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쉬(ISIS)’ 출현에 긴장하면서도 기회 엿보는 러시아, 중국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를 출발한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가 공중폭발 했다. 보름이 흐른 뒤 러시아 정부는 ‘대쉬(ISIS)’에 의한 테러로 결론 짓고, 이들의 격멸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中공산당 또한 인질로 잡혀있던 중국인 ‘판징후이’가 살해됐음을 확인한 뒤 ‘대쉬(ISIS)’를 격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단 카스피해 함대에 “프랑스 항모 샤를 르 드골과 영국 구축함이 도착하면,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어 카스피해에 있던 순양함과 인근 기지에서 출발한 Tu-160 블랙잭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의 ‘대쉬(ISIS)’ 본거지를 타격했다. 러시아는 곧 4,000여 명의 지상군도 시리아에 파병할 계획이라고 한다.
中공산당은 무장경찰의 대테러 부대를 해외에 파병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도와 ‘대쉬(ISIS)’를 격멸하는 데 동참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 러시아 '코갈림 아비아' 여객기의 잔해. 테러조직 '대쉬(IS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겉으로만 보면, 러시아와 中공산당 또한 프랑스, 영국, 미국과 함께 ‘대쉬(ISIS)’ 격멸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쉬(ISIS)’로 인한 문제를 자국 내 정치상황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 가격의 급락으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진 러시아는 2018년 5월 대선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현행법으로도 그렇고 러시아 국민들의 정서 상 더 이상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번갈아가며 대통령을 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람은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現국방장관이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처음 정권을 잡을 때부터 함께 해 온 측근이다. 1991년 러시아 중앙 구조단 단장을 맡은 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자 국가비상사태 의장을 맡아 비상사태 및 재해복구의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1994년에는 러시아 연방 비상사태부 장관이 됐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옐친 정권, 푸틴 정권, 메드베데프 정권에서 연이어 비상사태부 장관을 맡아 활약을 보였으며, 2012년 11월 국방장관에 임명, 지금까지 임무를 맡고 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많고 대중들에게 믿음을 얻는 각료로 꼽힌다. 이런 쇼이구 국방장관을 차기 대권후보로 앉히기 위해서는 거대한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분석들이 슬슬 나오고 있다.
▲ 러시아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쿠주게토비치 쇼이구 국방장관. 보통 세르게이 쇼이구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中공산당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지난 10월 말,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를 두고 미국과 강력히 대립했던 中공산당은 美핵추진 항공모함이 접근하자 급히 태도를 바꾸고 베트남, 싱가포르 등을 돌며 수 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착한 이웃’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지난 일을 되짚어 보면 中공산당이 ‘진짜 착한 이웃’이 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中공산당이 자국민 인질이 살해당한 점을 내세워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는 모습은 마치 2001년 9.11 테러 직후 “테러에 반대하며, 우리도 대테러 전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中공산당은 ‘대테러 전쟁 동참’을 선언한 뒤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독립주의자를 무차별 학살했고, 파룬궁 수련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번에도 ‘대쉬(ISIS)’에 신장 위구르 출신의 무슬림 분리주의자 300여 명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의 분리주의자와 反공산당 세력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노림수도 보인다. 中공산당은 사실 이라크나 시리아에 병력을 파병할 수단도, 현지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단도 마땅치 않음에도 이라크와 시리아, 러시아, 이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쉬 합동정보센터’에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무장 세력들로 인해 ‘무주공산’처럼 변한 이라크와 시리아, 나아가서는 북아프리카(일명 마그렙 지역) 일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中공산당은 ‘대쉬(ISIS)’ 문제를 중동과 대테러 문제로만 국한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쉬(ISIS)’를 격멸하는 것이 금방 끝날 것도 아니고, 이 문제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면,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영향력을 부지불식간에 키울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했던 고민, 프랑스가 할 고민, 러·중은 하기 싫은 고민 ‘돈’
이런 국제역학적인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에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테러 전쟁에 들어갈 예산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부터 2014년까지 1조 6,000억 달러(한화 약 1,848조 원)를 쏟아 부었다. 비공식적인 통계로는 무려 4조 달러(한화 4,620조 원) 이상을 썼다는 보고도 나온다. 미국만 이렇게 돈을 쓴 게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회원국들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연 평균 20조 원 이상을 썼다.
▲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즉각 아프가니스탄으로 쳐들어갔다. 사진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는 美육군 제10산악사단 장병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오바마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심각해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서둘러 ‘테러와의 전쟁 종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스 차례가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2015년 프랑스의 대테러 관련 예산은 약 314억 유로(한화 약 38조 7,800억 원).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여기다 향후 4년 동안 38억 유로(한화 약 4조 7,000억 원)의 예산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프랑스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쓰게 될 비용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무슬림 사회에 대한 감시 및 통제는 국내 사회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막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라크-시리아 난민을 수십만 명 받아들인 독일 또한 프랑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EU를 결속해주는 상징, 유로화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시작으로 EU 경제가 재정적자의 늪에 점점 더 빠져들수록 유로화 가치도 떨어지게 되고, 이는 세계 원자재 시장과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에너지 자원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에 빠진 러시아나 국내 경기악화로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中공산당은 이런 ‘대테러 전쟁의 늪’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를 지탱하는 강대국들이 ‘대테러 전쟁의 늪’에 빠져 유로화가 하락하면 러시와 중국에게는 좋은 일들이 생길 것으로 본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러시아가 소비하는 유럽제 상품의 가격도 하락할 것이고, 내수 시장 및 소비자 경기에도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中공산당 입장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이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서도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대쉬(ISIS)’ 논란에서 빗겨간 것처럼 보이는 일본은 이미 미국에게 “미국이 중동에서 ‘대쉬(ISIS)’를 때려 잡으러 간다면, 우리가 남중국해를 지키겠다”며 나서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中공산당과 日자위대 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은 만큼 ‘과시형 액션’을 통해 미국에게 더욱 믿음직한 동맹이 되겠다는 심산이다.
출처> 뉴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