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2년 이상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마냥 오르기만 하는 아파트값을 보며 한숨만 지어야 했던 하우스푸어(내 집 없는 가구)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다. 특히 내집 마련이 꿈인 젊은 신혼부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기회가 왔지만, 선뜻 집 장만에 나서기가 꺼려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림세를 지속하던 전국 아파트 분양 가격이 반등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울산의 아파트 분양 시장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아파트 미분양이 늘면서 아파트 분양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영향은 있었지만 인플레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이 워낙 가팔라 미분양으로 인한 가격하락 요인을 상쇄시켜 전국 아파트 분양 가격이 대체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울산지역 아파트 분양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울산시 정책당국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울산지역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울산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뚱맞는 소리일수도 있겠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분양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혹시 최근의 울산지역 젊은이들의 탈울산과 연관성이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울산의 아파트 분양 가격 하락 원인에 대해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단순 하락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24년 3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보고서를 보면 울산의 신규아파트 분양 가격은 ㎡당 506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당 558만3천원에 비해 51만9천원(-9.30%)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올해 3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563만3천원으로 전년 동원(480만5천원)에 비해 82만8천원(17,24%)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를 포함한 지방 5대 광역시의 경우 올해 3월말 기준 민간아파트 평균가격은 ㎡당 631만1천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만1천원(25.96%)이나 올랐다. 전국 17개 시ㆍ도에서 분양가격이 내린 곳은 울산이 유일하다. 17개 시도 아파트분양가가 상승으로 반전한 데는 미분양 물량으로 인한 가격하락 압박요인을 초월한 원자재 가격상승과 같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울산지역 경기상황은 전국 타 지자체의 평균을 웃돌며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울산지역 아파트 분양 가격의 하방 경직은 의아스럽다. 이것이 울산지역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이 광역시 평균을 밑돌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 분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지난 2월 기준 울산의 총 미분양 가구 중 64.4%가 울주서 발생했다. 지난해 울주지역으로의 신혼부부나 청년세대들의 신규 유출입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울산지역 아파트 분양가 하락세와 연관성은 없는지 눈 여겨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