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
-윤동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구내에서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를 만났지요
두 사람은 스마트폰 구글맵을 보다가
나를 보자 반기면서 연세대학교 가는 길을 물었지요
직접 데려다줄까 하다가
급한 일도 있고 무엇보다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는
조금만 알려주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구글맵을 같이 보면서 알려주었지요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가 잘 알겠다고 해서
연세대학교는 왜 찾아가려 하느냐고 하니까
그 대학 국문과 교수 연민 이가원을 찾아뵙고 사죄하겠다고 했지요
뜬금없는 말 같았지만 들어보니 이랬지요
지난여름 이가원 교수가 피렌체 단테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날 마침 두 사람 모두 집을 비웠다고 했지요
이가원 교수는 단테의 집에서 하루종일 머무르며
이놈의 도시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그렇다 쳐도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는 마중하고 안내해 주어야지
파스타에다 젤라토 정도는 대접해야지 했지요
내가 누군가 퇴계 후손에다 한문 한시 서예 삼절三絶 아닌가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가 이러면 안 된다 했지요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가 나중에서야 이웃들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이가원 교수를 찾아뵙고 그날의 결례를 사죄하겠다고 했지요
뒷일은 이가원 교수에게도
단테옹翁과 베아트리체에게도 물어보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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