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 주요 등장인물 3. 줄거리 4. 논란 5. 조르바의 기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6. 기타
1. 개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 1883~1957)가 1946년에 출판한 소설. 에게해 남쪽에 자리잡아 1년 내내 온화한 기후의 크레타를 배경으로, 갈탄 광산을 운영하려는 주인공과 그가 고용한 일꾼 알렉시스 조르바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토막토막 다루었다.[2]
2. 주요 등장인물 ㅡ괄호 친 부분은그리스어 원판에서 사용되는 이름들이다.
'나': 이 소설의 화자, 고향인 크레타로 돌아와 갈탄 광산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피레아스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조르바와 만나게 된다. 조르바에게는 '젊은 두목'으로 불린다. 금욕적인 불교신자에 이상주의적인 지식인이라 처음에는 조르바와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점점 조르바에게서 삶의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며 나중에는 조르바가 추는 춤을 함께 출 정도로 그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조르바(Αλέξης Ζορμπάς - 알렉시스 조르바스): 소설의 주인공. 참고로 소설 내에서 마케도니아인이라고 불리는 일이 많은데 국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지방을 말하는 것. 참고로 조르바는 요르고스 조르바(Giorgis Zorbas)라는 실존인물이 모델이며,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계속해서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오르탕스 부인(Μαντάμ Ορτάνς - 마담 오르탕스): 나(화자)와 조르바가 지내는 여관의 여주인. 젊었을 때는 아름다운 외모로 숱한 염문을 뿌렸다는 소문이 있으며, 한때 카바레의 여가수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의 추레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좋았던 시절[3]을 추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부인에게는 애완동물로 '카나바로'라는 자신의 전 애인 이름을 말하는 앵무새가 있다. 조르바는 그녀를 '부불리나[4]'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그녀가 죽자 가톨릭을 따르는 프랑크인 운운하는 내용이 나오는 걸 봐서 그리스 혈통이 아닌듯?
과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과부로, 작중에서는 새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몸매로 동네 남자들을 홀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브란도니(Μαυραντώνης - 마브란도니스) 영감의 아들인 파블리(Παύλος - 파블로스)가 그녀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를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 이후로, 마을사람들로부터 "남자를 홀리는 못된 년" 취급을 받으며 사는 중. 특히 파블리의 아버지인 마브란도니 영감과 친척인 마놀라카스는 대놓고 그녀를 죽이려 든다. 결국 마을 남자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그녀를 보다 못한 주인공과 조르바가 끼어들어 구하려하지만, 마브란도니 영감이 달려들어 과부의 목을 베어 죽이고 "이 죄악은 내가 감당한다!" 라고 일갈한다.
롤라(Λόλα - 롤라): 조르바가 잠시 출장 나가는 동안 그새를 참지 못하고 사귀게 된 술집 여자. 조르바가 '나'의 돈을 7,000 드라크마나 털어서 허세를 부리고, 머리카락을 검게 물들이는데 일조한다.
마놀라카스(Μανώλακας - 마놀라카스): 마을의 경관으로 파블리의 친척. 성격이 매우 괄괄하고 호탕한 인물로 나중에 과부를 죽이려 드는 마놀라카스를 조르바가 제지하면서 싸움이 붙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놀라카스가 조르바의 한쪽 귀를 물어 뜯어버린다. 이후 조르바에게 원한을 품어 그를 죽이기 위해 다시 찾아오지만 주인공이 중재를 함으로 화해하게 된다.
미미코(Μιμικός - 미미코스): 마을에 사는 청년으로 뭔가 좀 모자라 보인다. 너무나 가난해서 일요일에 성당에 갈 때만 신발을 신고, 올 때는 신발을 손에 들고 다니며, 주로 '나'에게 와서 소식을 전하거나 마을에서 잡일을 하는 등으로 살아간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학교에 가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어렸을 때 머리에 이상이 생긴 덕분에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며 좋아한다(...)
