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버이날이지만...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아흐렛날
어제 아침보다 아침 공기가 엄청 더 차갑고 춥다.
5월 초순도 막바지인데 이 무슨 날씨의 변덕인가?
영하 2도, 또다시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피던
꽃도, 온갖 식물들도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듯하다.
이른 아침 마을 경로잔치 준비를 위한 일손돕기를
하러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자동차 차창이 얼었다.
아마 한새벽엔 기온이 한참 더 떨어졌던 것 아닐까
싶다. 하여간 알 수 없는 것이 산골의 기후조건이고
대단하고 특이한 산골의 날씨는 변덕쟁이라고 해도
되겠지? 하여간 이 봄날, 이 무슨 부조화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젠장이다, 젠장!
오늘은 어버이날,
공경하고 축하드려야 하는 어버이가 안 계신다.
양가 부모님께서 모두 다 작고하셔서 이제 아내도
촌부도 둘 다 67, 68세의 고아(?)가 되고 말았다.
오늘같은 날은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컥하게 된다.
이제와서 반성하고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있으랴!
살아생전 조금이라도 더 살뜰히 잘 챙겨드리지를
못함이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는다. 왜 그랬을까?
마음은 있으되 타고난 천성이 살갑고 살뜰하지를
못했던 성격 탓이다. 나름 잘해드린다고는 했지만
지나고보니 결코 잘했던 것이 아니었고 그 방법도
틀렸던 것 같다. 마음속으로 용서를 비는 아침이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은
부모님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말하면서
그 은혜에 필히 보답할 것을 가르치는 불경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땐 서 말 여덟 되
응혈을 흘리시고 여덟 섬 너 말의 혈유를 먹인다고
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 어깨에다
업고 수미산(須彌山, 불교의 우주관에서 나오는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산)을 수천번을
돌더라도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했다.
종교를 떠나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효도를 해야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도 없으니 오늘같은
어버이날에는 마음이 저려오곤 한다.
며칠전 도시에 사는 아들 녀석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어린이날 연휴에 산골집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자고 했단다. 어버이날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미리 오겠다고 하며 우리부부와 둘째네 부부에게
맛있는 걸 대접하겠다고... 우리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아들을 한번이라도 더 본다는 자체가
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는 좋잖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이번엔 오지말라고 아내더러 전화를 하라고 했다.
날씨가 궂은 날에 고생하며 힘들게 올 필요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아들 생각에는 다가오는
어버이날에 못오니까 미리 내려와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려고 하는 마음임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오지말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요즘에 일이 많아 바빠서 휴일도 없이
일을 한다고 하여 아내도 촌부도 늘 걱정을 했었다.
괜찮다고 하며 오겠다고 했으나 우리부부는 극구
말렸다. 서로가 편한 날에 만나면 되는 것이지 무슨
어버이날이 대수냐며 오지말라고 했더니만 오히려
녀석이 조금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단호히
말렸다. 사실 그랬다. 지난 주말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동고속도로를
오고가는 자동차의 행렬은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이럴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식에게 고생을
시킬 부모가 있겠는가? 부모라면 누구나 다 이번의
우리부부 판단과 결정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버이날이라고 하여 자식들에게 고생을
시켜가며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부모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 결정은 참 잘한 것 같다.
어제는 뭘 했더라?
이른 아침 블루베리밭 잡초 제거,
집입구 주목나무 밑 비비추 뽑아낸 곳에 허브식물
타임(Thyme) 옮겨심기,
집부근 군데군데 자라는 더덕 덩굴지지대 세우기,
꽃모종을 길러보겠다고 모종판에 배양토를 넣고
한련화, 꽃양귀비를 비롯한 몇 가지 꽃씨 뿌리기,
제천 김교수 부부가 와서 둘째네와 진부까지 가서
해물짬뽕을 먹고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
이서방과 함께 마을에 내려가 경로잔치 준비 돕기,
처가가족의 단톡방 만들어 긴급 공지사항 전달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첫댓글 영하의 날씨,,,
서릿발의 날씨에도 산골의 아침은 여전히 평온하네요~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동네 어르신들과
좋은 시간되세요^^
답글 늦어 송구합니다.
즐겁고 의미있는 어버이날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족끼리 챙겨주는 맘씨
행복한 삶의 일부겠지요. 착한 아들
그리고 그에 베푸는 어버이의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가족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이웃도 챙기려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부모라서자식이 힘들어 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서로 돕기의 모습들~
어버이날 함게 축복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