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쯤 전에 오른 손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치과에서 잇몸에 마취주사 맞은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고 찌릿찌릿 저린 느낌이 계속 되었죠.. 처음에는 며칠 이러다 낫겠지 했는데 낫지를 않고 한 2 주가 지나니까 이 저린 느낌이 손목 위로 점점 확대되면서 나중에는 팔뚝 전체에 저린 느낌이 계속되길래..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빨리 응급실로 가라는거에요.. 선생님은 고혈압에 당뇨에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기 때문에 중풍이 의심된다며 당장 응급실에 가라는 겁니다.. 속으로는 설마했어요.. 중풍은 무슨...
그 때가 오후 5시 쯤 됐는데 배가 고파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슬슬 운전해서 큰 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한 5시 40분 쯤 됐나? 접수를 했더니 기다리래요.. 그런데 응급실 접수 창구 앞에는 이미 응급 환자가 40명 정도 앉아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나도 의자를 하나 찾아서 기다렸죠...
1시간이 지나고... 2 시간이 지나고... 그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데 어떤 환자는 죽을 것 같은 인상을 쓰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비교적 빨리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나는?? 3시간이 지나고... 인내심에 한계에 도달해서 슬슬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그건 나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환자들도 기다리다 지쳐서 슬슬 항의를 하고 욕도 해보지만..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4시간이 지난 밤 9시 반쯤 내 이름을 불러서 들어갔더니.. 의사 성상님.. 이건 뭐 까운도 안 입고 검은 색 점퍼에 청바지 입은 남자 청년 하고 어두운 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젊은 아가씨같은 성상님 둘이 나를 인터뷰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이거 중풍이 아닌거 같기도 하고 긴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면서 CT 를 한 번 찍어보자고 나가서 기다리래요...
알았다고 다시 대기실에 나왔는데... 또 기다려.. 1 시간...2 시간... 아주 짜증나서 집에 갈까 생각 중 일 때 다시 내 이름이 불리워지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휠체어에 태워서 아주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가더니.. CT 기계에 누우라고 하고 스캔을 하는데 5분... 정도.. 그러더니 결과가 나오는데 한 40분 걸리니까 나가서 기다리래요...알았다고...
다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금방 밤 12시가 지났어요.. 금요일 오후에 병원에 와서 이제 토요일이 된 겁니다... 그래도 12시 반 쯤이면 결과가 나오겠지.. 1 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기다리면서 몇 번을 선생이 나올 때마다 언제 결과가 나오냐고 물어도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새벽 1시 반이 됐는데... 아~~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못 기다려.. 아니 이 넘의 병원은 응급실이라는게 응급 환자 왔다가 기다리다가 죽게 생겼어요... 찍을꺼 다 찍었으니까 나 집에 갈래.. 결과는 나중에 내 닥터한테 보내주겠지.. 그냥 집으로 가려고 차를 주차해둔 주차장 건물에 갔는데...
@o@!!! 엑!! 내가 주차를 한 주차장 입구에 셔터가 내려와 있고 거기에는 주말에는 문을 안 연다고..써 있는 겁니다.. 아이고... 내가 주차한 곳이 큰 병원의 길 건너 다른 건물인데.. 그 건물 입구를 찾아서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입구는 모두 잠겨있고.. 아~~ 정말 돌아버리겠네... 정말 큰일이 난거죠.. 집에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고.. 한 2 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하기는 하겠지만요.. 하지만 이 새벽에 혼자서 이슬 맞으면서 걷기에는 너무 청승 맞죠??
