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책방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지켜냈나요?
이상하다? 브루클린 책방에는 커피를 팔지 않네? 이 책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고도 어떻게 10년, 30년, 50년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냈을까? 책 판매에만 힘 쏟는 브루클린 책방과 한국 책방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에겐 없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왜? 커피를 팔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저자는 브루클린 동네책방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 저자 소개
이지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 5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가가 되었다. 고려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뉴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번역을 하고 있다. 『숫자 감각』, 『철도, 역사를 바꾸다』, 『너의 사춘기를 응원해』, 『에피파니 Z』, 『공유 경제의 시대』, 『라듐걸스』, 『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 『협업의 시대』, 『가와시마 요시코: 만주공주, 일제의 스파이』등 서른 권 가량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는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전자책)』,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나의 사적인 영어 공부(전자책)』가 있다.
📜 목차
들어가며: 브루클린 동네책방 그리고 책방 주인을 소개합니다
1장 핼러윈에 캔디를 나눠주는 책방, 테라스 북스
2장 우연을 꿈꾸게 하는 곳, 파워하우스 온 에잇스
3장 동네 주민의 사랑방, 커뮤니티 북스토어
4장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 북스 아 매직
5장 지점을 만들어가는 독립서점, 맥널리 잭슨
6장 열정과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그린라이트 북스토어
7장 소설들이 사는, 센터 포 픽션
8장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헌책방, 북 서그 네이션
9장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푼빌&슈거타운 북스
10장 무언가를 찾는 당신을 위한 장소, 블랙 스프링 북스
11장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은 날에는, 베터 리드 댄 데드
나오며: 오늘도 나는 동네책방에 갑니다
📖 책 속으로
브루클린 동네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고도 어떻게 10년, 30년, 심지어 50년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냈을까? 책 판매에만 힘 쏟는 브루클린 책방과 한국 책방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에겐 없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왜? 커피를 팔지 않는 걸까? 책방 주인과의 만남, 인터뷰는 바로 이 의문에서 시작됐다. 유행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다니는 뉴요커들처럼 브루클린 동네책방은 언제 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한쪽 구석에 살며시 놓인 아이들 스쿠터, 갓난아이를 아기띠에 품은 채 슬며시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젊은 아빠, 한쪽 서가에서 손님과 조곤조곤 깊은 대화를 나누는 직원. 열한 곳의 책방을 무심한 듯 슬쩍 둘러보며 나는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동네책방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임을 오롯이 목격했다. 브루클린 동네책방은 ‘동네’에 자리한 책방이자 ‘동네’ 사람의 책방이었다.
--- pp.9~10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사러 오지만, 주요 고객은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이들과 자주 들르는 단골 가족들이에요. 걷고 말하고 읽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이 많아요. 10년 전 우리가 책을 추천했던 아이가 자라서 대학에 가기도 하고요. 저희는 수많은 손님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 보이면 연락해서 알려주죠. 팬데믹 이전에는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진 북클럽을 운영했어요.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는 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 건 정말 근사한 경험이었죠. 아직 100퍼센트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다시 그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p.23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저희 책방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미국서점협회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인디커머스indiecommerce.org를 활용해 책방 홈페이지에서 쉽게 책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덕분에 고객들은 책이나 굿즈를 곧바로 온라인으로 살 수 있고, 저희는 파워하우스 온 에잇스만의 개성이 담긴 큐레이션 상품들을 업데이트하며 코로나 시대에 단절됐던 고객과 소통할 수 있었죠. 또 고객들이 책방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분위기를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애씁니다. 비로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대로 안착하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 p.50
엠마는 디자이너 남편 마이클과 함께 2017년 북스 아 매직을 열었는데 그 스토리가 재미있다. 원래 코블 힐에는 북 코트Book Court라는 오래된 서점이 자리했다. 그러다가 35년 동안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북 코트는 주인 부부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 한때 이 서점에서 일하며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던 엠마 부부는 동네에서 책방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북 코트를 대신할 새로운 서점을 열기로 한다. 북 코트를 운영하던 부부를 보며 그들이 은퇴하면 자신들이 이어받아 운영하는 꿈을 품기도 했다던 부부. 그리하여 365일 문을 여는 새로운 책방, 북스 아 매직(책방 이름은 “Books are uniquely portable magic”이라는 스티븐 킹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이 탄생했다. 부부는 이 책방이 자신들의 세 번째 자식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 pp.82~83
외국에 살다 보니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사회와 연결된 아이의 미래를 염려 섞인 시선으로 자주 그려본다.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이기에 구체적인 조언을 건넬 수 없을까 봐, 아이가 나와 이질감을 느낄까 봐 지레 겁부터 날 때도 있다. “우리가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의 수치심은 억압적인 아시아 문화와 우리가 떠나온 나라에 의해 초래된 것이고, 미국은 우리에게 오로지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는 신화를 영구화하게 된다”라는 캐시 박 홍의 말은 여자애들은 큰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데버라 리비의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적극적인 아시아인이 된 적 없던 나는 이 땅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정답 없는 질문 앞에 또다시 서게 만드는 말이다.
