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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 지침
1.
식심견성(識心見性)
마음을 알아 성품을 봄
일체만법이 모두 자신의 마음 가운데 있거늘, 어찌 자기의 마음을 따라서 진여의 본성을 단박에 나타내지 못하는가?
보살계경에서 '나의 본래 근원인 자성이 맑고 깨끗하다'고 하였으니, 식심견성 하면 스스로 부처님 도를 성취하는 것이니 곧 활연히 깨쳐서 본래 마음을 도로 찾느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십이부의 경전들이 사람의 성품 가운데 있어서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다고 말하니,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하였다면 반드시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서 성품을 볼지니라.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관찰하여 자기의 성품을 단박에 깨닫게 하되, 만약 능히 스스로 깨치지 못하는 이는 모름지기 큰 선지식을 찾아서 지도를 받아 성품을 볼지니라.
보리 반야의 지혜는 세상 사람들이 본래 스스로 가졌거늘 다만 마음이 미혹하므로 스스로 깨칠 수 없으니, 반드시 큰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 성품을 볼지니라.
사람의 성품은 본래 청정하되 망념이 있어서 진여를 덮고 있으니 망념이 없어지면 본래의 성품이 깨끗하니라.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 본래 성품을 보는 것이니라.
앞 생각이 미혹하면 곧 범부요, 뒷 생각이 깨치면 곧 부처이니라.
자성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자성을 깨치면 중생이 곧 부처이니라.
2.
내외명철(內外明徹)
안팎이 사무쳐 밝음
무엇을 청정법신불이라 하는가?
세상 사람의 성품은 본래 스스로 청정하여 만법이 다 자기의 성품 가운데 있으니, 모든 법이 다 자기의 성품에 있어서 자기의 성품은 항상 청정하니라.
해와 달이 항상 밝으나 다만 구름이 덮여서 위는 밝고 아래는 어두워 일월성신을 뚜렸하게 보지 못하다가, 문득 지혜의 바람이 불어와서 구름과 안개를 말끔히 거두어 버리면 온갖 것이 일시에 모두 나타나느니라.
세상 사람들의 청정함도 마치 깨끗한 하늘과 같으며 혜는 해와 같고 지는 달과 같아 지혜가 항상 밝거늘, 밖으로 경계에 집착하여 망념의 뜬 구름이 덮여서 자기의 성품이 밝을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참다운 법을 열어주시는 선지식을 만나 미망을 없애 버리면 내외명철하여 자기의 성품 가운데 만법이 다 나타나 일체법이 자재하나니, 청정법신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자기 성품의 마음자리를 지혜로써 관조하여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나니, 만약 본래 마음을 알면 곧 본래 해탈이요, 이미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요, 반야삼매를 깨치면 이것이 곧 무념이니라.
육진 속에서 여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아서 오고 감에 자유로움이 곧 반야삼매며 자재해탈이니, 무념행이라고 이름하느니라.
3.
유전돈법(唯傳頓法)
오직 돈법만을 전함
오조가 금강경을 강설하심에 한번 듣고 말끝에 모든 법이 자기의 성품을 떠나지 않음을 문득 깨닫고 내가 말씀 드렸다.
"어찌 자성이 본래 청정함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생멸 없음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본래 스스로 갖추어져 있음을 알았으며, 어찌 자성이 움직임이 없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오!"
오조스님은 내가 본래의 성품을 깨쳤음을 아시고 내게 말씀하였다.
"본래 마음을 알지 못하면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느니라. 만약 말끝에 스스로 본래 마음을 알아 스스로 본래 성품을 보면 곧 인천의 스승, 부처이니라."
삼경에 법을 받으니,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는 곧 심인의 돈법과 의발을 전하고, '너를 육대조사로 삼는다'고 하였느니라.
오직 돈교법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와 삿된 종을 부수는도다.
대사가 이 돈오교법을 전하니 배우는 사람들은 같은 한 몸이기를 바라노라.
이는 다만 돈교라, 또한 대승이라 이름하나니, 미혹할 때는 수많은 세월을 지나지만 깨치면 잠깐 사이로다.
나는 오조 인화상의 회하에서 한번 듣고 말끝에 크게 깨쳐 진여의 본래 성품을 단박에 보았다.
그러므로 이 돈법을 뒷날에 널리 퍼지게 하여 도를 배우는 이로 하여금 보리를 돈오케 하여, 저마다 스스로 마음을 관찰하여 자기의 본성을 단박에 깨치도록 하는 것이니라.
법에는 '돈'과 '점'의 구별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으니, 미혹하면 차츰차츰 계합하고 깨친이는 단박에 닦느니라.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 바로 본래 성품을 보는 것이니, 깨치면 원래로 차별이 없느니라.
"청하오니 대사의 세우지 않는다(불립) 하심은 어떤 것입니까?"
"자성은 잘못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어서 생각 생각이 반야 지혜로 관조하여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났으니 무엇을 가히 세우리오. 자성은 단박에 닦는 것이니 세우면 점차가 있으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마땅히 반야로 관조하면 찰나 사이에 망념이 다 없어져 이것이 곧 나의 진정한 선지식이라, 한번 깨침에 곧 부처님을 아느니라.
자기의 성품의 마음자리에 지혜로 관조하여 내외명철하면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요 곧 해탈이니라.
이미 해탈을 얻으면 곧 반야삼매니, 반야삼매를 깨치면 이것이 무념이니라.
