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릴 수 없는 그림자
빗방울 그리고 낙숫물 파열음
떠도는 혼백의 분열
봄비에 젖어버린 소년
그 길에서 떠나지 못하고 멈춰서 있네
지독한 가슴앓이로 길들여진 사랑가
촉촉하게 젖은 바람결 감싸 안고
하얀 정수리 눈발이 내려오는 시절에
수면에 잠겨버린 희망들 건져낸다
케케묵은 기억 속 별들
자전과 공전 부르짖는 독립선언
쌓아놓은 낙엽들 부활을 꿈꾸며
여전한 숨결로 머무는 얼굴
사랑이면 좋겠다
기쁨이면 좋겠다
그리움 되살아난
태양이 낳은 채색된 그림자
버릴 수 없는 오늘
그리고
그림자놀이 영원을 꿈꾸는 순간들
2. 깨알
광활한 우주 담아 놓은 한 톨 씨앗
눈부시게 빛나는 숨길 수 없는 국토
백성은 부지런하게 꽃 피워낸다
깨알 속 저 태양 벗어나지 못하고
노인이 삼켜버린 광활한 우주
깨알 속 광활함 변하지 않았지
불현듯 바라본 손바닥 위 세상
다만
피고 지는 계절의 향기 홀로 걷고 있네
3. 장미향기
어느새 뒤바뀐 수많은 육신들
장마철 족제비 신장이 되었다
살찐 쥐들의 흔적 쫓아다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 개 고양이
저마다 뒤집어쓴 모양 따를 뿐
가시 돋친 길마다 핏빛 꽃망울
주객은 혼돈 속 맴돌고 빛나고
4. 사후
사라지는 영상
꿈이 실현됨을 보리라
생각은 끊어지고
관찰자
블랙홀로 빨려들어 가는
그때
삼라만상 일시에 사라졌네
텅 빈 자리 나타나고
불현듯 발현되는 망념
그리고 초신성
그렇게 화이트홀 걸으리
허나 이 또한 생멸
한 생각 사라지면 주객은 뒤바뀌고
그리곤 생각이 사라진 자리
주객도 사라지리라
빛과 소리 멈추어선 관찰자 자리
속지 않음 기쁨이 되리라
동업 반복되는 빛의 축제
속지마시라
꿈속에 꿈을 꾸고 꿈을 다스려보라
그대 앞 대상 그대가 만든 허상이라
업의 공덕 나타나 보이니
그런 줄 알면 선택하라
어디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5. 창조자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이여
손끝으로 엮어내는 세상 이야기
그대여
지금 그대 머무는 생각 향기롭게
펜 끝으로 그려낼지라
사랑을 말하고
화합을 성취하세요
과거 현재 미래
비우고 비우는 업의 공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