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전자와 승반(承盤)’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전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발 모양 승반이 한 벌을 이룹니다.
주전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며,
승반은 주자를 받쳐 주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주전자와 승반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 청자 풀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승반, 12세기 후반~13세기, 전체 높이 29.7cm,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식물이나 동물, 사람 등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청자를 ‘상형청자(象形靑磁)’라고 하는데,
이 주전자도 표주박 모양을 닮아 있어서 상형청자의 하나로 봅니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 그사이를 짧은 원통형으로 연결하였습니다.
주전자의 주둥이는 바깥쪽으로 뻗어 있으며, 뚜껑은 반원형이고, 위에 고리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손잡이는 꼬여 있는 넝쿨 줄기 모양으로, 표주박과 함께 있는 구불거리는 넝쿨을 연상케 합니다.
이 주전자는 얼핏 보면 흑백 상감 기법으로 만든 작품으로 보이지만
그와 달리 그릇 표면에 흑색과 백색의 흙물을 이용하여 무늬를 그렸습니다.
따라서 상감 기법보다 훨씬 자유롭고 대담한 표현을 했으며 붓의 필치까지 느껴집니다.
이 주전자와 승반이 아름다운 까닭은 바로 이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무늬 때문일 것입니다.
또 이 작품은 주전자, 그리고 주자 뚜껑, 주전자를 받치는 승반이 하나의 꾸러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려청자 가운데 많은 수의 주전자가 전해지지만,
이처럼 뚜껑과 승반까지 완전한 하나의 꾸러미를 갖추고 있는 예는 드물어
이 청자가 더욱 값어치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