자하리아( 자하리아스) 수사: 마을의 수도원에 사는 정신이 이상한 수도자로, 자신의 마음 속에 '요셉'이라는 악마가 산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사순절 금식 기간에도 자기를 위해서는 올리브와 빵같은 소박한 금식용 식사를 먹고, 그후에 이번에는 요셉 차례라며 술과 고기를 입에 댄다(...) '나'와 조르바는 그가 사는 수도원과 벌목계약을 하기 위해 그곳을 찾았으나, 명색이 수도원이면서 수도자들이 절인 대구와 신문(...) 같은 속세의 물건에 굶주려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나'의 친구: 과거에 '나'와 함께 유학 생활을 함께 한 친구이다. 작중에서는 '나'의 회상으로만 등장하며, 작품 초반에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처형당할 위기에 놓일 15만 명의 그리스인들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과 헤어졌다고 한다. '나'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나'는 이 친구의 충고에 따라 파이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나'가 갈탄 광산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 보라는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3. 줄거리[편집]
화자인 '나'는 아테네의 피레아스에서 친구와 헤어져 크레타로 가는 배에 오른다. 이때 조르바는 '나'에게 무조건 자기를 데려가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크레타에서 조르바와 '나'는 갈탄 광산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헌데, 조르바는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늙수그레하지만 야성미 넘치는 외모 그대로 그야말로 미친놈(...)이다.
소설은 조르바 옹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니 그냥 조르바의 인생이야기라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인생이 돌직구인 산두리 연주소설은 조르바 옹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니 그냥 조르바의 인생이야기라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인생이 돌직구인 그가 들려주는 수많은 무용담에 따르면 젊은 시절에 조르바 옹은 산투르(그리스어로는 산두리)에 꽂혀가지곤 젊은 시절에 결혼하려고 꼬불쳐둔 돈을 몽땅 털어다가 산두리를 사서 터키인 사부에게 무작정 달려가서는 산두리를 배운뒤 이리저리 떠도는 삶을 시작한다.
그러다 조국 그리스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산적패에 가담해서는 불가리아인, 터키인들과의 전투에서 남자, 여자, 어린이, 신부 등등 가리지 않고 목을 따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그와 함께 잔 여자들의 음모를 모아 베개 속에 넣어두는 그만의 고상한로 큰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이의 민폐 섞인 인생한탄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조르바의 이야기는 그의 평생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그의 자유의지를 담는다. 가령 조르바의 구구절절한 명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검지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검지가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리쳐 잘라 버렸어요."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번 아니 3천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내 조국이라고 했어요? 당신은 책에 쓰여 있는 그 엉터리 수작을 다 믿어요? 당신이 믿어야 할 것은 바로 나 같은 사람이에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나는 그 모든 것 졸업했습니다. 내게는 끝났어요. 당신은 어떻게 되어 있어요?"
"두목, 산다는 게 뭔지 알아요? 허리띠를 풀고 말썽을 만드는 게 바로 삶이지요. 산다는 게 곧 말썽이에요.
갈탄광산을 개발하면서 조르바는 마을에 사는 늙은 여자와 놀아난다. 젊은 시절엔 여러 외국 선장들과 이래저래 염문도 뿌리던 오르탕스라는 여자인데 조르바는 그녀를 나의 부불리나라고 부르며 마음을 녹이면서도 다른 여자와 사귀다가 주인공의 장난 때문에 오해한 오르탕스로 인해 결국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조르바의 행동은 그야말로 파격을 달리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주인공 '나'는 그의 행동에서 초인의 의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4. 논란
콜린윌슨 왈
카잔자키스가 러시아인이었다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이다." 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카잔자키스는 결국 이후에 발표한 소설 <미할리스 대장> 등도 문제가 되어 결국 동방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하고 죽어서도 그의 시신은 성당 내의 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크레타 이라클리오 성문 바깥에 묻히게 되었다.
5. 조르바의 기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편집]
카잔자키스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로 호메로스, 니체, 베르그송[6]을 들었다. 그가 출생했을 당시 크레타는 터키(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고, 어린 시절에 그는 아버지인 미할리스와 함께 이라클리오 시내 한복판에서 터키에 저항하다가 공개처형된 그리스인들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 이후로 그의 인생에서 최초의 투쟁은 그의 조국인 크레타를 터키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키는 투쟁이 되었다.
