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곡 청빈의 예와 탐욕자들의 이야기
선생님은 벽 쪽에 몸을 바싹 붙인 채 조심조심 앞장섰습니다. 영혼들의 무리가 단지의 가장 자리에 바싹 다가서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발길을 천천히 옮겼습니다. 그때 갑자기 "자애로운 마리아여!"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가 계속되었는데
첫 번째 소리는 탐욕의 죄에 대립되는 덕성의 첫 번째 예로 마리아의 청빈을 예로 듭니다.
당신의 거룩한 아기를 내려놓으신
마구간을 보고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탐욕의 죄에 대립되는 덕성의 두 번째 예로 역시 청빈을 들고 있습니다.
어진 파브리키우스여, 악덕으로 사치스럽게
살기보다는 가난 속에서
덕으로 살기를 택했구나!
파브리키우스는 당시 관습이었던 뇌물을 받지 않고 탐식과 사치를 거부하다가 나중에 걸인으로 죽었습니다. 청빈은 금욕과 자기 절제의 결과입니다.
단테는 이 말을 한 영혼을 찾으려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급히 갔습니다.
그 영혼은 니콜라스 성인이 돈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하던 세 처녀들을 도와
젊음을 고결하게 살도록 해 준 얘기를 했다.
가난한 지방 귀족이 세 딸을 팔려고 하자 그 집의 창문에 세 자루의 금을 던져 넣어주었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바티칸 피나코테카 (Pinacoteca)회화관, 지오토의 방에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의 그림이 있습니다.
피나코테가 회화관에는 15개의 방이 있습니다. 맨 처음이 니콜로와 죠반니의 방입니다.
이곳에는 중세 이전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지오토 이전의 12,13세기 작품으로 주로 성당에 보존해 있던 그림들로 나무 목판에 황금 바탕으로 그려진 제단화들입니다. 다음이 지오토의 방이고 그 다음 3번 방이 안젤리코의 방입니다.
이번 여행 중에는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자고 마음을 먹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다음 다음방으로 가면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찍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의 사진이 없어 아쉽습니다.
미술관에서 사진 찍기가 허용되어도 찍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좋은 작품이 있으면 꼭 카메라에 손이 갑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새롭고 그림을 다시 보게 되어 그림을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 참 참을 수 없는 유혹입니다.
다음은 지오토의 방입니다.
지오토의 방에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의 그림이 있습니다.
가난한 소녀들의 방에 황금구슬을 던져넣는 니콜라우스,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
바티칸 피나코테카 (Pinacoteca)회화관, 지오토의 방
- 2012년 로마 바티칸 여행 중
콰라테시 다폭 제단화,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바티칸 피나코테카회화관 지오토의 방
바리의 성 니콜라우스의 생애를 그린 다섯 개의 제단장식대 패널들 (기적의 묘사) : 뱃사람들의 구조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 (Gentile da Fabriano, 1370?~1427)는 이탈리아 움브리아파의 국제 고딕 양식의 대표자로 르네상스 과도기 화가입니다. 국제 고딕 양식의 유연한 곡선, 풍부한 색체, 우아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뛰어납니다.
니콜라스는 270년 소아시아 리키아의 파타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매우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던 그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자신에게 막대한 유산이 돌아오자 그것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사용하였습니다.
그의 행적 가운데 가난한 귀족의 세 딸에게 지참금을 준 일화는 매우 유명합니다. 세 딸을 둔 한 아버지가 있었는데, 너무 가난해 딸들을 시집보낼 수 없게 되자 팔아 팔아버릴 결심을 했습니다. 우연히 이 소식을 들은 니콜라스는 그 가난한 딸들을 돕고자 했으나 겸손한 성격이었던 그인지라 대놓고 낮에는 못하고 밤중에 남 몰래 창문으로 딸들이 출가하기에 넉넉할 만큼 황금이 들어있는 자루 세 개를 던져 놓고 돌아갔습니다. 그 덕분에 세 딸은 정당하게 결혼하고 잘 살았답니다. 이 전설은 수세기를 거치면서 니콜라우스의 축일에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주는 관습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니콜라우스는 산타클로스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라틴어로 성 니콜라우스를 뜻하는 상투스 니콜라우스(Sanctus Nicolaus)를 네덜란드어로는 산테 클라스라 불렀는데, 이 발음이 영어식으로 변형되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가 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사형 직전에 몰린 무죄한 죄수들을 구출하고, 난파선의 승객들을 구출하는 등 그와 관련된 전설이 많습니다.
