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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없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 | ||||
인간과 자연 공존하는 친환경 생태공동체 | ||||
일행은 이번 독일 방문에서 원전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의 현장 두 군데를 방문했다. 그중 하나가 '제그 공동체'다. 제그(ZEGG)는 '지속가능한 생태공동체 모델'이라는 뜻의 독일어 약자로, 독일에서 친환경 생태공동체로 유명한 마을 가운데 하나다. 브란덴부르크주(州) 휴양도시인 벨치히(Belzig)에 자리 잡고 있는 제그 마을은 1978년 설립돼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탈원전'이 주제인 이번 방문에 제그 공동체를 포함시킨 것은 이곳 주민이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지속가능한 삶의 전형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제그 마을은 외형적으로 전형적인 유럽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에너지와 물자 등 무엇이든 절약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눈에 띈다. 유럽식 세모난 지붕을 가진 집마다 처마 밑에는 빗물받이 장치와 물통이 연결돼 있어 빗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집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단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창문도 최소한 이중 구조다.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ㆍ개축할 때는 바닥 밑 80㎝까지 두꺼운 단열재를 깔고, 벽과 천장에도 단열재로 처리해 최대 90%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는 것이 안내자 이나 메이어 스톨씨 설명이다. 제그 본관 건물에는 손님들을 위한 공동 샤워장이 있다. 친환경 재료인 진흙을 벽에 발라 건강을 생각했고, 마을에서 구한 나무를 활용해 실내를 장식한 점이 특징이다. 항상 따뜻한 샤워장에는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고, 습한 공기는 배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시설을 둘러본 김영미(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장) 수녀는 "우리 수녀원도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며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마을의 에너지 관리
제그 공동체는 마을 교육관을 비롯한 큰 건물과 볕이 잘 드는 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을의 태양광 발전시설 규모는 마을 전체 전기 사용량의 80%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상당히 높다. 마을 난방은 태양열과 펠릿, 가스, 나무를 모두 연료로 쓸 수 있는 특별한 보일러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펠릿도 나무를 베어 만든 것이 아니라 목공소 등에서 나온 톱밥이나 나뭇조각, 나무껍질과 같은 나무 부산물을 가져온 것이다. 펠릿을 한 움큼 손에 쥐어보니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점이 의아해 마을 난방 책임자 토마스씨에게 왜 젖은 펠릿을 연료로 쓰는지 물었더니 "펠릿이 젖어 있으면 천천히 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천천히 태우면 자동차가 정속주행을 할 때처럼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펠릿은 온수 사용이 많거나 날씨가 추우면 더 많이 태우도록 자동화 시스템으로 보일러에 운반된다. 토마스씨는 "2월초 유럽에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처럼 영하 10℃ 이하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한 번에 1.5톤 나무를 써서 화력을 증대할 수 있는 보일러도 함께 가동해 하루에 최대 48㎥ 온수를 가정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을 둘러본 김광철(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서울 신은초등학교) 교사는 "제그는 생태 중심적 삶의 방식을 따르면서 평화와 자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고,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는 삶이 지속가능한 삶"이라고 말했다. #제그 공동체 구성원의 생활
제그 주민은 자연에서 배운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를 희망해 입주한 이들이다. 주민들은 어떻게 하면 자연에 해를 덜 주고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현대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제그 마을 전체 부지는 15만㎡(4만 5375평)다. 새로 조성한 마을이 아니라 원래 분단 시절 독일 정보기관 교육시설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생태공동체를 꿈꾸던 이들이 모여 증ㆍ개축(리모델링)하면서 마을이 들어섰다. 그래서 수십 년 전에 지은 오래된 건물은 재건축이 필요한 상태다. 마을 땅 10%는 유기농 경작지다. 그래서 주민 95%가 유기농 식단으로 식사한다. 식사는 공동식당에서 함께 하는데, 육류를 제공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우리의 미나리꽝같이 갈대숲을 이용한 친환경 하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을에서 발생한 오물은 마을 안에서 처리된다. 제그 마을에는 어린이 20명을 포함, 모두 100여 명이 거주한다. 주민은 외부와 경제적 교류 없이 자립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주민의 35%는 마을 공동체에서 일한다. 공동체가 삶의 터전이자 직장인 셈이다. 나머지 주민은 대부분 인근 대도시에서 IT 업계 등에 종사하는 평범한 직장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그는 5개로 구성된 워크 그룹(Work Group)을 운영한다. 워크 그룹은 정원사ㆍ유기농 및 농사담당ㆍ건설ㆍ세미나 그룹 등이다. 그룹 책임자들은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열어 공간활용과 재정, 개선점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제그 주민이라면 누구나 일주일에 한 번은 공동체를 위해 부엌일을 하거나 봉사를 해야 한다. 1년에 네 차례 외부 손님을 초청하는 큰 행사를 여는데, 이때는 모두가 봉사자로 나와야 한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벨치히(독일)=이힘 기자 lensman@pbc.co.kr ▨28년 째 '제그 공동체'에 거주하는 이나 메이어 스톨씨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이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습니다. 단,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해요." 제그 공동체에서 28년째 사는 이나 메이어 스톨(Ina Meyer Stoll, 51)씨는 "입주에 필요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며 일행의 질문에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톨씨는 5개 워크 그룹 중 '세미나 그룹'에 속해 있어 일행과 같이 방문객이 왔을 때 마을에 대해 안내하거나, 강의를 맡아 공동체에 운영비를 보태는 살림꾼 중 한 명이다. "이곳 마을에는 개인 소유 주택은 한 채도 없어요. 모두 공동체 소유입니다. 주민 1인당 월세와 식비, 관리비 등으로 매달 580유로(약 87만 원)를 내고 있어요. 하지만 어린이들은 무료입니다." 그는 제그 공동체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공동체적 삶을 원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각박한 경쟁사회에 맞서 경쟁하지 않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이들이 모인 마을이라는 것이다. 주민이 행복하고 건강해 보여 입주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이곳에서의 삶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알려면 적어도 3~4년은 살아봐야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제그 공동체에는 화가와 음악가, 작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음악회나 전시회, 요가 강습, 연극과 같은 문화행사가 심심찮게 열린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공동작업도 볼 수 있으며 주민이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 좋아 입주자들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 "우리는 독일 평균보다 가난한 삶을 살지요. 하지만 훨씬 더 행복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덜 쓰고 아껴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힘 기자 | ||||
[평화신문 2012.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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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덜 쓰고 아껴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는 독일 평균보다 가난한 삶을 살지요.
하지만 훨씬 더 행복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덜 쓰고 아껴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