또한 2번째 투쟁은 내부의 무지, 악의, 공포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의 해방을 쟁취하는 것이었으며, 끝으로 3번째 투쟁은 사람들이 섬기는 모든 우상들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만끽하고자했다. 그리고 이 3가지의 투쟁은 결국 자유와 해방으로 귀결된다. 육체적 해방, 감정적 해방 그리고 정신적 해방이 그것이다. 젊은 시절에 카잔자키스는 수도자들이 은둔하는 아토스산에 올라갔다가 거기서 고행하는 수도자들을 보고 믿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경험도 했으며 발칸전쟁 당시 참전해서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종군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조르바의 인생경험은 어느 정도 카잔자키스의 그것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위버멘쉬은 낙타처럼 기존 가치들에 대해 무조건 '예'를 하며 복종하고, 따르지도, 사자처럼 '아니오'를 으르렁거리며 어떤 주인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도 아니다.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하느님이 있거나 말거나 무한히 반복되는 단순한 놀이에서도 기쁨을 느끼며 삶을 즐기는 존재라고 보았다. 그리고 조르바는 하루하루를 즉흥적으로 사고하며 행동한다. 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고. 이러한 대목은 카잔자키스의 사상이 니체의 영향을 매우 짙게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설의 막바지에서 갈탄광산이 망하고 '나'가 상심해있을 때 조르바는 '나'에게 음식과 술을 권하고, '나'는 그에게 춤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하고는 둘이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 클라이막스에서 '나'는 조르바의 자유의지를 받아들이는 뉘앙스를 취한다.
6. 기타[편집]
<그리스인 조르바>는 2012년 현재 3가지 번역이 출판되었다. 셋 다 그리스어를 번역한 것은 아니고 영어판에서 비롯된 중역이라 그리스 지명이나 인명에서 상당히 오류가 심하다. 가령 카잔자키스도 한국에서는 '카잔차키스'로 통용되며 그리스어에는 있지만 영어에는 없는 언어유희나 격변화 등으로 인해 완전히 소설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중역이니...
각각 이윤기, 김종철, 베스트트랜스에서 옮긴 것으로 이윤기 역본은 장미의 이름에서의 악명높은 중역과 달리 읽기 깔끔하다는 평이 중론이고, 김종철 역본은 우리말로 옮기면서 수식어나 서술어가 좀 더 길게 추가되어서 읽기는 쉬우나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났다. 그리고 2012년 5월에 더클래식에서 출판한 베스트트랜스 역본은 읽기는 간결해졌지만 영어판을 직역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더클래식 출판본은 영어판도 함께 끼워서 주니 참고하자.
이 책과 번역가 이윤기 씨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그리스인 조르바>의 번역 후기에 따르면, 1999년에 그는 연극 연출가 김석만 교수 등의 일행과 함께 크레타 섬을 방문하여, 크레타인 여성 안내인의 안내 하에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방문하였다. 다른 일행들은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소주를 뿌리고 묵념으로 추모를 마쳤으나, 이윤기 씨는 대문호에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무덤에 큰절을 했다.
그 모습에 안내인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녀가 말하길 먼 동양에서 온, 언어도 다르고 외모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네 고향이 사랑하는 작가에게 지극한 경의를 표하는 모습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그리고 불과 1달 전에 불가리아에 살고 있는 조르바의 친딸이 무덤을 참배하고 갔다고 한다. 당시 딸은 65세.
영화로도 나왔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버전은 1964년에 나온 버전으로 앤소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아 열연했다. 소설의 분위기를 가장 완벽하게 살린 조르바라는 평도 받을정도. OST는 반젤리스만큼이나 유명한 그리스 음악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했다.
