었다.
그러자 이 비구는 아라한이었으므로 곧 사미를 참회케 하였으므로
그는 겨우 지옥을 면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개 몸을 받았다 하였으니 나쁜 말 한마디의 해가 이러하다.
그러므로 경에 일렀으되 사람이 세상에 살매 입안에 도끼가 있어서
나쁜 말 한마디로 몸을 찍는다 하였으니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
5. 술 마시지 말라(不飮酒)
술 마신다는 것은, 사람을 취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인도에는 여러 가지 술이 있는데 사탕무나 포도나 여러 가지 꽃으로 술을 빚었고,
이곳에서는 곡식으로만 술을 빚지만 모두 먹지 말아야 한다.
다만 중병에 걸려서 술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는 사람은
대중에게 말하고 마실 것이며, 까닭 없이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한다.
심지어 술 냄새를 맡지도 못하며, 술집에 머물지도 못하며, 남에게도 술을 먹이지도 못한다.
옛날 의적(儀狄)이 술을 만들매 우(禹)임금이 통절하게 끊었고,
주 임금은 술 못(酒池)을 만들었다가 나라가 망했으니,
승려가 되어 술 먹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수치이다.
옛날 어떤 우바새가 술을 먹고 다른 계까지 범한 일도 있거니와,
술 한번 먹는데 서른여섯 가지 허물이 생기나니 작은 죄가 아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죽어 똥물지옥에 들어가며,
날 때마다 바보가 되어 지혜종자가 없어지나니,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독약이어서 비상보다도 심하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차라리 구리물을 마실지언정 술은 마시지 말라 하였으니,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