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 한돈이 40만원 훌쩍… 이젠 돌 선물로 “1g 반지 주세요”
금값 고공행진 어디까지
직장인 김모(34)씨는 이달 초 친구의 아기가 첫돌을 맞이했다는 소식에 선물을 고르다가 깜짝 놀랐다. 소셜미디어에서 11만원짜리 금 반지를 골랐는데 무게가 1g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격만 보고 반 돈은 될 줄 알았는데 1g짜리여서 당황했다”며 “그래도 1g은 너무 작은 것 같아서 결국 아기 옷을 추가로 선물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금값이 연일 고공 행진하면서 금반지 선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돌잔치 선물로 반 돈도 아닌 1g 반지가 유행하는가 하면 “차라리 현금으로 하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연일 오르고 있는 금값이 역대 최고치인 1트로이온스(약 31.1g)당 2069달러(약 268만원)를 넘어 더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30일 서울 종로3가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크기의 돌반지들 모습. 왼쪽부터 1돈(3.75g), 반 돈(1.875g), 1g, 0.5g 반지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태경 기자
◇1돈짜리 돌반지 값이 40만원
29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당 1966.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일 장중 한때 2000달러를 넘어섰을 때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 9%가량 오른 수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국내 금 가격은 전일 대비 0.04% 내린 1g당 8만1960원에 마감했다.
금값이 오르면서 대표적인 금 현물인 돌 반지 가격도 급등했다. 30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의 대형 매장에서는 금 1돈(3.75g) 반지의 가격이 35만원대, 반 돈 반지는 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여기에 세공을 더해 독특한 모양으로 만들면 1돈 반지의 경우 4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최은경 한국금거래소 판매 과장은 “금값이 너무 올라 아예 현금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고, 젊은 고객들은 1g이나 0.5g 반지도 많이 찾는다”며 “돌 반지가 아닌 액세서리의 경우 나중에 가격이 좀 내리면 사겠다는 분이 많아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금값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트로이온스당 206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지난해 9월 16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지난 연말까지 슬금슬금 오르다가 이달 들어 SVB 파산 사태로 은행 시스템 위기설이 나오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은 경기 침체기에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는데, 지난해에는 오히려 경기가 악화되는데도 값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례적인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제 자금이 금보다는 달러로 쏠렸던 것이다. 작년 말부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금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래픽=백형선
◇2000달러 선 닿은 금값, 전망은 엇갈려
향후 금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주르크 키에너 스위스 아시아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초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올해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 최대 4000달러까지도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경기 침체를 맞이하게 되면서 각국 은행들이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이는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자산관리사 그레이터스 캐피털의 토드 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29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2009년 유럽 경제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때야말고 금이 최고가로 올라갈 때”라고 했다.
반면 최근 3일 사이 금값이 다소 하락하면서 단기간 내 더 이상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문사 에어가이드의 미셸 랭포드 이사는 “은행 사태의 전염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단기간 내 금값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온스당 1920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