프라 안젤리코(Angelico)의 방에 있는 성 니콜라스의 그림입니다.
성 니콜라우스 이야기, 프라 안젤리코, 바티칸 피나코테카회화관 지오토의 방
왼쪽 -성인의 탄생, 중앙- 주교에 의한 교육, 오른쪽- 가난한 세 처녀들의 방에 황금구슬을 던져줌
성 니콜라우스 이야기, 프라 안젤리코, 바티칸 피나코테카회화관 지오토의 방
뱃사람들을 구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3인을 죽음으로부터 지키는 니콜라우스
단테는 이렇게 좋은 얘기를 해 주는 영혼에게 당신은 누구였는지 묻습니다.
그는 프랑스 카페 왕가의 첫 번째 왕 위그 카페라고 합니다.
위그 카페는 그의 후계자들이 저지른 탐욕의 사례를 7명의 왕들을 열거하며 예를 들고 있습니다. 단테는 프랑스 역사를 통해 통치자들의 탐욕의 죄를 폭로합니다.
아, 탐욕이여, 그렇게 너에게 홀린 나의 후손들은
저들의 피붙이도 돌보지 않았는데,
이보다 더한 짓인들 못 하리오!
어느 나라에서나 통치하는 탐욕 자들은 탐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잔인한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 과거와 미래의 죄가 차라리 작게 보일 정도의
대죄를 저지르니, 백합꽃이 아냐니에 들어가고 그리스도가
대리자의 몸을 사로잡히는 것이 보이는구나.
프랑스 왕가(백합꽃)와 보니피키우스 8세(대리자)의 오랜 갈등이 절정에 달하여 당시 프랑스 왕 필리프 4세가 파문을 당합니다. 그러자 필리프 4세는 아냐니에서 교황을 사로잡아 협박을 한 이야기입니다.
교황은 돌아온 뒤 충격으로 한 달 만에 세상을 떴는데 이를 두고 단테는 예수의 죽음을 떠올립니다.
위그 카페의 영혼은 당신(단테)이 성모 마리아의 청빈함을 듣게 하고자 당신을 내게 데려왔으나
그것은 낮이 지속되는 동안 외워야 하는
기도이나 밤이 오면 우리는
정반대의 소리를 지껄인다오.
하며 세상의 물욕에 미혹되어 탐욕의 죄를 범하는 탐욕의 실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 20곡에서는 '피그말리온이 황금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죽였다고'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피그말리온은 디도의 오빠인데 디도의 남편 시카이오스의 재산을 탐내어 탈취하려고 죽였습니다. 디도는 튀루스를 탈출하여 아프리카에 카르타고를 건설합니다.
미다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변신이야기(변신이야기 11부 2. 미다스 왕의 봉변)에서 욕심이 많아 자신이 만지기만 하면 모두 황금이 되도록 신에게 부탁하여 굶어 죽을 만큼 고통당한 왕의 이야기입니다.
또 성경에 나오는 아간과 삽 비라 이야기도 합니다.
트로이가 함락되기 전 트로이의 왕 프리아마모스는 트라키아의 왕 폴리메스토르에게 아들 폴리도로스를 엄청난 황금과 함께 맡겼는데 트로이가 무너지자 폴리메스토르는 아이를 죽이고 황금을 차지했습니다. 프리아모스의 아내 헤카베는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지옥편 30곡) 폴리메스토르의 두 눈을 빼서 죽이는 것으로 복수를 합니다.
고대 로마 공화정 시대 크라수스는 황금에 대한 탐욕스러운 인물로 죽어서 자기의 얼굴에 황금을 뒤집어썼습니다.
이제 우리는 위그 카페에서 떠났습니다.
그때 갑자기 산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면서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죽음에 사로잡힌 듯 내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이어 사방에서 큰 소리로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이라는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양이 끝날 때 까지 서 있다가 거룩한 길을 다시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