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59) - 우리 모두 한 송이 꽃
~ 3‧15 60주년에 즈음하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공동체가 합심하여 미증유의 위기에 대처하고 있으나 지구를 멈춰 세우려는 기세로 번지는 바이러스의 들불을 꺾을 묘수가 쉽지 않다.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이 국경을 봉쇄하는 등 온 세계가 공포분위기,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고 경제가 휘청거린다. 치료약과 백신개발이 급선무라는데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는 일에 지구촌이 힘을 모으자.
내가 봉직한 광주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학내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 영상은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예방 수칙을 율동에 맞춰 소개하고 있다.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후학들의 건실한 모습이 믿음직하다.(지역 일간지에 소개된 내용을 은퇴한 동료교수가 카톡으로 전송)
요동치는 세상에도 봄은 온다. 이를 확인하듯 산책길의 산수유와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인적이 뜸한 길손을 반긴다. 이를 바라보며 ‘한 송이 꽃을 피운다는 것’의 의미를 간추린 칼럼을 새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꽃으로 피자.
‘우리 눈에는 봄이 오면 저절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것 같지만 식물들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세상의 꽃들은 누구를 위해 필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우리를 위해? 아니다. 짝짓기를 대신해 주는 벌과 나비 같은 중매쟁이를 위해 핀다. 여기 맛있는 꽃가루와 꿀이 있으니 빨리 오라고 하는 표지가 바로 꽃이다.
더욱 감탄스러운 건 대부분의 꽃이 누구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한다는 것이다. 겨울에 나무에 달린 겨울눈을 칼로 잘라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잘 개어 놓은 옷처럼 잎과 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꽃들은 이런 보이지 않은 수많은 노력의 결과다. 보면 볼수록 우리가 우리 삶을 아름답게 꽃 피우려는 것과 어찌 이렇듯 같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원리는 어디서나 같은 듯하다.’(동아일보 2020. 3. 16 ‘서광원의 자연과 삶’에서)
들판으로 가는 산책길에 꽃망울 터트린 매화
지난 주말에 3‧15 의거 60주년을 맞았다. 3‧15의거란 무엇인가?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공화국의 기초 중에 4‧19혁명이 큰 몫을 차지하고 그 도화선이 1960년 3월 15일의 부정선거요 이에 온몸으로 항거한 것이 3‧15 마산의거로 시작한 전국적인 항거다. 백과사전의 해설을 보자.
‘자유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1960년 3월 15일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에서 노골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한 사건. 공권력을 동원한 다양하고 노골적인 부정행위로 전 국민의 저항이 촉발되었다. 선거 후 경남 마산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부정 선거를 규탄하고 독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개되었으며, 4·19혁명을 촉발하여 자유당 정권이 붕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의 신문기사는 이렇다. (1960. 3. 15자)
2012년 봄에 동호인들과 한일우정걷기로 한 달 여 서울에서 목포 거쳐 부산에 이르는 제1차 한국일주 걷기행사를 가졌다.(제2차는 2014년 봄, 부산에서 속초 거쳐 서울 걷기) 그때 마산에서 하루를 쉬며 아내와 함께 진해와 3.15의거기념탑을 찾았다. 그때의 기록.
‘유치환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이란 시가 새겨진 진해우체국을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정류장으로 가서 마산행 버스에 오르니 11시, 버스 안의 안내를 보니 우리가 내릴 곳보다 한 정거장 더 가면 3.15 의거탑이다. 그곳에서 내려 비석에 새긴 글들을 살피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에게 고개를 숙였다.(1960년 3월 15일의 1차 의거, 4월 11일의 2차 의거에서 12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700여 명이 체포, 구금되어 많은 고초를 겪었다.) 1962년에 마산 3‧15 의거 기념사업촉진회가 이 탑에 새긴 글, “저마다 뜨거운 민주의 깃발을 올리던 그날 1960년 3월 15일. 머리는 독재의 총 아래 꽃이슬이 되고 더러는 불구의 몸이 되었으나 우리들은 다하여 싸웠고 또한 싸워서 이겼다. 보라, 우뚝 솟은 마산의 얼을. 이 고장 3월에 빗발친 자유와 민권의 존엄이 여기 영글었도다.”
목숨 바친 넋들의 뜨거운 눈물인 듯 기념비에 새긴 글을 적는 동안 빗방울이 떨어진다. 탑 옆에 무학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담벼락에는 당시의 총탄자국이 19개 남아 있다. 이를 보존하자며 낡은 담벼락의 수리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진해우체국 앞 광장 교차로에는 10월 유신을 기념하는 비가 서 있다. 유신 다음해인 1973년에 건립한 것을 1976년에 그 장소로 옮겼다는데 통합시가 된 창원시내에 목숨 바쳐 독재에 항거한 3.15 의거탑과 독재정치의 상징인 10월 유신 기념비가 함께 서 있는 것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3‧15마산의거의 상징이 김주열이다. 당시 17세, 3월 14일 마산상고에 합격한 다음날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행방불명되었고 4월 11일 마산 앞 바다에서 가슴 아픈 모습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불법과 독재에 항거하는 전국적인 불길이 타올랐고 4‧19혁명의 길잡이가 되었다. 나도 그해 고등학교 입학, 동년배의 순절을 딛고 우리는 지금에 이르렀다.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며 목숨 걸고 이룩한 민주주의와 번영의 아름다운 꽃, 후세에 빛나도록 가꾸고 피울지니라.
첫댓글 평안하신지요?
천혜 앞마당에도 홍매화가 피었답니다. 너~무 예쁘죠?ㅋ
다시 시작된 걷기...세월이 하수상하니 항시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