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우리 아빠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다. 가족들 대부분이 서울로 올라와 생활을 이어갈 때, 항상 북한산 또는 인왕산을 오르고 싶어 하셨으나 다들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 매번 무산됐으니 항상 아쉬움을 속으로 삼키셨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제주도행을 떠나게 됐는데 그중 우선 목표는 한라산 백록담 정복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아빠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으며, 나 또한 어차피 한 번 오르는 거 이번에는 성공시켜 보자 라는 생각과 함께 제주도 여행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한라산 백록담 등반에 한 번 실패했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준비와 체력 상태로 백록담으로 향하던 길 바로 앞에서 등산로가 막혔으며, 다음을 기약하며 백록담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탁 트인 설원에서 그 빼어난 절경을 한라산 정상에서 즐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으며 그 기회가 드디어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온 것이다. 사실 분위기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멀리 모험을 떠나기 직전의 탐험대처럼 보였으며,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한라산은 당일 등반이 원칙이다. 때문에 동이 트기 전, 전날 밤 준비해 둔 배낭을 메고 주차장에 도착했으며 이른 아침부터 한라산 주변으로 주차장을 찾기 힘들 만큼 이미 매우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항상 밤새 놀다가 아침 첫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 새삼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서 그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1. 한라산
한라산은 해발 1947.2m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등산을 위한 사전예약이 필요치 않았지만, 지금은 사전예약을 통해 한라산을 오를 수 있었다. 백록담으로 향하는 코스들 중, 가장 완만하다는 성판악 코스를 택했지만 조금 지나자 내가 선택한 복장이 아주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왕복 7시간 산행 중, 내가 택한 복장은 청바지와 셔츠 그리고 스니커즈였으며, 성판악 코스라 다행이지 만약 다른 곳으로 올랐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서슬퍼랬던 하늘에 어느덧 해가 찾아왔고, 모든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고 카메라로 주변을 담아가며 천천히 걸음을 이어갔다. 100m 단위로 표기되어 있던 고도 표시를 살피며 벅차 오르던 숨을 고를 수 있었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주변 풍경들의 변화를 체감하며 한 걸음 씩 앞으로 내딛을 수 있었다. 정말 가벼운 보급형 렌즈교환식 카메라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휴게소에서 꺼내보이던 전문가급 바디를 보며 난 조용히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엄마의 쉬지 않던 한 걸음이었다. 당시, 허리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던 모습을 보며 또한 그 뒤를 군말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그 한 마디를 몸소 보여주고 계셨으며, 결국 거북이와 같은 꾸준한 걸음을 통해 나를 훨씬 앞질러 가셨다. 결국 나는 중간에 그 피로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방 안에 카메라를 넣은 뒤, 묵묵히 걷는데 집중하기를 선택했다.
해발 1200m 되는 지점에서 담은 사진 말고 별 다른 기억이 존재하질 않는다. 아마 느낌으로 그때부터 카메라를 집어넣고 머리는 땅을 바라본 뒤, 한 걸음 내딛는데 집중하기를 택했던 것 같다. 이미 가족들은 앞서 간지 오래였으며,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소 이곳저곳 도보 여행을 많이 다니며 상당히 많은 걸음수로 인해 체력을 자부했었지만, 등산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어떻게든 정해진 시간 안에 도달 지점에 도착해야 된다는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익숙한 그 수풀들이 보이지 않자 백록담으로 향하기 직전의 마지막 쉼터가 눈앞에 펼쳐졌다. 다들 지친 몸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파이팅을 다지고 있었고, 숙소에서부터 준비한 김밥을 넣어가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몇 년 전 과는 다르게 백록담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하루에도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는 제주도였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지속했다.
2. 백록담
하얀 사슴이 물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곳. 오래전,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이곳이 사화산이라고 배웠지만 오늘날 한라산은 활화산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마지막 휴식 지점을 지나쳤고 위를 향해 쉼 없이 발을 내디뎠을 때, 어느 순간 그 울창하던 수풀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겨울은 아니었기에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에서 마주했던 모든 것들은 하나의 점에 불과했으며, 앞서가던 가족들을 생각하며 나도 쉼 없이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더 이상 계단이 보이지 않았을 때, 그 감격스러운 장면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곳저곳 부지런히 여행을 나였음에도 산간지역에 자리한 사찰은 본능적으로 피했던 나였다. 그래서였을까?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뒤로한 채 공유했던 그 성취감과 기쁨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시작지점에서 가졌던 그 힘든 기억과 순간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빈자리에 그 벅찬 감동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더불어 그 주변으로는 이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인증숏을 남기고자 비석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보니, 어느새 하산 시간이 도착했다. 한참을 올라왔기에 내려가야 될 그 길도 장장 수 시간이었다. 내려가던 도중에 만난 고라니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으며,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은 닳아버린 청바지와 운동화를 뒤로한 채 휴식이 절실했다. 오직, 한라산 등반을 위해 하룻밤 예약했던 숙소에서 만족스러웠던 후기들을 뒤로한 채 자연히 꿀맛과도 같았던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후 서울로 돌아오고 다시는 그곳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한라산 1100 고지와 더불어 백록담 주변에서 바라본 설경과 상고대는 여행 사진을 담는 입장에서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 말이다. 상투적인 표현이겠지만 죽기 직전에 꼭 한 번 그 백록담의 설경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만 가는 요즘이다. 이 말을 꺼내면 분명 아빠가 좋아라 하시겠지? 흘러가는 겨울을 바라보며 문득 다가올 다음 시즌의 그 극적인 순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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