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즙으로 돼지고기·오징어 특유의 냄새 잡고 풍미 더해
불맛 화끈한 삼겹살에 쫄깃쫄깃 씹는 맛의 오징어가 더해진 오삼불고기. 뭇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지만, 그 시작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지역은 동해와 가까워 싱싱한 오징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뿐더러 고랭지에서 키우는 갖가지 채소도 넉넉하다. 삼겹살 불고기에 이러한 재료를 더해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데 딱 맞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횡계리 이곳저곳에는 오삼불고기의 원조라고 내세우는 전문식당이 여럿 있고, 모두 오랜 역사와 뛰어난 맛을 뽐낸다.
평창군은 이처럼 횡계리와 인연이 깊은 오삼불고기를 소재로 주민주도형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횡계리에 올 10월 문을 열 오삼불고기 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오삼불고기 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맛깔스런 음식점과 다양한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국내외 관광객이 두루 찾을 만한 명소로 꾸려지게 된다.
평창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흔한 오삼불고기로 거리까지 꾸미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평창의 오삼불고기가 특별함을 갖춰서다. 재료부터 색다른데, 지역 특산물인 더덕이 오삼불고기에 쓰인다. 고산지대의 서늘한 숲에서 자라 맛과 향이 짙은 더덕으로 즙을 내 양념장에 넣는 것. 더덕즙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와 오징어의 비린내를 없애고, 은은한 향으로 매콤달콤한 오삼불고기에 깊은 풍미를 더한다.
특별한 양념 비법이 하나 더 있다. 생강·양파·배·대파를 함께 갈아 양념에 섞는데, 이 과정에서 세심한 과정이 추가된다. 양념을 깨끗한 면포에 넣고 한번 더 곱게 걸러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오삼불고기를 숯불구이할 때 양념에 쓰인 채소가 타는 것을 막아 더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단다.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특별함이 가득한 평창의 오삼불고기. 강원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곤드레밥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된다. 횡계리는 오삼불고기 말고도 오징어와 삼겹살로 만든 갖가지 음식이 풍성하다.
이경선<위드컬처 대표>
● 이경선 대표는 방송 프로듀서(PD)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 컬처마케팅연구소 대표 등을 맡고 있다. 현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