주차건물 이라서 1 층은 셔터로 입구가 잠겨 있지만 건물 앞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면 2 층은 뚫려있어서..저거라도 타고 올라가야 하나? 아니 내가 무슨 28 청년도 아니고...이 나이에 담치기를 꼭 해야하나 마나 고민을 하면서... 할 수 없이 택시를 불러야 하나 마나...그것도 오늘이 토요일이 됐으니까 월요일 까지는 차를 못 꺼낸다는 거쟈나요... 정말 아무래도 담치기를 해야겠다.. 그러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나 안 지나가나...둘러보는데.. 아니 금요일 밤 주말 새벽 2시에 누가 거기를 지나가겠어요.. 그런데 가끔 자동차들이 지나가더라고요.. 만약 담치기해서 올라가는 도중에 경찰 순찰차라도 지나가다 걸리면 .. 아~~ 이거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겠죠... 그래서 자동차 안 올 때 담치기 해서 2층으로 올라가려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아~~ 나 정말 이 나이에 이런거 정말 해야 하나? 갈등을 때려가면서..막 올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길을 건너서 주차장 쪽으로 걸어오는 거에요.. 담치기 하려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던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Who are you? 뭐 이사람도 엄청 놀랐겠죠.. 갑자기 어두컴컴한 구석에 이상한 넘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을테니까 당연히 누구야? 그럴 수 밖에 없었겠죠... 얼마나 놀랬을까? ㅋㅋㅋㅋ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지만 지금 웃을 때가 아닙니다..
나는 아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차를 저 안에 주차했는데..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더니.. 이 남자가 웃으면서 .. 저 안에 네 차가 있어? 하하 너 정말 럭키라고.. 자기가 이 시간에 여기 올 일이 없는데.. 잊어버린 서류 다시 가지러 왔다가 너를 만난거라고.. 하긴 새벽 2시에 왜 거기를 오겠어요.. 그러면서 주차장 문을 열어주는데.. 그 사람 한테 몇 번을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천사가 있다면.. 이런 사람이죠... 어떻게 그렇게 딱 시간을 맞춰서 그곳에서 주차장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지.. 이런 걸 두고 그야말로 起死回生(기사회생) 絶處逢生(절처봉생) 이지요..
그 천사 같으신 분의 도움으로 새벽 2시 넘어서 간신히 집에 운전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2 주 후에 나의 주치의 선상님에게서 뇌 CT 스캔 결과를 알려주시는데... 다행히 중풍은 아닌거 같답니다. 손목의 신경이 눌려서 그런거 같으니까 신경내과로 가보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주셨는데.. 전화를 했더니 환자가 너무 많아서 제일 빨리 체크를 받을 수 있는 날짜가 9월 2일 이랍니다.. 약 한 달 쯤 남은거에요... 그래서 그러냐고..알았다고 하고 병원 예약 해놓고 기다리는데...
어 이게 날이 갈수록 저리고 아픈 부위가 점점 커지는 겁니다. 처음에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과 손목 부위만 쩌리고 찌릿찌릿 마비 증세가 있었는데.. 이게 손목위 쪽으로 번지더니 나중에는 팔꿈치까지 가더니 이제는 팔꿈치 위쪽으로 팔 전체가 저리고 아픈데.. 이렇게 되다 보니까 불편한게 하나 둘이 아닙니다..
일단 글씨가 잘 안써져요.. 내 이름 싸인할 때도 제대로 안되고.. 젓가락 질 잘 안되고.. 물 컵 들다가 떨어뜨리고... 힘도 제대로 줄 수가 없고.. 머리 감을 때도 꼭 남의 팔 가지고 머리 감는거 같고.. 어젯밤에는 자다가 새벽 3시에 아프고 저려서 깼는데.. 어이도 없고..
아니 무슨 병원이 사람이 아픈다는데 1 달 뒤에 오라는데가 어디 있냐고 할 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정말 이곳 의료 시스템은 개판이에요.. 아픈 사람 의사 보려고 기다리다가 죽는 수가 생기는 곳이 이곳입니다.
하도 아파서 소염진통제를 2 알이나 먹고 겨우 누워있다가 아침에 병원에 전화해서 일단 처방약을 받기는 했는데.. 팔이 이러니까 아무 것도 하기 싫으네요.. 살다살다 별 일 다 겪어보니... 참 작은 불편함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더 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과연 어떨지 ... 어쨋던 이제 의사 볼 날이 며칠 안 남았으니까 약을 먹으면서 버티기는 하겠지만...
이제 늙으니까 점점 사는게 힘들어지는게... 정말 어이없는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임플란트 한다고 앞니도 빼서 앞니 빠진 금강새 됐죠.. 아니 이빨은 왜 힘없이 부러져나오냐고요? 참 내.. 아이고 참... 이제 살면 얼마를 살겠다고... 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