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세난에 100만가구 이상이 비어 있다고?'
빈집이 800만가구나 되는 일본을 닮아가는 거 아니냐?'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전국 빈집 100만 가구'에 여전히 '지상의 방 한 칸'을
마련하는 것이 절박한 꿈인데
다른 쪽에서는 늘어나는 廢家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문태준 시에 나오듯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집들이 어쩌다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처럼 텅 비게 됐을까.
서울 도심에만 빈집이 11만 가구 이상이라고 한다.
종로구 사직동엔 한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다.
빈집은 붕괴나 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범죄 장소로도 악용되기에 마냥 방치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갈짓자' 행보의 재개발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개발 활성화와 보존이라는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발 묶인 정비구역이 100곳도 넘는다는 것이다.
현실과 ㄷ오떨어진 주택통계도 문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고시원 등 준주택이 대부분 빠져 있다.
상가겸용주택과 부분임대주택(다가구), 비주거용 건물 내 주택까지 합하면 65만가구에 이른다.
외국과 비교해도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이미 400가구를 넘어 미국(410가구), 일본(451가구)에
육박한다.
미국과 일본은 거주자가 있는 텐트나 영업용 창고, 취사시설.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까지
통계로 잡고 있다.
이를 제대로 반영해 주택 정책의 기준점을 새로 정하고,
옛 도심 재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택 공급이나 신도시.택지 개발, 도시재생.정비 사업의 주체가 제각각인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 숙제를 풀 수 없다.
일본에서는 빈집을 재해 대비 시설,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 등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일부 지역에서 대학생과 저소득층에 임대하거나 텃밭, 주차장 등으로
꾸미는 사업을 시작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태준이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있는 곳이라고 묘사한 빈집.
그 아궁이에 쪼그려 앉아 방고래까지 따뜻하게 덥혀 줄 불씨를 새로 지필 수는 없을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을 보신다면,
그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닮고 닮은 싸리비를 들고'라는 시인의 애틋한 노래처럼. 고두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