<한국경제 [문학여행] 2017.08.28.>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이근미 소설가
책벌레인 주인공 '나'는 '영혼의 방랑자' 조르바를 만나 자유를 배우고 만끽하고 세상에 알린다. '자유인'조르바 그를 생각하며 나의 선택, 나의 자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세계인을 매혹시키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단순히 ‘점심에 뭘 먹을 것인가’에서부터 ‘신은 있다 혹은 없다’라는 어마어마한 명제에 이르기까지. 그 선택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상관없지만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내가 없다고 확신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안이 있다는 게 인생의 난제다. 나의 확신으로 완결되는 것과 확신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정립한 뒤 《그리스인 조르바》를 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그리스 작가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마치 종교 서적처럼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 명사들도 가장 감명받은 책으로 스스럼없이 꼽는 소설이다. 매혹적인 질문과 답변, 함께하고 싶은 공간과 음미하고 싶은 말들이 책 갈피갈피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무방비로 끌려가기보다 나만의 답변을 생각하며 책을 대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의 화자는 35세 남자로 방안에서 원고를 쓰고 책 읽는 데 빠져 산다. 방안에서 자판만 두드리거나 모바일로 천하를 주유하지만 제대로 된 경험이 없는 요즘 사람을 닮았다. 책벌레라는 놀림을 받던 나는 크레타 해안의 갈탄 광산을 개척하러 떠나기로 결정한다. 우연히 만난 65세의 알렉시스 조르바가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세 살 난 아들을 잃은 뒤 방랑자로 살아가는 조르바가 툭툭 내뱉는 말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여행과 경험, 만남과 부딪침에서 비롯된 생생함에 책만 읽던 나는 곧바로 매혹당한다. 이후 두 사람이 갈탄 광산을 운영하면서 나누는 대화와 소소한 사건들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다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다. 카잔차키스는 34세였던 1917년에 조르바와 함께 갈탄 채굴 사업을 한 경험을 60세 때 《그리스인 조르바》에 담아 발표했다. 호메로스와 베르그송, 니체, 부처, 조르바에게 사상적 영향을 받은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내 스승이신 부처’로 인한 깨달음을 계속 토로한다. 그런가 하면 ‘하느님’에 대해서는 ‘조롱’과 ‘불신’으로 일관한다. ‘최후의 인간 부처’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지만 ‘확인할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해서는 회의와 의문을 품는다.
카잔차키스는 “최후의 인간은 자신을 비울 줄 안다. 그 안에는 씨앗도 똥도 피도 없다. 모든 것이 언어가 되고 언어가 모여 음악이 돼도 최후의 인간은 절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절대 고독에서 음악을 침묵으로, 방정식을 환원하는 것이다”라며 감격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하느님과 악마를 동시에 갖고 있고, 하느님이건 악마건 두려워하지 않는 게 젊음이라고 부추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 두 가지 가운데 선택하기 쉬운 쪽은 어느 것일까. 주인공 나는 눈에 보이는 최후의 인간을 선택하지만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금서가 된 ‘자유’의 책
이 책이 왜 사람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올까. 이유는 ‘하고 싶은 걸 즉시 실행하는’ 조르바의 삶의 방식에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조르바는 춤추고 싶을 때 마구 뛰어오르고, 여자를 외롭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떠나고 싶으면 바로 달려 나가는 자유인이다. 조르바를 추종하지만 나는 “종이와 잉크는 지옥에 보내버려! 재산이나 이익 따위를 던져보라고요! 광산, 인부, 수도원 이런 건 쓸데없어요.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라는 조언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다. 하지만 조르바와 함께 지내면서 훨씬 자유로워진 나는 조르바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면서 그가 만끽한 자유를 세상에 알린다.
1953년 그리스정교회가 신성모독을 이유로 금서로 지정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어느덧 세계인들이 즐겨 읽는 책이 됐다. 조르바의 여성관과 ‘하느님’에 대한 도발적인 표현들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더라도 역경과 고난을 온몸으로 헤쳐 온 조르바가 뿜는 혜안에 귀 기울이며 나의 선택, 나의 자유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필경|17.08.28New종교적인 사안은 차치해 두고......Present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그 하나는 <현재>요 다음은 <선물>이 됩니다.처한 현재가 인생 희로애락의 한 순간이 되어도 선물로 받아 들여야 ? 하기 때문입니다.늦게 얻은 것:혈육이건 재물이건 그 당시의 선물로 알고 살면 다른 이들에겐 반면교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