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속 깊이 들여다보기 / 김현옥
인류가 지구별에 생존한 이래, 처음으로 전 지구인이 생존 위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람처럼 쉽게 전염된다. 비행기로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게 되었다. 함께 협력해야 나와 너, 서로를 살릴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별의 주인이라고 큰소리쳤던 인간의 오만함을 한순간에 허물어뜨려 버렸다. 바람처럼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그것이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다. 코로나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물질 쟁탈을 위해 경쟁하던 인간들 삶의 바퀴를 잠시 멈추게 하고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다.
우리의 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삶의 진실을 생생한 체험 속에서 일깨워주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만 공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온라인으로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미래의 학습 형태를 코로나가 앞당겨 보여주고 있다.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던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이리저리 전 세계로 가볍게 떠돌던 여행자들은 집에서 자기 내면을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물건을 만들던 공장의 기계를 멈추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에 대처하는 나라들의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과 중국이 거짓된 은폐로 많은 코로나 확진자를 발생시킨 데 비해, 한국은 진실하고 투명한 대처로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한국의 진실하고 솔직한 대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하였다. 나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물건을 사재기하는 다른 나라 국민과 달리, 우리나라 의료진과 자원봉사원, 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봉사하고 헌신하였다. 국민들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국가적 재난 앞에 모든 국민이 협력한 결과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생존 위기 앞에 이렇게 다르게 대처하는 힘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그것은 촛불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던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인 정신의 결과이다. 또한 민주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던 5.18 민주 정신이기도 하고, 70년 분단 체제 속에서 간절하게 염원하는 통일 의지이기도 하다. 멀리로는 일제의 총칼 앞에 맨손으로 만세를 불렀던 독립 의지이기도 하고, 탐관오리들과 외세의 간섭에 목숨 걸고 일어선 동학 혁명 정신이기도 하다. 이런 민중의 주인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역사 속에, 우리 핏줄 속에 면면히 살아 이어져 온 결과가 아니겠는가?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진행 중이다. 확산의 상황이 주춤한다고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및 예방약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적 원인을 추적하여 또 다른 전염병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이 지구별에 인간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동식물은 물론, 흙 ․ 물 ․ 바람 ․ 해와 같은 자연 환경에 기대어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편리함을 내세워 우리 삶의 바탕인 자연 생태계를 허물어뜨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러 왔다. 이런 식의 삶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재앙이 잇달아 일어날 수 있다.
인류는 이제 생존을 위협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공동으로 대처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구라는 공동의 터전 위에서 인간은 물론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가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서로를 살리는 공동체 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깨우쳐준 혹독하고 값비싼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