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게 다 나오는 세상입니다. 우유 섬유라니…….
이름만 들어도 피부가 촉촉해 지는 느낌을 줍니다. 따라서 광고도 그런 컨셉으로 제작되면 호소력이 있고 강력하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우유로 목욕을 하는가? 나는 우유를 입는다.” 하지만 대단한 하이테크 섬유로 보이는 이 우유 섬유는 이미 1940년대에 Wool의 대체품으로 생산되어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사라졌던 섬유입니다.
당시에는 여러 가지 결함도 있고(예컨대 물에 적셔두면 쉰 우유 냄새가 나기도 했다는……)용도가 겨우 중절모의 혼방 소재로 쓰이는 등, 제한적이었고 환상적인 광택과 강철같은 강력을 가진 나일론을 비롯한 합성 섬유들의 대거 출현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날, 건강 선호 풍조를 타고 소비성 자재의 구매 의사를 대부분 결정하는 주력인 女心(여심)에 호소하여 revival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글쎄요 이번에는 성공할지 두고 봐야지요.
우유 섬유는 사실 비싼 Wool을 대체하기 위한 대체 소재로 출발하였습니다. 성질이 대개 Wool의 성격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우유에서 섬유를 뽑을 수 있을까요?
놀라운 매직처럼 느껴지는 물건이지만 사실은 별게 아니랍니다.
Viscose rayon은 나무의 Pulp를 녹여서 만들었습니다. ‘면’이라는 셀룰로오스는 원래가 섬유 형상을 하고 있지만 나무의 Pulp는 같은 셀룰로오스라도 섬유의 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Pulp를 조청처럼 녹여서 합성섬유처럼 방사하면 섬유가 됩니다. 이렇게 만든 섬유를 우리는 재생 섬유라고 하지요.
우유의 주성분은 물론 물입니다.
그 나머지는 우리가 잘 아는 지방, 단백질, 그리고 탄수화물과 칼슘, 비타민 등입니다.
우유에서 지방을 위주로 가공한 것이 바로 버터입니다. 단백질을 주로 가공한 것이 치즈지요. 우유에 탄수화물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분들이 많은데 바로 우유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을 젖당 또는 유당이라고 합니다. 이 젖당이 우리가 우유를 마시고 나면 배를 더부룩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를 락타아제(Lactase)라고 하는데 젖을 먹는 아기 때는 모든 사람에게 이 효소가 분비됩니다. 그런데 3살 이후에는 대부분 분비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우리 ‘인체’라는 기계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작용입니다. 불필요한 효소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절제 시스템인 것이지요. 그런데 덴마크나 그 쪽의 낙농국 사람들은 90%이상, 어른이 되어서도 이 락타아제를 분비한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우유를 먹어도 잘 소화시킵니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진화의 살아있는 증거가 아닐까요? 이런 사실을 이용해서 시중에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또는 ‘락토프리’ 어쩌고 하는 우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젖당을 뺀 우유입니다.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카세인(Casein)이라고 합니다. (우유 단백질의 90%는 카세인입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의 털도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털 단백질의 이름은 케라틴(Keratin)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백질은 수백만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20가지 이내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다 친척간이 됩니다.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 섬유를 이루고 있으므로 다른 단백질로도 섬유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 카세인 분자들이 뭉쳐있는 모습을 보세요. 마치 털 뭉치처럼 생겼지요?
우유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은 3%정도입니다. 즉 100kg의 우유에 3kg의 카세인이 있습니다. 우유로부터 카세인만을 뽑아내어 여러 가지 케미칼에 녹여서 중합(Polymerization)을 시킵니다. 중합은 같은 분자를 수 천-만개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하면 섬유를 만들 수 있는 전 단계가 됩니다. 즉 반죽(Dough)이 되지요. 물론 모든 반죽이 다 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밀가루 반죽도 자장면이라는 섬유가 되기는 하지만 그걸로 옷을 만들기에는 강력(strength)이 부족하지요. 하지만 카세인 반죽은 강력이 충분하여 좋은 섬유가 됩니다. 실제로 Wool과 아주 흡사한 성질을 띱니다. 따라서 Wool처럼 타고 냄새도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나며 물에 오래 담가두면 노균병에 걸려서 상하기도 합니다. 수분을 잘 흡수하고 알칼리에 약하다는 것도 같습니다. 같은 단백질 성분이라서 당연하겠지만. 사실 실험실에서 Casein과 Wool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현미경 밖에 없습니다. 케라틴의 표면에 있는 스케일(Scale)이 매끈한 방사구를 통과한 재생 섬유에 있을 리가 없겠지요.
그런데 ‘스케일이 없는 모 섬유’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지요?
바로 Washable wool에서 입니다. Washable wool은 물 세탁 시의 수축을 막기 위해 스케일을 덮거나 깎아버린다고 했습니다. 바로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카세인 섬유입니다.
카세인은 14세기 때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바로 페인트의 바인더(Binder)로 쓰였답니다. 페인트를 걸죽하게 만드는데 사용되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14-5세기의 성당에 칠해진 외벽은 카세인 광택 때문에 번쩍번쩍 하답니다. 물론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카세인이 수축은 덜 된다고 해도 물속에 들어가면 강력이 아주 약해진다고 하니 매우 조심스럽게 물 세탁을 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Casein과 면을 주로 혼방한 원단들이 나오고 있어서 다음 시즌에 보여드리려고 합니다만. 아직은 가격들이 비싸고 2불 대의 원단은 몇 개 안 됩니다. 외관이나 감촉은 Wool /cotton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