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비전 2030” 제조업 적극 유치 나서… 韓 기업, 건설 넘어 전기차-조선 투자 확대
[韓-사우디 경제협력]
양국 교역량 2년새 140% 늘어
韓 작년 투자액 76%가 제조업 분야
미래에너지-방산 등서도 협력 모색
한국 기업들이 또다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중동 붐’ 때는 주로 건설 분야에 집중됐던 투자 및 수출이 최근에는 자동차, 조선업 등 제조업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게 특징이다.
22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사우디 제조업에 대한 설비 투자액은 8264만 달러(약 1118억 원)였다. 지난해 사우디에 대한 전체 투자액(1억836만 달러)의 76.3%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사우디에 대한 건설업 투자액은 1015만 달러에 그쳤다. 2020년만 해도 건설과 제조업의 투자액이 각각 3000만 달러대로 서로 엇비슷했는데, 지난해는 제조업 투자액이 건설업의 8배에 이르렀다.
사우디에 제조업 투자가 이어지는 배경은 2016년 4월 현지 정부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출의 80%에 달하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산업을 키우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신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더구나 사우디는 중동 경제 허브를 놓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마침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고유가로 인해 사우디 정부의 지갑도 넉넉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 자동차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사우디 차량 판매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에는 현지 전기차 생산을 통해 1위인 일본 도요타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와의 교역량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에는 193억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140.9% 증가한 465억 달러로 커졌다. 2020년에는 33억 달러였던 수출액이 지난해에는 49억 달러로 증가했다. 승용차 수출액이 12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무기류, 접속기 및 차단기, 건설중장비, 타이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간한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보고서’는 이미 사우디와 협력을 하고 있는 전기차 이외에 미래에너지·방산 분야도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국가 발전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했으며,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 무기 수입국 중 2위가 사우디일 정도로 이 분야의 ‘큰손’이기도 하다.
한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