법달이 말끝에 크게 깨치고 말하기를, "이후로는 생각생각 부처님 행을 수행하겠읍니다" 하니, 대사가 말씀하시기를, "부처님 행이 곧 부처님이니라" 하였다.
자성이 삼신(법신, 보신, 화신)을 갖추어 밝음을 빛내어 사지(부처가 갖추는 네 가지 지혜)를 이루나니, 보고 듣는 인연을 여의지 않고 초연히 부처님 지위에 오르느니라.
4.
무념위종(無念爲宗)
무념으로 종을 삼음
나의 법문은 옛부터 모두 무념을 세워 종을 삼나니, 모양없음(無相)으로 몸(體)을 삼고 머뭄없음(無住)으로 근본을 삼느니라.
세상 사람이 견해를 버리고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 유념(有念,생각있음)이 없으면 무념도 또한 서지 못하느니라.
없다 함은 무슨일이 없다 함이며, 생각함이란 무슨 물건을 생각함인가?
없다 함은 상대되는 두 모양의 모든 진로(塵勞,번뇌)를 버림이요, 진여는 생각의 몸(體,체)이며 생각은 진여의 씀(用,용)이니라.
자성이 생각을 일으켜 비록 보고 듣고 느끼고 아나(見聞覺知,견문각지), 만가지 경계에 물들지 아니 하고 항상 자재하나니, <유마경>에 이르기를 "밖으로 능히 모든 법의 모양을 잘 분별하나 안으로 첫째 뜻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이 법을 깨친 이는 곧 무념이니 기억과 집착이 없는지라, 광망을 일으키지 말라.
곧 스스로 진여의 성품이니라.
지혜로서 관조하여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나니, 이것이 곧 성품을 보아 부처님 도를 이루는 것이니라.
무념이란 모든 법을 보되 모든 법에 물들거나 매달리지 않으며, 모든 곳에 두루하되 모든 곳에 끄달리지 않느니라.
모든 경계 위에서 일만 가지 경계를 만나서도 마음이 늘 고요하여, 생각 위에 모든 경계를 떠나고 경계 위에 마음이 나지 않나니, 그러므로 무념을 세워 종을 삼느니라.
무념법을 깨친 이는 모든 법에 두루 통달하며, 무념법을 깨친 이는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보며, 무념법을 깨친 이는 부처님의 지위에 이르느니라.
5.
정혜체일(定慧體一)
정과 혜는 한 몸
나의 이 법문은 정과 혜로써 근본을 삼나니, 먼저 혜와 정이 서로 다르다고 그릇 말하지 말라.
정과 혜가 한 몸이어서 둘이 아니니, 곧 정은 혜의 몸이요 혜는 정의 작용이니라.
곧 혜의 때에 정이 혜속에 있고 정의 때에 혜가 정 속에 있나니, 이 뜻은 곧 정과 혜가 함께 함이니라.
정과 혜는 무엇과 같은가?
등불과 빛 같아서 등불이 있으면 곧 빛이 있고 등불이 없으면 곧 빛이 없느니라.
등불은 빛의 몸이요 빛은 등불의 작용이니 곧 두 몸이 있으나 두 갈래가 아니니, 이 정과 혜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최상승법을 닦으면 결정코 성불하여 감도 없고 머물음도 없고 옴도 없나니, 정 • 혜가 함께 하여 일체법에 물들지 아니하므로 삼세제불이 여기서 삼독을 바꾸어 계정혜(戒定慧)로 삼느니라.
곧 마음을 혜라 하고 곧 부처가 정이니,
정과 혜가 함께 하여 마음 속이 청정하니라.
이 법문을 깨침은 너의 익힌 성품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인(因)은 본래로 남(生)이 없음이라.
쌍수(雙修,쌍으로 닦음)가 바르도다.
6.
무생서방(無生西方)
남이 없는 서방극락
우매한 사람은 염불하여 저기에 가서 나려 하고 깨친 사람은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그 마음 깨끗함을 따라서 불국토도 깨끗하다" 하시니라.
마음 자리에 다만 착하지 않음(不善)이 없으면 서쪽 나라가 여기서 멀지 않고, 만약 착하지 않은 생각을 가지면 염불하여도 왕생하여 이르기 어렵느니라.
7.
불오염수(不汚染修)
물듦이 없는 닦음
대사가 말씀하셨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오는고?"
"한 물건이라고 말씀드린다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
대사가 말씀하셨다.
"그러면 닦아 증득(修證)하는가?"
"닦아 증득함은 없지 않으나 오염(汚染)될 수는 없읍니다."
대사가 말씀하셨다.
"다만 이 오염되지 않음(不汚染)은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라, 네가 이러하고 나 또한 이러하니라."
8.
불보리인(佛菩提因)
부처님 깨달음의 씨앗
만약 수행하여 부처님을 찾는다고 할진댄 어느 곳에서 참됨을 찾으려 하는지 알지 못하노라.
만약 몸 가운데 스스로 참됨이 있으면 참됨 있음이 곧 성불하는 씨앗(因)이로다.
화신 보신 및 정신이여! 세 몸이 원래 한 몸이니, 만약 몸 가운데서 스스로 보는 걸 찾으면 부처님의 깨달음을 이루는 씨앗이로다.

첫댓글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 존귀하신분, 공양받아 마땅하신분, 바르게 깨달으신 그분께 귀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