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에게는 위험하게도(!)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이 없다. 곧 개봉을 앞둔 휴먼 재난영화 <해운대>는 시나리오조차 보지 않고, 윤제균 감독의 사람 됨됨이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07)는, 감독의 전작인 <죽어도 좋아!>(02)를 보고 느낀 엄청난 감격 때문에 앞뒤 재지 않고 출연했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작업해서 신뢰가 쌓인 감독의 영화라면 두말 않고 출연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말라고 충고한다지만, 설경구는 “이 정도면 승률이 좋은 편 아니냐”며 씩 웃는다. “장르나 캐릭터의 다양성? 그런 기준으로는 작품을 결정하진 않아요. 그냥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야 해요.” 그의 이런 작품 선택법은 “감독과 배우의 합”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그의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배우는 감독의 분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002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아무리 게거품을 물어도 배우가 20퍼센트밖에 못 보여 주면 20퍼센트 예술 한 것밖에 안된다. 배우는 그렇게 중요하고 또 멋있는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일견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다. <박하사탕>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단적비연수>(00)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잘했다”와 “왜 하필 그 작품이냐.” 한쪽엔, 3년 정도 숨어 지내며 ‘<박하사탕>의 배우’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가면 못 돌아올 것 같더라. <박하사탕> 비디오 들고 다니면서 ‘저 배우였어요’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진중하고 사회적인 시나리오도 많았는데, 한쪽으로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상업영화도 하고, 다음엔 멜로드라마도 해보고. 그냥 흘러가는 듯 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행보는 자유로웠다.
잔잔한 멜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01)에서 사람 좋은 은행원이 되어 ‘독한 놈’의 이미지에서 한 발 벗어났고, <공공의 적>(02)에선 강력계 형사 강철중이 되어 <박하사탕>의 무게감을 털어내며 대중적인 배우의 대열에 들어섰다. <박하사탕> 이후 언제나 꿈꿔왔던 이창동 감독과의 재회는 <오아시스>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뤘고, <광복절특사>(02)를 통해 정통 코미디에도 도전해봤다. 그리고 <실미도>(03)로 ‘천만 관객’ 시대를 연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사활을 걸고 덤볐던 <역도산>(04)의 참패는 그에게 쓰린 상처로 남아 있다. “역도산이라는 인물 자체가 일본과 한국 어디에서도 인정 받지 못했던 인물이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잇따른 흥행 부진은 그에게는 어떤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사이에 <그놈 목소리>가 좋은 성적을 냈지만, <사랑을 놓치다>(06) <열혈남아>(06) <싸움>(07) 등이 연달아 부진했어요. 이 시기에 위축되었던 건 사실이에요.” 작년 <강철중: 공공의 적 1-1>(08)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는 “시리즈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며 스스로의 관객 동원력에 대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리고 그는 현재, <해운대>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첫댓글 해운대의 설경구라, 술취한 연기는 과연 최고인둣 싶습니다, 독특하지도 않으면서 독특하다,,참으로 어려운 평가..... 그러기에 얼마나, 연기나, 예술은 긴지...
보셨군요 저두 엊그제 봤죠. 걱정했던것 보담 볼만했어요. 진짜 설경구는 술취한 연기, 리얼 그 자체임다. 해운대가 제 외가라서 자주 갔었는데 거기서 찍은 영화라 그런지 더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와닿더라구요. 암튼 벌써 135만명이 넘는 관객을 몰았다고 하니 곧 관객 쓰나미 몰이가 되지 않을까 몰것어요.
재해는 정말 인간이 감당할수 없는것 같아요물의 힘과 불에 힘은 우리 인간이 막을 수 없는것 같아요 보면서도 언젠가는 일어날수 있는일 마음이 억제할수 없는 이 감정,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과, 연인들의 마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우리나라 정말 영화 잘 만들죠 화이팅 화이팅
메가 쓰나미에 휩쓸려 떠다니던 사람들이 전기에 감전되어 죽는 부분에서 어찌나 끔찍하던지요. 실제 일어날수도 있겠구나는 생각도 들었구요. 영화가 만들어질 때 해운대 사시는 분들이 해운대 땅값 떨어진다면서 상영을 막으려고 했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웃기죠
그런가 땅값 떨어진다고, 하하하 근디 그 영화 촬영때문에 부산 주민들 주머니가 넉넉해 지지는 않았을까 ? 그렇게 많은 인원이 촬영 했는데...컴 덕분인가 ???
부산 내 인원 동원이 필요했으니 영화 엑스트라 알바생들은 그나마 돈 좀 만졌겠죠 CG는 쓰나미 만드느라 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