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가 온다고 하니 달려가야지
물론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나 '별이 빛나는 밤' 등을 기대하고 달려가진 않는다
이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유명미술관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이 작품을 내어줄 리가 없으니....
런던 내셔널갤러리나 미국의 모마미술관에서는 이미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가 유명인사다
이 작품들을 대여해 오려면
정우철 도슨트의 말처럼 이들 미술관이 리모델링을 해서 작품보관이 어려울 때가 최고의 찬스일 것이다
얼리버드 티켓을 일정한 기간 내에 무한정 판매했다 하더니
고흐를 만나려는 인파가 너무 많아 입장을 하려면 발권을 받고 웨이팅 번호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입장했지만
몰려다니는 인파로 인해 호젓한 감상은 애초에 불가하다
한 예술가의 작품전에서는 그의 예술활동 일대기를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많이 볼 수 없었던 고흐의 드로잉작품을 제법 만날 수 있다
드로잉에 담긴 인물들은
그의 초기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이나 '씨 뿌리는 사람들' 등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안내된 사진으로 대신한다
그래도 고흐의 자화상 한 점 정도는 있어야죠
모델을 구할 돈이 없으니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던 고흐
드로잉과 수채화 작품을 지나 유화작품에 오면
그야말로 고흐의 강렬한 붓터치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임파스토 기법의 절정을 만나게 된다
내셔널 갤러리나 오르세 등지에서
고흐의 정물화를 볼 때마다 얼마나 놀랐던지
너무 아름다워서....
몽환적인 꽃들이 너무 생생해서...
고흐의 그림같지 않아서....
모네와 같이 인상파 활동시기에 그려진 그림일까?
모네도 볏단을 쌓아놓은 그림을 수없이 그렸는데 아주 잘 팔리는 그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활에 여유가 생겨 어려움 없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황량한 버드나무 가지에서 왠지 고흐의 고독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아를의 시대로 넘어간다
아를에서 그린 작품들을 만나면
그래, 나 고흐 알아 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보아왔던 따사로운 햇살과 고흐의 붓터치를 느낄 수 있다
그의 고독감을 달래줬을 압생트도 그림 속에 담겨있다
아를에서 고흐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소환된다
그가 입원했던 병원, 자주 가던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 원형 경기장 등
거리 곳곳에 고흐가 화구통을 메고 그림을 그리러 가는 모습을 새겨놓은 이정표까지.....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살았던 기간의 작품들이 아를에서의 작품들보다 조금 차분한 색채로 바뀌었다고 한다
유화작품 관을 다시 한번 더 보고 나와 지친 다리도 쉴 겸 커피 마시기
미술관에서의 커피 마시기는 필수코스죠
굿즈샵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의 방앗간 같은 곳
친구들과 고흐의 정물화가 담긴 손수건 하나씩 샀다
손수건은 아무리 사도 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법
연인과의 데이트 때 눈물이나 땀 닦으라고 건네 줄 손수건 하나쯤은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니까
젊은이들이여
손수건은 많이 사도 과소비가 아니라오
혹여 썸 타는 상대가 있다면 많이들 쟁여놓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