--- p.115
줌파 라히리를 한국에 소개한 사람은 2003년 브루클린에 머물던 박상미 작가였다. 그녀는 실제로 줌파 라히리를 만나보았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차분했단다. 제2의 줌파 라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뉴욕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작가의 책을 소개해보고 싶다. 물론 나보다 발 빠른 사람들이 많아서 이 작가 괜찮네 생각하며 한가하게 읽는 사이, 벌써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리곤 한다. 뉴욕에 살아도 맨날 헛물이다. 줌파 라히리의 책과 함께 산 『나는 어떻게 나무가 되었나』의 저자 수마나 로이가 인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순전히 우연일 뿐이겠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 p.138
블랙 스프링 북스는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으로 유명한 헨리 밀러의 책 이름을 딴 책방으로 헨리 밀러가 어린 시절을 보낸 662 드리그스 애비뉴 바로 옆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자란 헨리 밀러는 뉴욕시립대를 중퇴한 후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모조리 출판을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무일푼으로 건너간 파리에서 쓴 소설 『북회귀선』이 출판되며 뜻밖의 호평을 받는다. 그 후 주로 파리에 머물면서 브루클린의 생활을 그린 단편집 『어두운 봄Black Spring』과 자전 소설의 발단이 된 『남회귀선』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책방 주인은 러시아계 미국인 시인(이자 작가, 편집자, 교사인) 시모나다.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1990년 미국으로 이민 온 그녀는 뉴욕대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치는 가운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코로나 한복판에서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 p.224
🖋 출판사 서평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한자리를 지켜낸 브루클린 동네책방의 생존 전략,
그것이 알고 싶다!
번역가 이지민의 브루클린 책방 탐방기
나는 매일 아이와 함께 동네책방을 찾는다
항상 아이와 함께 책방에 간다. 그날그날 책방에서 아이가 고르는 동화를 함께 읽으면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영어 동화를 이야기한다. 책 속에는 어른이 되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할아버지, 세상에 꽃씨를 뿌리면 다니는 할머니,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닌 어떠한 일을 하면 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아이 스스로 알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브루클린 책방에서 만난 한국 책들과 브루클린 출신 작가들
책 읽기를 즐겨 하고 번역이 직업인 저자는 매일 책방을 찾는다. 번역하고 싶은 영어권 작가를 찾는 기쁨뿐만 아니라 브루클린에서도 인기인 한강, 하성란, 권여선 등 한국 작가의 책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브루클린 책방 특유의 활기에는 매들린 밀러, 바버러 쿠니, 니콜 크라우스, 월트 휘트먼, 줌파 라히리 등 브루클린 출신 작가의 저서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작가들의 방문도 큰 몫을 한다. 어느 날 에단 호크 사인회를 갖기도 한다. 서점주가 좋아하는 작가인 스티븐 호킹의 문장에서 이름을 딴 책방이 있다. 또 팬데믹 시대에 용감하게 문을 연 헨리 밀러의 소설 이름을 딴 책방도 있다. 가지각색 책방들이 존재하는 곳이 브루클린이다.
‘동네’를 키우는 책방이 진짜 ‘동네책방’
글자를 알기 시작할 때 책을 골라준 아이가 성장해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어가면서 그 책방의 단골이 된다. 이렇듯 브루클린 동네 주민과 브루클린 동네책방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다양한 북클럽을 운영해 함께 살아간다. 브루클린 동네책방에는 브루클린만의 이야기가 있다. 잘 보이는 코너에는 뉴욕과 브루클린 지역에 관한 히스토리와 토픽이 전시된다. 『브루클린이 퀴어 동네였을 때』, 『또 다른 브루클린』 같은 이 지역만의 이야기들이 단골 전시 책이다.
아마존에선 불가능하지만 동네책방에선 가능한 일들
브루클린 동네책방 주인과 직원은 책에 관한 풍부하고 깊은 지식의 소유자가 많다. 소설가, 극작가, 시인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다. 언제든 그곳에 가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며 동네책방이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면서 폐점 위기에 처했을 땐 크라우드 펀딩으로 살려낸다. 책방을 지키는 서점주와 직원 그리고 책방을 지키는 동네 주민이 주역이다. 이것은 결코 아마존에선 할 수 없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