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오래전 건설업을 할 때, 철근 조립공 반장으로 있던 그는 의령 신반이 고향으로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 건설업의 호황으로 바쁘게 일하고 다닐때 였다. 가끔 술잔을 나누던 때가 있었는데 주로
공사 얘기로 끝내지만, 그날따라 그의 아들 얘기를 꺼집어 내면서 고등학교 때 무던히도 애를 먹이던
그의 아들녀석이 군대도 갖다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버이날 선물로 아버지 어머니 옷을 준비했다
하면서 슬며시 내민다.
고등학교때 아들을 너무 엄하게 대했던게 생각나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웃음이 지어지는건 어쩔수
없었다고 한다.어버이날 일을 하면서도 선물을 주던 아들보다, 어머니 생각이 더 났다고 했다.
일찍 남편을 보내고 아들하나 바라보면서 고되고 모진 세월을 보내온 어머니 죽음을 접하고, 고향으로
달려간 그의 앞에는, 통장과 도장 어머니가 입고갈 옷 한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구포 범방산 무장애 숲길 입구 그늘진 주차장에서 "창호"를 그리며 묵념으로 극락왕생을 빌었다. 완만한
경사의 나무테크 길로, 범방산 정상 하늘바람 전망대 까지 2.1km의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무장애 숲길
완만한 경사길 이지만, 유모차 힐체어등이 오르내리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것 같다.중간 쉼터에도 쾌적한
공간을 꾸며 놓아 무더위 속에서도 천천히 올랐다. 범방산 정상에 올라선다. 탁 튀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물은 흐르는 둥 마는 둥, 있는 둥 마는 둥한 바람에도 은빛 잔물결을 일으키며 빤짝거리고 있다.
범방산 정상까지 올라와 바라보는 눈에도 빤짝이고 있다.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는 놓치지 않는다. 자리를 펼치자 마른 오징어와 부추전은 어김 없다. 치아들이 좋은지
오징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추전 가득 베어물고 막걸리 한잔 마시니 "카악 카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운수사까지 군데군데 그늘을 벗어나 퇴약볓이 나타나는 임도길도 있었지만, 힘차게 걸어 운수사 조금 못가
마땅한 장소를 못 찾다가 묘지앞 공터에 자리 잡는다. 아래 위 묘지 두기가 있어 막걸리 한잔 가득 붓고 안주
조금, 예의를 갖추고 식사자리를 펼친다. 매실주 유자주 담금주에 젖어 가지만, 막걸리가 모자라는 듯 하다.
앞으로, 곡차는 남겨서 되 가져 가더라도 풍족하게 준비해야 한다는게 오늘의 소득(?) 이다.
운수사 경내를 벗어나 신라대 까지 가기가 만만찮다. 그늘진 임도길을 걷고 걸어 멋드러진 정자가 나오는
바람고개에 닿는다. 먼저온 산책객들이 방을 빼주어 등산화 벗고 맨발로 누워도 본다. 탑골 약수터를 지나
신라대 교정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잔뜩 기대하고 달려 왔건만, 지성의 전당 대학교정에서는 술을 판매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이동 산후리를 끝내고 또 버스로 구포시장으로 이동, 가덕도 횟집에서
산행후의 적당한 피로감과 폭탄주의 행복감에 흠뻑 젖어든다. -끝-
첫댓글 이런 맛깔나고 후덕한 산행기 더 자주 올려주소♡
천상 작가다.
맛갈나는 산행후기 보니 그 산길이 눈에 선하다.
참 좋다. 58산우회 화이팅! 여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